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모두의 오감이 깨어나는 공간
미래 기술을 직접 ‘몸으로 배우는’ 체험형 교육 현장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사람은, 직접 체험할 때 배운다."
어제 하루 종일 드리웠던 회색빛 구름은, 오늘 아침 말간 햇살 아래 깨끗이 사라졌다.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창문을 살짝 열자 바람은 가볍게 귓가를 스쳐갔다.
이토록 맑고 선선한 날, 미래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목적지는 전라북도 부안. 그곳에는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이라는, 낯설지만 어쩐지 설레는 이름의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 익산을 지나며, 고속도로 옆으로 펼쳐진 초록빛 논밭과 은빛 하늘은 마치 작은 여행지의 풍경 엽서 같았다. 도시의 바쁜 리듬을 잠시 뒤로 하고 부안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 풍경은 하나하나가 여행의 일부였고, 마음은 이미 체험관에 도착해 있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에 도착한 순간,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은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주었고, 로비에는 이미 관람을 기다리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곳은 1층부터 3층까지 총 3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 수 있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2층 기술관 — “보는 것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체험은 2층에 있는 메타버스 기술관에 가는 것 부터 진행됐다. 이 곳은 전시보다는 ‘실감’과 ‘몰입’에 집중해서 꾸며진 곳으로, 도슨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메타버스와 가상 융합기술 원리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체험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이로스코프 원리 전시였다. 회전하는 팽이를 이용해 방향을 유지하려는 물체의 성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 기술은 항공기, 스마트폰, 드론에 모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이다.
IMU(관성 측정 장치) 센서를 직접 흔들어보며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핸드폰을 기울이면 화면이 자동으로 회전하는 그 원리를 직접 체험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센서를 움직이자 숫자가 바뀌는 걸 보고 마법처럼 신기해했고, 부모들은 “이게 그렇게 작동하는 거였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층 라이프관 — “미래의 삶, 직접 살아보다”
메타버스 라이프관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공중에 떠 있는 입체 영상이었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공중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라는 기술로, 빛의 간섭을 조정해 허공에 이미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손끝에서 흩어지는 영상은 마치 꿈 같았다.

다음은 ‘퓨처 레이싱’. 오토바이를 타고 미래 도시를 질주하는 VR 체험이다. 속도감이 엄청나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주변 풍경이 움직이며 눈앞이 휘몰아친다. 이 체험은 VR(가상현실)과 모션 시뮬레이터가 결합된 콘텐츠로, 우리가 몸을 기울이면 오토바이도 같이 기울어진다. 실제 오토바이를 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리고 단연 인기였던 ‘자이로 VR’. 봅슬레이를 체험하는 시뮬레이터인데, 이건 정말 '돌아간다'. 360도 회전하는 원형 구조물 안에 들어가 몸 전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현실감이 강했다. 여기서 쓰인 기술은 ‘자이로스코프’와 ‘중력 가속 센서’를 기반으로 한 움직임 제어 장치로, 실제 우주선 훈련에서도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만큼 몰입감이 남달랐다.

가상세계홀 — “몰입형 미디어 아트에 빠지다”
1층과 2층 사이에는 ‘가상세계홀’이 있다. 이 공간은 실내에 거대한 원형 돔을 설치하고, 그 안에 서클비전(360도 영상)과 다면 프로젝터를 쏴서 관람객이 ‘영상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높이 12m, 지름 18m의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영상이 머리 위를 감쌌고 소리가 발밑에서부터 올라왔다.

처음 들어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건 마치 꿈같은 이미지들. 빛으로 그려낸 나무, 공중을 유영하는 고래, 천천히 감싸오는 바다의 물결. 시각적 자극이 강렬하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감정은 오히려 평화롭다. 아이들은 손을 뻗어 고래를 잡으려 했고, 어른들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 장면을 눈에 담았다.
여기서 기술은 설명이 아니라 감정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더 오래, 깊게 남을 것 같았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단순한 '전시'의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바꾸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체험형 교육 플랫폼이다.
과학이 놀이가 되고, 센서가 감각이 되고, VR이 상상이 되는 이 공간에서 '배움'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정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관람 정보 & 꿀팁 입장료: 성인 6,000원 / 학생 4,000원 / 미취학 2,000원 VR 체험비: 개별 체험마다 1,000원 별도 예약: https://smgmetaverse.or.kr 사전 예약 필수 주변 연계 코스: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곰소염전 추천 |

우리가 오늘 경험한 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기술이 삶이 되고, 가상이 배움이 되고, 체험이 지식이 되는 시대.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그 문을 여는 첫 경험이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을 나오며 마음 속에 한 문장이 새겨졌다.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사람은, 직접 체험할 때 비로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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