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ES란 무엇인가
2.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3. 라스베이거스, MICE 도시의 진화
1. CES란 무엇인가
CES는 미래 기술 융합의 장(場)
매년 1월 초가 되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미국 라스베가스로 쏠린다.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CES는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세계가전박람회 등으로 불린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인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디지털 전시회이다. 1967년 미국의 뉴욕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1978년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여름 CES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겨울 CES가 격년제로 운영되었다가 1995년부터 라스베가스로 개최지를 옮겨 매년 열리고 있다.
CES는 본래 전자제품 위주로 개최되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CES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60년대의 TV, 70년대의 워크맨, VCR, 80년대의 CD플레이어, 90년대의 DVD 등 TV, 오디오 및 백색가전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었는데, 2010년대 들어서 IT 산업의 발달로 가전제품과 IT 기술이 결합하면서 주관사인 CTA는 변화에 대응하여 전시회의 테마를 '제품'에서 '기술'로 바꾸었고, 이때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CES는 더 이상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와 드론, AI(인공지능), 로봇 등 IT 분야의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미래 비전과 기술력을 공개하는 첨단 IT 전시회로 변모하였고, 1월 초에 열리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그 해의 최첨단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CES는 단순한 전시회 수준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기술 경쟁 및 향연의 장(場)으로 발전하였다. 매년 CES를 통해 기술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인류가 처한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고 전에 없던 혁신적인 가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문제들도 여러 기술들이 융합하면서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전통 제조기업들은 IT로 제품을 스마트화 하고, IT기업들은 기존 산업 분야인 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영역 파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업종별 경계도 사라지고, 현실과 가상세계의 상호작용으로 메타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2025년에는 더욱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한 수익과 성장을 위해 융합을 통한 생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CES는 협업과 융합의 장(場)으로 진화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많은 기업들에게 혁신의 아이디어와 생존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CES 패널토의. CES는 기술 전시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의 리더와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주제로 논의하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출처 : CES 홈페이지
기술 융합에 기반한 ‘인류 위기 극복’과 ‘삶의 질 향상’
4차 산업혁명의 등장 이후, 인류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에만 주목해 왔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디바이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때마다 열광하면서 금방이라도 신세계가 열릴 듯한 환상에 사로 잡히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 팬데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세계 경제는 마비됐고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IT 도움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져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의 위세가 약해지고 엔데믹으로 접어들자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살인적인 물가 상승,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등 세계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를 비롯한 새로운 질병으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동시에 경제 위기, 식량 위기, 기후 위기 등 복합적 위기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 기술이라고 거론됐던 IT 기술들은 대체 무슨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우와’하면서 사람들이 놀랄만한 기술, 즉 보여주기(showing)형 기술이 관심을 끌었다면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술이 더 요구되고 필요해지게 되었다. CES에서 중심 테마로 ‘인간 안보’를 내세운 이유도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위기 극복에 있어서 기술이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동안 CES의 주역은 단연 AI(인공지능)와 로봇이었다. 사물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이나 데이터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딥러닝,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센싱 등이 헬스케어나 스마트홈 등과 결합되어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편리하게 해주는 AI와 로봇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AI는 초거대 AI로 발전하면서 주목받는 하나의 기술을 넘어 ‘약방의 감초’처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였다.
메타버스는 온·오프라인에 구분없이 인간이 일하고 노는 삶의 방식 전반에 걸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CES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가장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빌리티와 디지털 헬스케어는 컨셉의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애그테크는 전쟁과 재난재해로 닥친 식량 위기를 해결할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고, ESG 붐과 함께 급부상한 기후테크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관점에서 전 세계의 공통 관심사인 기후위기를 극복한 마지막 보루로서 그 책임이 막중하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고 스티브 잡스는 창조적 혁신의 비결에 대해 ‘기존의 기술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섞고 융합’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CES는 기술 융합의 장(場)이자 창조적 혁신의 발상지(發祥地)이기도 하다. CES 2025에서 선보인 기술이 서로 융합하여 앞으로 우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또 불확실한 위기 속에서 인류의 파트너로서 어떤 도움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지속가능한 인간의 행복한 삶에 초점을 맞추다
CES는 2023년부터 중심 테마의 하나로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를 내세웠다. CES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기술이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조명하면서 지속가능한 인간의 행복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주제로 강조했다.
