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do stETH 발행 밸류체인의 자본비용을 계량화하고
DeFi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의 실질 기대수익률을 제시
2025년 5월,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Pectra’라는 이름의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업그레이드는 기술적인 내용뿐 아니라, 이더리움 자산(ETH)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스테이킹 시장—그 중에서도 유동성 스테이킹(Liquid Staking)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Lido Finance’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현재 이더리움 전체 스테이킹 물량의 약 4분의 1 이상을 관리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그런데 Lido의 시스템은 단순히 ETH를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이 시스템에서 발행하는 stETH(스테이킹 이더리움 토큰)는 또 다른 시장에서 거래되고, 담보로도 쓰이고, 이자도 받는다.
스테이킹 토큰, 어떻게 작동할까?
요즘 이더리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금융 방식이 있다. 바로 ‘스테이킹(Staking)’이다. . 이는 단순히 자산을 예치해 나오는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더리움(ETH)을 네트워크의 검증자(Validator)로 참여시켜 블록 생성·검증 등 운영 작업에 기여하는 ‘노동’ 개념이 포함된 활동이다. 그 보상으로 네트워크가 지급하는 스테이킹 리워드를 통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Lido Finance를 이용하면 이 과정이 간편하다. 사용자는 Lido에 ETH를 예치하는 순간, 네트워크 검증 작업에 간접 기여하는 권리를 나타내는 동일 양의 stETH 토큰을 즉시 발급받는다. 예를 들어, 1 ETH를 맡기면 1 stETH를 받게 되며, 이후 발생하는 검증 보상이 자동으로 반영되어 stETH의 가치가 점차 상승 혹은 하락한다. 이로써 언스테이킹 대기 없이도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검증 작업에 참여한 ‘노동 보상’을 누릴 수 있다.
stETH의 매력은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유동성에 있다. Curve, Uniswap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stETH를 다른 코인과 교환할 수 있고, 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에서는 대출 담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얼마나 가치 있는 걸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stETH는 과연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APR(연이자율)만 보면 될 것 같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첫째, 언스테이킹(자금 회수)을 하려면 최대 2주를 기다려야 한다. 이 대기 기간 동안 자금은 묶인 상태가 되며,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둘째, 거래소에서 stETH를 ETH로 바꾸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DEX나 AMM 기반 거래소에서 stETH를 ETH로 스왑할 때는, 주문 규모와 유동성 풀의 깊이에 따라 기대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슬리피지(slippage)’라 부르며, 여기에 풀 수수료(pool fee)와 네트워크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최종적으로 받는 ETH 양이 줄어든다.
셋째, 스마트컨트랙트가 해킹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DeFi는 코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가 곧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겉으로 보이는 APR만으로는 이 자산의 진짜 수익성을 평가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비용과 위험 요소까지 모두 반영해야, 진짜 투자 판단이 가능해진다.
DeFi 자산 평가와 제도권 ‘재무 공식’을 연계하다
Lido Finance의 복잡한 DeFi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본고는 전통 금융에서 사용하는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 개념을 도입한다.

WACC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 주주(자기자본)와 채권자(타인자본)에게 각각 얼마나의 수익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쉽게 말해, "이 회사가 벌어야 할 최소 수익률"을 계산하는 도구다.
본고에서는 이 계산법을 DeFi에서 stETH 자산에 적용해, 스테이킹 참여자(투자자)와 프로토콜 운영자(Lido)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수익률을 기대하고,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계량화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지 ‘암호화폐 수익률 계산’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 금융을 전통 금융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WACC란 뭘까? DeFi에도 적용되는 '자본의 가격' 계산법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이해하면 직관적인 개념이 WACC이다.
WACC는 원래 전통 기업에서 자주 쓰이는 재무 계산 공식이다.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두 가지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다. 하나는 주식을 발행해서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고(자기자본), 다른 하나는 은행이나 채권 등을 통해 빌려오는 것(타인자본)이다.
이때, 회사는 단순히 자금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게는 배당, 대출에는 이자라는 자본비용(k)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적어도 이 두 가지 비용을 모두 감당할 만큼은 벌어야 ‘본전’이다. 이처럼 전체 자본 대비 회사가 최소한으로 벌어야 할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 WACC다.
이 계산법, Web 3.0에도 쓸 수 있을까?
이 전통 재무 개념은 탈중앙화 금융(DeFi)에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Lido 같은 프로토콜에서 이더리움(ETH)을 예치하는 사람들, 즉 스테이커는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다. 실제 DeFi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노동 수익 뿐만 아니라 자본 수익을 기대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자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마치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이자, 기업의 채권자처럼 자금을 빌려준 사람이다.
