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태양의 빛을 지구 바깥, 우주에서 직접 모은 뒤 그 에너지를 지상으로 쏘아 보내고, 그 모든 전력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자동 정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다소 공상과학처럼 들리는 아이디어가 지금 실제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Robinhood)의 공동 창업자였던 바이주 바트(Baiju Bhatt)가 새롭게 시작한 우주 에너지 스타트업 ‘에테르플럭스(Aetherflux)’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무려 5천만 달러(한화 약 67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와 인터라고스(Interlagos)가 주도했으며, 빌 게이츠가 설립한 친환경 기술 투자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세계적인 테크 투자사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 그리고 NEA 등 글로벌 유수의 기술 투자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에테르플럭스가 가진 비전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보여주는 투자 라인업이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 방식 자체를 우주에서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실험에 동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주에서 수집한 태양광을 지상으로 전송한다?
에테르플럭스가 개발 중인 핵심 기술은 바로 ‘우주에서 태양광을 모아 지구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지구 저궤도에 다수의 인공위성을 띄우고, 그 위성 군집을 통해 우주의 강력한 태양빛을 수집한 뒤, 이를 ‘적외선 레이저’라는 방식으로 지구의 특정 지점에 위치한 ‘그라운드 스테이션’으로 전송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에도 ‘무선 전력 송신’ 개념은 존재했지만, 대부분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송신 장비가 크고, 에너지 손실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에테르플럭스의 적외선 레이저 방식은 훨씬 작고 정밀하며, 무엇보다도 극한의 환경에서도 고효율 전력을 보다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주 바트 CEO는 “이 기술은 지금까지의 에너지 시스템이 안고 있던 지리적 제약과 물리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라며, “전력이 부족한 곳에도 실시간으로 고성능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미래형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에테르플럭스는 이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위성 제작과 송전 기술의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첫 번째 실증 임무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의 ‘Web3화’ –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의 결합
에테르플럭스가 지향하는 미래는 단순히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에테프플럭스가 추구하는 미래 에너지 수집 기술이 블록체인과 Web3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에너지의 인터넷(Internet of Energy)’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에테르플럭스가 수집한 태양광은 지상으로 전송된 후,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통해 각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에너지의 흐름과 사용 내역이 모두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면, 정산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는 ‘스마트 계약’이라는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한다.
스마트 계약은 사람이 중간에서 개입하지 않아도,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 내용을 실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전기를 사용하면 그 사용량에 따라 자동으로 요금이 지불되며, 거래 내역도 변조 불가능한 상태로 저장된다.
이 시스템은 기존 에너지 시장이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 예를 들면, 복잡한 중간업자 구조, 불투명한 요금 체계,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전기를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더 투명하고 공정한 에너지 거래가 가능하게 만든다.
Web3 + 우주 에너지 = ‘탈중앙화 에너지 거버넌스’
에테르플럭스가 web3를 결합하여 그릴 수 있는 미래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선다. 이들은 블록체인과 우주 에너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회 인프라 구조인 ‘탈중앙화 에너지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다.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은 대부분 중앙 집중형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소수의 기업이 전력망을 장악하고, 소비자는 별다른 선택 없이 이를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에테르플럭스가 Web3를 통해 닿을 지점에서는 이 구조가 완전히 뒤바뀐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연결된 디지털 지갑을 통해 직접 전력을 구매하고, 자신이 생산한 남는 전기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형태로 시장에 내놓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이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안전하게 기록되며, 중간의 전력 회사나 중개인은 필요하지 않다.
나아가,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정책이나 규칙도 중앙 정부나 기관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형태로 사용자 커뮤니티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에너지 시장의 ‘주인’이 소비자 개인이 되는 구조다.
이처럼 에너지가 더 이상 소수에 의해 통제되는 ‘공공재’가 아니라, 누구나 사고팔 수 있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재정의된다는 점은 Web3 철학(탈중앙성, 투명성, 자율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에테르플럭스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구조적 기반을 하나씩 구축해가고 있다.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오늘날 전 세계는 에너지 문제라는 복잡한 퍼즐 앞에 서 있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특정 지역은 남는 전력을 버리는 반면, 다른 지역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국가가 의존하고 있는 중앙 집중형 에너지 인프라는 이미 오래전에 설계된 시스템으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에테르플럭스는 이와 같은 문제를 단순히 회피하거나 임시방편으로 넘기지 않는다. 대신, 전력 생산과 공급의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시스템은 우주에서 지구 궤도 위에 떠 있는 위성들의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수집하고, 이를 지구 곳곳에 설치된 소형 수신소(그라운드 스테이션)에 보내도록 설계돼 있다. 이 방식은 특정 국가나 기존의 거대한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더 작고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력을 나누는 구조다.
이러한 분산형 구조는 특히 기후 변화나 지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에 더 강한 복원력을 가지며, 대규모 정전이나 공급 차질이 발생해도 빠르게 대체 경로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즉, 에테르플럭스는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 비롯된 병목과 취약성을 해소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미래 에너지 생태계를 실현하려는 기술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2026년 실증 임무, 그리고 그 이후를 향해
에테르플럭스는 이번에 유치한 5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활용해, 우주 위성의 제작과 송전 기술의 엔지니어링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2026년에 진행할 첫 번째 실증 임무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 우주 환경에서도 상업적으로 작동 가능한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 실증 임무는 단순한 기술 테스트를 넘어, ‘우주 태양광 발전’이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위성 군집이 수집한 태양 에너지를 적외선 레이저로 지상에 전송하고, 이를 정밀하게 계량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기존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아직 에테르플럭스는 공식적으로 Web3 기술 도입을 선언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설계 중인 시스템의 구조를 보면, 에너지의 계량, 사용 기록, 거래, 정산 과정 모두가 블록체인 기술과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우주에서 에너지를 보내는 기술 실험이 아니라, Web3 기술이 현실의 물리적 인프라에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에테르플럭스가 성공한다면, 이는 블록체인과 Web3 기술이 가상 자산을 넘어 전력·통신 등 실물 기반 인프라를 탈중앙화하는 미래를 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전력의 탈중앙화, 그 가능성의 서막을 열다
에테르플럭스는 현재로서는 우주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시리즈 A 단계에서 5천만 달러를 유치한 유망한 스타트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비전은 단순한 기술 기업의 목표를 훌쩍 넘어서 있다. 이들의 구상은 Web3 철학, 탈중앙화된 디지털 인프라, 그리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불균형 문제와 깊게 맞물려 있다.
만약 에테르플럭스가 2026년 실증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Web3 기반의 자동 정산 시스템까지 구축하게 된다면, 에너지는 단순한 ‘공공재’나 유틸리티를 넘어, 누구나 생산하고 저장하며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권력’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는 곧, 전력을 데이터처럼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된다면 에테르플럭스의 여정은 단지 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에너지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 생산자와 소비자가 맺는 관계, 그리고 에너지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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