인간 안보(Human Security, 인간 안전이라고도 함)란 1994년 UNDP(유엔개발계획,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에서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 1994)’를 통해 처음 선보인 개념이다. 이전까지 통용되어 온 안보 개념을 뒤집어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무력으로 국토를 지킨다는 전통적 안보 개념을 넘어서 발전을 통해 인간을 지킨다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제시했다. 즉, 기존 국가 중심의 안보 개념을 넘어 ‘각 개인의 안전, 풍요, 행복 추구 등을 안보화시킨 범인류적 안보개념’,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인간 안보’이다.
[국가안보와 인간안보 비교]
출처: Kanti Bajpai, ibid.
인간안보는 전통적인 안보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초국가적 문제 등의 발생으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테러, 내전, 기근, 자연재해 등을 비롯해 각종 폭력, 범죄 등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극적 평화 개념인 국가안보를 넘어선 적극적 평화개념을 지칭하는데, 당시 탈냉전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 냉전시대에 국가안보로 좁게 해석되던 안보 개념이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강조점이 옮겨진 데 따른 것이다. 국가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안전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는 전제하에 개개인을 두려움(fear)과 결핍 (wants)으로부터 해방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무기보다는 발전’을 통한 안보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 안보는 광의적 개념과 협의적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의적 개념은 결핍으로 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이다. 이는 경제적 풍요, 사회적 안정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안보개념과 거리가 있다. 협의적 개념은 공포로부터 자유(freedom from fear)로, 폭력, 전쟁, 테러 등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기아·질병·탄압과 같은 만성적 위협으로부터 보호의 측면, 그리고 가정·직장·사회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위협으로부터 안전의 측면을 두루 지닌다.
[인간안보에 포함된 위협 종류]
출처: Kanti Bajpai,“Human Security: Concept and Measurement,”Working Papers, Joan B. Kroc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eace Studies (August 2000), http://www.ciaonet.org/wps/baj01.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8가지 안보 위기
UNDP(유엔개발계획)는 인간 안보에 해당되는 영역으로 경제, 식량, 건강, 환경, 사적, 공동체, 정치, 사이버라는 8가지 분야를 제시하였는데,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국가 존재의 근본 목적인 ‘위험으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생계 보호’에 더욱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8가지 분야의 인간 안보]
출처 : UNDP
또한 인간개발 보고서에서는 인간 안보의 특징을 4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 보편성 : 인간 안보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보편적인 문제이다.
- 상호 의존성 : 인간 안보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 상호 의존적이다. 인간 안전의 위협 요소는 국경 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 예방 : 인간 안보는 사후적 대처보다 사전적 예방이 더욱 효과적이다.
- 인간 중심성 : 인간 안보는 사회 속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인류세 시대의 새로운 위협
UNDP(유엔개발계획)는 2022년 2월, ‘인류세 시대의 인류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New threats to human security in the Anthropocen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위협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였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네덜란드의 화학자로 1995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을 말한다. 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世)를 현대에 적용한 것으로, 시대 순으로 따지면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洪積世)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이다. 즉, 지금까지 계속되던 충적세가 끝나고, 이제 과거의 충적세와는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UNDP가 2022년 2월에 발표한 ‘인류세 시대의 인류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 보고서]
출처 : UNDP
그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이고 길들여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엘니뇨·라니냐·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이로 인해 인류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인류세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 200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로사이언스 포럼에 참가한 각 분야 과학자들도 인류세 이론을 지지한 바 있다. ‘인류세 시대의 인간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란, 인간이 야기한 환경 훼손으로 변화된 과거와 완전히 다른 현 세상에서 코로나를 비롯한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등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위협 요인들을 의미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각 나라의 개발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라는 지표를 만들었는데, 매년 1인당 국내총생산과 평균 수명, 문명퇴치율, 취학률, 여성의 사회적 참여 등 모두 206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산출해 지수로 발표한다. 빈곤과 불평등 문제 연구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야 센과 파키스탄의 마흐붑 울하크 교수가 개발하였는데, 수명과 교육 환경, 생활수준이라는 세 가지 큰 테마가 핵심 측정 대상으로 각 나라의 삶의 질과 발전 정도를 나타낸 수치인 셈이다. 2021년도 국가별 HDI 순위를 보면, 1위 스위스, 2위 노르웨이, 3위 아이슬란드, 4위 홍콩, 5위 호주 순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동 19위를 차지했고 영국은 18위, 미국은 21위, 독일 9위, 캐나다 15위, 프랑스는 28위이다.