반면, Lido 프로토콜 자체는 그 자본을 활용해 운영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운영 주체다. 그들에게 필요한 자금은 사용자 투자를 통해 조달되고, 일정한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관계가 유지된다.
다시 말해, 스테이커 중 일부는 '타인자본 공급자’로서, 그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Lido는 '운영 기업’으로서, 그 수익률 이상을 벌어야 프로토콜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관계는 전통 기업의 ‘투자자 ↔ 기업’ 구도와 정확히 닮아 있다.
DeFi도 이제는 수익 구조를 따져야 한다
지금까지 DeFi는 단순히 “몇 퍼센트 수익 준다”는 식의 표면적인 숫자로 유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수익이 어디에서 발생하며, 어떤 비용이 따르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WACC는 바로 이런 복잡한 구조를 하나의 기준 수치로 정리해주는 도구다. 기업이든 Web 3.0이든, “이만큼은 벌어야 본전”이라는 최소 수익 기준점이 있다면 현명한 투자 판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Lido에 ETH를 맡기면 실제로 얼마나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ETH Staking 수익(5% 내외)에서 운영 비용을 차감한 연 3% 내외 수준의 APR(연이자율)이 제시되지만, 본고는 이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수익률을 다시 계산했다. 단순히 "수익이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그 수익을 받기까지 들여야 하는 시간, 거래 비용, 숨은 리스크까지 모두 고려한 수치다.
먼저 기준점이 되는 무위험 수익률은 연 2.0%로 설정했다. 이는 USDC나 DAI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수익률로, DeFi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수단의 수익률로 간주된다.
여기에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된다. 이더리움 가격은 한 해 동안 40~50%에 이르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다. 이런 높은 리스크를 감안해, 주식시장 평균보다 높은 7.5%의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이는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는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항목은 유동성 프리미엄이다. stETH는 언제든 ETH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치 후 인출(언스테이킹)에는 최대 2주의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약 1.0%의 손해로 계산된다.
게다가 stETH를 거래소에서 ETH로 바꾸려 할 때는 0.1~0.3% 정도의 가격 차이(슬리피지)가 발생한다. 월 1회 이상 거래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2% 수준의 거래 손실이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DeFi 특유의 보안 리스크와 스마트컨트랙트 오류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 리스크를 반영해 1% 수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된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스테이커가 ‘요구할 수 있는 수익률’, 즉 실질 기대 수익률은 약 12.7% 수준에 이른다.
12.7%는 모든 리스크 항목을 극단적으로 반영한 이론적 상한선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비현실적 이론치에 근접하기 어렵고, 합리적인 투자자는 행동재무학 등의 특성을 반영해 기대 수익률을 보수 조정한다.

왜 이런 계산이 중요할까?
'숨은 비용'을 숫자로 보여주는 첫 번째 시도
그동안 DeFi(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는 투자 지표로 TVL(총 예치금)이나 APR(연이자율) 같은 수치를 가장 많이 활용해왔다. 예치금이 많으면 ‘신뢰받는 프로젝트’로, 수익률이 높으면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간주됐다. 겉보기엔 명확하고 간편한 기준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런 숫자만 봐서는 투자자가 얼마나 기다려야 하고, 어떤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기 어렵다. 수익률은 높게 보여도,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은 낮을 수 있는 구조다.
이번 분석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언스테이킹 대기 시간, 거래소 슬리피지(가격 손실),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리스크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하나의 숫자—실질 기대수익률(WACC)—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불분명했던 리스크를 ‘가시화’한 것이다.
프로토콜 운영자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단계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지를 파악하고, 보상 체계나 락업(lock-up)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
기관 투자자나 규제기관은 DeFi 자산을 전통 금융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더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재무적으로 설명 가능한 투자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DeFi 자산도 이제는 ‘수렴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이더리움의 Pectra 업그레이드는 단순한 기술 향상을 넘어서,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성격을 개선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특히 Lido Finance에서 발행되는 stETH는 이제 단순히 ‘보상을 받기 위한 토큰’이 아니라,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전까지 DeFi 자산은 “너무 복잡하다”, “리스크가 계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량적인 평가에서 배제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WACC 모델 적용 사례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본격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숨은 비용, 대기 시간, 보안 리스크 등 그동안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웠던 요소들을 ‘실질 기대수익률’이라는 숫자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이제 DeFi 자산도 재무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단지 투자자의 편의를 넘어, DeFi의 제도권 진입과 기관 투자자의 온보딩, 그리고 정책·규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DeFi는 더 이상 감에 의존하는 실험실의 산물이 아니다. “수치로 설명되는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던 위험까지 계산해내는 한 줄의 공식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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