다른 LCC 및 대형 항공사와의 운임 경쟁 심화
팬데믹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수익 기반
미국의 대표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스피리트 항공이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미 연방 파산법 11조(챕터11)를 신청했다. 코로나 이후 이어진 수요 부진과 치열한 운임 경쟁,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며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LCC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스피리트는 8월 29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첫 번째 신청 후 2025년 3월 졸업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다시 무너진 것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노선망과 운항편수를 주요 도시 중심으로 축소하고 일부 항공기를 매각하며 리스 부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업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2차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테드 데이비스 CEO는 성명에서 “지난 재편은 부채 축소와 자본 조달에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영업구조 자체를 손본다”고 말했다.
재무 상황은 이미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스피리트는 2025년 2분기(4~6월)에 2억4,5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적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 8월 공시에서는 “기업 존속 가능성(Going Concern)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과 고관세 정책으로 여행 지출이 줄어 레저 수요가 위축됐고, 다른 LCC 및 대형 항공사와의 운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팬데믹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수익 기반 역시 경영난을 심화시켰다.
스피리트는 위기 돌파를 위해 2022년부터 프론티어 항공, 제트블루 항공과 합병을 모색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 1월 프론티어가 다시 합병을 제안했으나 거절했고, 최근 파산 직전에도 프론티어의 빌 프랑케 회장과 스피리트 CEO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프론티어가 다시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이는 미국 LCC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저비용항공 모델의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가, 금리, 공항 이용료, 노동비용 등 변동성이 큰 비용 요인에 민감하고, 대형 항공사와 달리 레저 고객 의존도가 높아 경기 충격에 더 취약하다. 또한 미국 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LCC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가격 외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산업 재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스피리트의 재파산은 LCC 업계 합병을 촉진할 수 있으며, 프론티어나 제트블루와의 빅딜 재논의는 불가피하다. 동시에 단순히 ‘저가 운임’을 내세우던 전략에서 벗어나 부가 서비스 강화, 지역 특화 노선, 국제선 확대 등 차별화가 절실하다. 다만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와 항공산업 정책이 향후 합병 성사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스피리트 항공의 두 번째 파산은 단일 기업의 실패를 넘어 미국 저비용항공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불황과 격화된 경쟁 속에서, 과거의 저비용항공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합병을 통한 생존인가, 아니면 새로운 모델을 통한 변신인가. 미국 LCC 산업은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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