인간개발지수 0.962를 기록한 스위스의 경우 기대수명은 84세, 평생 교육받는 기간은 평균 16.5년, 평균 연봉은 6만6000달러(약 9131만원)였다. 최하위는 남수단(0.385)으로 기대수명 55세, 평생 받는 교육 기간 5.5년, 평균 연간 수입 768달러(약 106만원)였다. 한국은 0.925의 지수로 기대수명 83.7세, 평생 교육받는 기간 16.5년, 평균 연봉 4만4501달러(약 6159만원)였다.
그런데 ‘인류세 시대의 인류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개발지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32년만에 최초로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0.601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9년 0.739까지 기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0년과 2021년 각각 0.735, 0.732로 2년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꺾이지 않았던 인간개발지수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과거 일부 국가들에서 HDI가 하락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세계적 추세가 꺾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2020년에 지수 도입 후 처음으로 하락이 나타났고, 2021년에도 이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했다.
인간개발지수의 후퇴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의 영향 등이 세계의 발전을 역행시켰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대수명, 교육, 경제적 번영의 측면에서 지난 수십년 간 일궈낸 성과들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발생한 새로운 위협들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기대수명의 후퇴는 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의 경우 2019년 이후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2년 이상 줄었고 다른 나라들 역시 감소 폭이 훨씬 더 컸다. 2022년 전망도 암울하다. 80여개국이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혼란은 수년 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기준 인간개발지수 상위 20위 국가는 다음과 같다. 1. 스위스(0.962) 2. 노르웨이(0.961) 3. 아이슬란드(0.959) 4. 홍콩(0.952) 5. 호주(0.951) 6. 덴마크(0.948) 7. 스웨덴(0.947) 8. 아일랜드(0.945) 9. 독일(0.942) 10. 네덜란드(0.941) 11. 핀란드(0.940) 12. 싱가포르(0.939) 13. 벨기에(0.937) 13. 뉴질랜드(0.937) 15. 캐나다(0.936) 16. 리히텐슈타인(0.935) 17. 룩셈부르크(0.930) 18. 영국(0.929) 19. 한국(0.925) 19. 일본(0.925)
[1990년 이후의 인간개발지수 추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하락했다.]
출처 : UND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 7명 중 6명 이상이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HDI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더 많이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높은 수준의 건강과 부, 교육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조차도 10년 전보다 훨씬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불안의 원인은 기아(饑餓),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및 사이버 범죄, 전쟁과 분쟁,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기대 수명의 감소 등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들때문으로,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협들을 해결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이 서로 함께 고민하여 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다른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신뢰 수준의 감소와 불안감 사이에도 강한 연관성이 있다. 불안정성이 더 높은 수준으로 인지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가 3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을 믿지 못하는 사회일수록 사회적 불안도는 점점 더 커진다.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
보고서는 사람들이 결핍, 두려움, 불안, 모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더 큰 연대와 인간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CES가 인간 안보에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인간 안보의 위협 요인들을 제거하고 인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CES를 주관하는 CTA(소비자기술협회) 회장 개리 사피로(Gary Shapiro)는 “기술 혁신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항상 역사적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 왔다.”고 하면서, “CES는 가장 시급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여하는 최신 기술 혁신과 혁명가들이 등장하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3. 라스베이거스, MICE 도시의 진화
CES 2025의 개요와 슬로건
2025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전 세계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매년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혁신을 선보이는 CES는 올해도 약 166개국에서 4,800여 개의 기업과 17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그 위상을 과시했다.
이번 CES 2025의 슬로건은 "Dive In"으로, 기술 혁신의 깊이와 이를 통해 열릴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인간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탐구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회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는 약 23만㎡ 규모의 공간으로, 노스 홀(North Hall), 센트럴 홀(Central Hall), 사우스 홀(South Hall), 웨스트 홀(West Hall)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홀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을 다루며 기술의 다양성과 심화된 융합을 보여주었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은 CES 2025 개막 전부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공항과 주요 호텔은 물론, 거리 곳곳에 "Dive In"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배너와 포스터가 걸렸고, 전시회장 주변은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와 관람객으로 활기를 띠었다. 개막 하루 전날인 1월 6일 밤, 라스베이거스의 야경은 화려한 조명 아래 CES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MSG 스피어(The Sphere at The Venetian)는 CES 기간 동안 첨단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디지털 쇼를 선보이며 도시의 밤하늘을 밝게 수놓았다. 이 거대한 구형 구조물은 외벽 전체가 LED 패널로 덮여 있으며, CES 2025의 로고와 AI, 로봇, 지속 가능성 관련 영상을 상영하여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CES 2025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을 한자리에 모았다. AI,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지속 가능성, 스마트 홈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술들이 소개되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엔비디아, 소니, 혼다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각각의 비전과 신제품을 통해 미래를 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레카 파크(Eureka Park)에서는 스타트업들이 AI 기반 헬스케어, 지속 가능 에너지 기술, 자율주행 드론 등 획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대기업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CES의 성공적인 개최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특별한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과거 도박과 화려한 카지노로 대표되던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며 전 세계 주요 전시회를 개최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2021년 웨스트 홀 리노베이션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확장을 거쳐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라스베이거스는 대규모 국제회의와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했으며, CES는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CES와 라스베이거스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다. CES는 라스베이거스의 방대한 인프라와 관광 자원을 활용해 매년 수십만 명의 참가자를 끌어들이고, 라스베이거스는 CES를 통해 첨단 기술과 혁신의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기술과 비즈니스, 그리고 도시의 융합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CES 2025는 단순히 최신 기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장이었다. 각종 기술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비전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조명 아래 더욱 빛났으며, CES와 함께한 4일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혁신의 무대였다.
