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전거 기업 Rad Power Bikes가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던 글로벌 전기자전거 시장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성장 스토리에 기반한 사업 모델의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로 보기 어렵다. 팬데믹 특수 속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전기자전거·퍼스널 모빌리티 기업 전반에 공통적으로 내재돼 있던 구조적 취약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도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파산은 시장 전체에 던지는 경고로 읽힌다.
Rad Power Bikes는 팬데믹 시기 도시 교통 대안과 친환경 이동수단 수요 증가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직접소비자(DTC) 중심의 판매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 대규모 생산 발주가 결합된 전형적인 고성장 스타트업 모델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동 수요가 정상화되고 금리 상승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자, 이 구조의 약점이 빠르게 드러났다.
재고 부담은 급증했고, 물류·관세 비용은 확대됐으며, 서비스와 A/S 비용이 누적됐다. 성장 속도는 둔화됐지만 비용 구조는 줄지 않았고, 추가 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자 기업은 존속을 위해 법적 보호와 매각이라는 선택을 택했다. 성장에 맞춰 설계된 비용 구조가 성장 둔화 국면에서는 그대로 부담으로 전환된 셈이다.
이번 파산 과정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요인은 배터리 안전 문제와 규제 리스크다. Rad Power Bikes는 일부 구형 배터리와 관련해 화재 위험 경고를 받았고, 이에 대해 회사는 문제 제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비자 신뢰 훼손과 규제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산업이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배터리 안전과 사용자 보호가 핵심인 규제 산업에 가깝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다.
이 지점에서 한국 시장과의 닮은 점이 눈에 띈다. 국내에도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전동 이륜 모빌리티를 주력으로 하는 다수의 스타트업과 중소 제조·유통사가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 OEM·ODM 기반 조달, 가격 경쟁력 중심의 초기 확장, 온라인 직판이나 플랫폼 의존 유통, 취약한 A/S와 배터리 회수 체계라는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던 글로벌 전기자전거 기업들의 사업 모델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Rad Power Bikes의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전기자전거와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도로교통법 규제 변화, 보험과 책임 소재, 배터리 안전 인증, 지자체 단위 규제가 사업 존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기 판매 확대에 집중한 모델은 규제나 안전 이슈가 한 번만 불거져도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Rad Power Bikes는 파산 이전, 기존의 DTC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리테일 확대와 고객 접점 강화를 시도했다. 이는 전기자전거가 단순 구매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유지보수와 배터리 교체, 안전 교육까지 포함한 장기 관계형 산업임을 뒤늦게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온라인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은 한국 업체들 역시 다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Rad Power Bikes의 파산은 미국 전기자전거 시장의 뉴스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팬데믹 특수에 기댄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델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얼마나 빠르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규제·안전·서비스까지 감당하며 지속할 수 있는 구조인가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Rad Power Bikes의 이야기는 결코 먼 나라의 사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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