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 속 경제 변화에 선제적 대응
실증 기반 연구·정책 개발·데이터 축적 3축 전략 구사
2025년 6월 27일, 인공지능(AI) 기술 연구기관인 앤트로픽(Anthropic)이 노동시장과 세계 경제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AI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이코노믹 퓨처스 프로그램(Economic Futures Program)’으로, AI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산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실증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앤트로픽은 이를 위해 ▲연구자와 학계에 대한 지원 ▲실질적인 정책 개발을 위한 포럼 운영 ▲AI 경제 효과를 정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이라는 세 가지 전략적 축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 프로그램은 앤트로픽이 기존에 운영해 오던 '이코노믹 인덱스(Economic Index)'에서 출발했다.
이 지표는 AI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추적해왔고, 각 분야에서 AI 도입이 고용과 업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데이터 공개를 넘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가 바꾸는 경제의 중심축…이제는 실증 데이터로 대응할 때
앤트로픽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노동'과 '일의 의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들이 말하는 변화는 추상적인 미래 예측이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는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 즉 ‘고용 없는 성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전문직과 고부가가치 업무마저 자동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지식노동의 성격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앤트로픽은 단순한 경고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코노믹 퓨처스 프로그램’은 세 가지 전략적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① 연구자 지원 (Research Grants)
앤트로픽은 먼저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최대 5만 달러 규모의 소규모 신속 연구비와 함께, 자사의 AI API를 활용할 수 있는 크레딧도 함께 제공한다. 이 지원은 노동시장 변화, AI 기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실증 연구를 장려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연구비는 정해진 공모 기간이 아닌 수시 접수 방식으로 운영돼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② 정책 포럼 운영 (Evidence-Based Policy)
연구 결과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앤트로픽은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정책 입안자, 연구자, 산업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실효적인 해법을 찾는 정책 포럼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실제 정책 제안을 마련해 제출할 수 있으며, 선정된 제안은 오는 2025년 가을 워싱턴 D.C.와 유럽에서 열릴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기회를 갖는다. 정책 제안서 마감일은 2025년 7월 25일로, AI 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실제적이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가 모일 것으로 기대된다.
③ 경제지표 고도화 (Economic Measurement and Data)
AI의 경제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앤트로픽은 기존에 운영 중인 '이코노믹 인덱스(Economic Index)'를 한층 더 고도화한다. 이 지표는 AI 도입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시계열 데이터셋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기업과 연구자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공공 데이터와 연구 결과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지,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 기회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연구자와 정책가를 연결한다…심포지엄과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실행 로드맵
이번 ‘이코노믹 퓨처스 프로그램’은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앤트로픽은 구체적인 실행 단계를 마련해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그 중심에는 연구자 지원, 정책 심포지엄, 연구기관 파트너십이라는 세 가지 실천 전략이 있다.
먼저, ‘이코노믹 퓨처스 리서치 어워즈(Economic Futures Research Awards)’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직무 구조의 변화, 생산성 재편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실증 연구를 수행할 독립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신속히 지원하는 제도다. 최대 5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이 수시로 지급되며, 첫 수혜자는 2025년 8월 중순부터 발표될 예정이다. 기존의 장기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AI 기술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속도와 실용성’을 중시한 구조다.
두 번째는, ‘이코노믹 퓨처스 심포지엄(Economic Futures Symposia)’이다. 이 심포지엄은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다. 앤트로픽은 정책에 실제로 반영할 수 있는 제안서를 공모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들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선정된 제안서는 오는 2025년 가을, 워싱턴 D.C.와 유럽 현지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엄 무대에서 발표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연구 결과가 실제 제도 설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계와 정책 현장을 직접 연결하는 실질적인 매개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앤트로픽은 전략적 연구기관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단기 공모가 아니라 장기적 협력 체계 구축을 지향하며, 독립적인 연구기관이 앤트로픽과 협업해 AI 경제 영향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API 사용권과 연구 자원을 제공한다. 이미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학술기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앤트로픽은 참여를 원하는 기관들로부터 간단한 제안서와 기관 소개서를 이메일로 접수 받고 있다.
이 세 가지 실행 로드맵은 앤트로픽이 단순히 “AI는 일자리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현장 중심의 데이터, 실질적 연구, 그리고 정책 실천으로 이어지는 전체 생태계 설계를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없이 떠드는 AI 경제 논쟁, 이제 멈춰야 할 때”
앤트로픽은 AI와 경제를 둘러싼 현재의 담론 구조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AI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는 수많은 주장과 예측이 쏟아지지만, 정작 그 근거가 되는 실제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념적 입장이나 추상적 전망에 기대는 지금의 논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현실 세계의 수치와 현장에서 수집한 정량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게 앤트로픽의 입장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이미 자사 ‘이코노믹 인덱스(Economic Index)’를 통해 AI 기술의 도입률, 자동화의 확산 속도, 산업별 직무 변화 추이 등을 시계열 데이터 형태로 수집하고 공개해왔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현상이 아닌 구체적인 노동 재편의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번 이코노믹 퓨처스 프로그램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미래 경제 질서를 재설계하기 위한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앤트로픽이 강조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어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며, 그 기회가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될 것인가다.
"이제는 피해를 막기 위한 소극적 논의가 아니라, 기회를 설계하기 위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앤트로픽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AI 경제사회, ‘사후 대응’ 아닌 ‘사전 설계’의 시대가 열린다
앤트로픽이 이번에 출범시킨 ‘이코노믹 퓨처스 프로그램(Economic Futures Program)’은 단순한 AI 기술 담론이나 윤리 선언을 넘어서, 정책적 실천과 구조적 대응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정부, 학계, 산업계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래 AI 거버넌스 모델의 청사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직 이 프로그램이 어떤 연구자와 어떤 정책과 만나 구체화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앤트로픽이 제안하는 방향은 '문제가 벌어진 뒤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와 사회의 방향성을 사전에 설계하는 구조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혼란을 피하고,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질서를 설계하겠다는 적극적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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