"CES를 경험한다는 것은 기술 혁신의 최전선을 탐험하는 것이다." CES 주최 측의 설명처럼, 이번 행사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뛰어드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축제였고, 그 중심에는 CES 2025와 라스베이거스가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변신 : 도박 도시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미국 네바다주 남부의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라스베이거스는 한때 '죄악의 도시(Sin City)'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세기 중반 화려한 카지노와 호화로운 호텔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라스베이거스는 네온사인과 룰렛 테이블로 상징되는 도시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국 마카오로 카지노 산업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라스베이거스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도시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이 진행 중이던 약 90억 달러 규모의 시티센터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 문제로 중단될 뻔했으며, 주요 카지노 리조트들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 위기를 계기로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히 도박과 휴양의 도시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CES 2025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앞]
MICE 산업 중심지로의 도약
라스베이거스의 변화를 이끈 핵심 요소는 MICE 산업이었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대규모 국제회의와 전시 행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뜻한다. 라스베이거스는 이 산업을 새로운 도시 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대규모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행사 유치를 통해 점차 입지를 강화해 나갔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2012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LVCVA)은 LVCC의 대규모 확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1년에는 웨스트 홀(West Hall) 리노베이션을 완료하며 약 13만㎡ 규모의 기둥 없는 대형 전시 공간을 선보였다. 이 공간은 자율주행 및 전기차 전시를 비롯한 모빌리티 분야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우스 홀(South Hall)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대적인 외관과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글로벌 수준의 시설로 거듭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와 CES의 관계
라스베이거스가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되었으나, 1995년부터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며 도시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CES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전자 전시회로, 라스베이거스의 경제와 도시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CES와 라스베이거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라스베이거스는 CES 참가자들에게 세계 최대의 전시장과 숙박 시설,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제공했으며, CES는 이를 바탕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과 참가자를 유치하며 라스베이거스의 경제를 활성화했다. 특히, CES 2025는 약 17만 명의 방문객과 4,8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라스베이거스가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변신은 기술 전시회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확장되었다. 2017년 개장한 알레지언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은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NFL)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며,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와 대형 콘서트를 통해 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관람차 '하이 롤러(High Roller)'와 같은 랜드마크는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아이콘: MSG 스피어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변화를 상징하는 또 다른 사례는 2023년에 완공된 MSG 스피어(The Sphere at The Venetian)다. 이 세계 최대의 구형 건물은 약 2조 6천억 원(20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프로젝트로, 외벽 전체가 LED 패널로 덮여 있다. 약 580,000개의 디스플레이 모듈을 통해 4K 해상도의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으며, CES 2025 기간 동안 첨단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디지털 쇼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SG 스피어는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도박과 쇼의 도시가 아니다. 이제는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융합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CES와 라스베이거스의 성공적인 협력은 도시의 화려한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소 ‘MSG 스피어’]
변화를 향한 도전의 끝없는 여정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의 도시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MICE 산업과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LVCVA)에 따르면, 2023년 방문객은 약 4,0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으며, 이 중 600만 명이 컨벤션 참석자였다. 이는 CES를 비롯한 대규모 국제 행사들이 도시 경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의 성공은 새로운 가능성을 포용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이다. 이 도시가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서기까지의 여정은 단순히 인프라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라스베이거스와 CES의 관계는 도시와 산업의 융합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매년 CES가 열릴 때마다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기술과 비즈니스가 모이는 중심지가 되며, 그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혁신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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