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전거 기업 Rad Power Bikes가 결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던 전기자전거(e-bike) 산업이 수요 둔화와 비용 압박을 동시에 맞으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라드 파워는 2025년 1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챕터11(Chapter 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정상 영업을 유지하며, 향후 45~60일 이내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즉각적인 청산이 아니라, 사업 가치를 보존한 상태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파산 보호를 통해 시간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매각을 통한 재출발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라드 파워의 파산은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라기보다, 팬데믹 이후 전기자전거 시장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팬데믹 기간 대중교통 기피와 친환경 이동수단 수요 급증으로 급성장했던 e-바이크 시장은, 이후 수요 정상화와 금리 상승,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압박을 받았다. 성장기에 설계된 비용 구조와 재고 전략이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부담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VanMoof와 스웨덴의 Cake가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인수자를 찾은 바 있다. 이들 사례는 브랜드와 기술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재편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라드 파워 역시 매각을 통한 생존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드 파워의 위기는 자금 조달 실패와 안전 이슈가 겹치며 가속화됐다. 회사는 올해 11월 직원들에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망한 투자 거래가 거의 성사 단계에 있다”고 알렸지만, 해당 거래는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배터리 안전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구형 라드 파워 배터리와 관련해 화재 31건이 발생했다며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라드 파워는 CPSC의 표현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양측 간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와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파산은 수년간 이어진 내부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 라드 파워는 여러 차례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올해 초 CEO를 교체했다. 새 CEO로 선임된 Kathi Lentzsch는 부진 기업 재건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전환을 시도했다. 핵심은 직접판매(DTC)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소매 유통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두고 “더 많은 라이더에게 다가가고 고객 관계를 재정의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 전환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자금 여력이 먼저 소진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무 구조 역시 취약했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라드 파워는 자산 약 3,200만 달러, 부채 약 7,300만 달러 상태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800만 달러 이상은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납부하지 못한 관세로, 회사 측은 이를 분쟁 중(disputed)이라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이 파산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마이크로모빌리티 기업의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압박해온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는 전동 스케이트보드 업체 Boosted의 몰락을 앞당긴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라드 파워의 파산은 전기자전거 산업이 ‘확장’의 단계에서 ‘생존’의 단계로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서, 유통 구조의 안정성, 비용 통제 능력, 규제 대응 역량이 기업 존속을 좌우하는 국면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라드 파워가 독립 브랜드로 재탄생할지, 아니면 기존 모빌리티 기업이나 대형 유통사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될지다. 어느 쪽이든 이번 사례는 팬데믹 특수에 기반한 급성장 모델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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