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콘텐츠 유통의 통제권까지 장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텍스트부터 이미지, 음악, 영상까지 ‘창작’이라는 행위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는 지금, 콘텐츠의 소유권과 플랫폼의 지배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지식의 공유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AI의 등장은 콘텐츠 통제 권력의 재편 신호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24년 「생성형 AI 생태계 현황 및 발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연구 개발(R&D)과 기업 투자가 전례 없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의 실용화 단계를 거쳐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가 빠르게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능력으로 인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4년 이후, 생성형 AI는 급속히 콘텐츠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에서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뉴스, 에듀테크, 게임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활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의 ‘소유자’와 ‘통제자’가 누구인가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은 이를 유통하는 중개자 역할에 가까웠다. 그러나 AI가 창작을 주도하게 되면서 플랫폼은 점점 콘텐츠 ‘창작자이자 배포자이자 검열자’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소유보다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
AI 콘텐츠 시대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저작권 문제를 넘어, 플랫폼의 운영 원칙과 데이터 접근 권한, 알고리즘의 투명성에 있다. 이는 바로 '지배구조'의 문제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메타와 구글, 엑스(구 트위터)의 알고리즘이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심리를 진행 중이며,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판단할 기준 마련에 나섰다. 이 논의는 플랫폼이 사회적 권력을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Web3와 ‘디지털 주권’ 실현의 새로운 가능성
블록체인 기반의 Web3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탈중앙형 플랫폼은 소유권과 수익 구조를 창작자에게 직접 연결해 주는 구조로, AI 시대에 새로운 ‘창작과 유통의 민주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Web3는 디지털 지갑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정량적 기록과 기여도를 투명하게 남기며, NFT를 통한 보상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AI와 사람의 협업 결과물조차도 정당한 가치로 분배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교육, 콘텐츠 주권의 최전선으로 부상
콘텐츠 통제권의 문제는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화두다. AI가 교재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하면서, 교사나 교육 콘텐츠 개발자의 창작물이 플랫폼의 ‘데이터 자산’으로 흡수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AI의 학습 효율을 위해 개인의 지식 자산이 무단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의 주체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며, AI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이 통제권을 잃지 않도록 하는 교육 주권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별 '소버린 AI', 플랫폼 주권 전쟁 시작
플랫폼 통제권을 둘러싼 논의는 국제 정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MA)’을 통해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공개와 사용자 데이터 권한 강화 조치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소버린 AI’를 통해 자국 내 AI 인프라 및 플랫폼 생태계를 독립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는 ‘HyperCLOVA’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어 중심의 독립 AI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독립성을 넘어서 플랫폼 주권을 지향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기술을 넘어서는 사회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AI는 콘텐츠 제작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의 구조, 노출 방식, 수익 배분, 그리고 표현의 기준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작동하는 사회적 규칙과 구조다.
콘텐츠 플랫폼의 통제권이 일부 기업에 집중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보의 편향, 창작자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창작 동기 저하 등은 그 일면일 뿐이다.
결국 AI 시대의 콘텐츠 생태계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정치’다. 콘텐츠를 누가 만들고, 누가 소유하며, 누가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며, 플랫폼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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