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비자(I 비자): '장기 체류 가능'에서 240일 이내로 단축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비자 체류 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유학생 비자는 최대 4년, 기자 비자는 240일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백악관은 이를 “불법 행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교육·언론계와 국제사회에서는 학문적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월 27일 미 국토안보부(DHS)는 새로운 체류 기간 규정을 담은 개정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학업을 마칠 때까지 체류가 가능했던 유학생·연구자 비자(F·J 비자)는 최대 4년 이내로 제한됐다. 해외 언론인을 위한 기자 비자(I 비자)도 장기 체류가 가능했던 기존 규정에서 240일 이내로 단축됐다.
스티븐 밀러 대통령 수석보좌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외국인들이 비자를 악용해 체류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강경 이민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학술·언론 영역까지 규제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불법 억제를 넘어선 정치적 의미가 부각된다.
교육·연구 현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유학생은 2023년 기준 약 100만 명에 달하며, 상당수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체류 기간이 짧아지면 장기 연구 프로젝트 참여가 제한되고, 대학원 진학이나 연구의 지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곧 미국 대학의 재정 악화와 연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언론 분야의 우려도 깊다.
기자 비자 체류가 240일로 단축되면 해외 언론사의 워싱턴 특파원 교체 주기가 앞당겨져 장기 취재가 어려워진다. 이는 국제 언론의 독립적 보도를 위축시키고, 비판적 보도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미국이 언론 자유의 상징성을 스스로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반응과 비교해도 미국의 행보는 예외적이다.
유럽연합(EU)은 유학생·연구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는 유학생 비자를 통해 장기 체류와 영주권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미국의 불리함을 키울 수 있다.
핵심 쟁점은 불법 체류 억제와 해외 인재 유출 사이의 균형, 그리고 안보와 개방성의 충돌이다.
단기적으로는 보안 강화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글로벌 인재 허브’로서의 매력을 잃고 경쟁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의도 역시 거론된다. 2026 대선을 앞두고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이 아니라 미국의 개방성 가치와 국제적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불법 체류 억제라는 명분 뒤에 정치적 계산과 국제 경쟁 속 자충수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안보를 앞세운 문호 축소가, 미국의 장기적 경쟁력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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