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진이라지만… 핵심 시점의 이탈
엘론 머스크에 감사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법 배웠다”
AI 인재 유출과 인간형 로봇의 산업화 딜레마
2025년 6월 7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 ‘옵티머스(Optimus)’를 총괄해온 밀란 코박(Milan Kovac) 부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직무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이유임을 거듭 강조하며, “엘론 머스크와 테슬라 팀에 대한 지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자발적 퇴진이라지만… 핵심 시점의 이탈
코박의 퇴사는 단순한 인사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2016년 테슬라 자율주행팀(AutoPilot)에 합류해 수년간 핵심 엔지니어로 활약했고, 2022년부터는 인간형 로봇 개발을 위한 ‘옵티머스 프로젝트’를 제로에서 이끌었다. 단 몇 개의 Kuka 로봇 팔에서 시작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체 플랫폼을 구축한 팀의 선봉장이었다.
특히 그는 2024년 말부터 옵티머스 총괄 부사장(VP)으로 승진하며,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옵티머스와 오토파일럿의 공통 인프라까지 감독하는 ‘AI 통합 전략’의 중추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AI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가 옵티머스 프로젝트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아쇼크는 오토파일럿 AI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로, 코박과도 오랜 시간 협업해온 동료다.
코박 부사장은 “Kuka 팔밖에 없던 시절부터 모든 플랫폼을 함께 만든 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어 “이제는 내가 없어도 옵티머스는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조직의 자생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엘론 머스크에 대해 “나에게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하드코어한 회복탄력성과 공학 원칙의 정수를 보여준 사람”이라며 극진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AI 로봇, 세상을 바꿀 것”… 코박의 확신
코박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개발이 빠르게 진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밤새 디버깅하며 만든 기술이 이제는 세상을 바꿀 준비를 마쳤다”며, 특히 옵티머스는 머지않아 사람들의 이동과 노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 없이는 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테슬라의 기술에 익숙해졌다고 말하며, 자신이 몸담은 기술의 실용성과 영향력에 대해 강한 확신을 나타냈다.
코박은 테슬라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특히 엘론 머스크에 대한 각별한 감사를 표현했다.
“엘론은 나에게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법, 그리고 진짜 공학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론과 함께한 지난 10년이 영광이었다”며 테슬라에 대한 지지는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AI 인재 유출과 인간형 로봇의 산업화 딜레마
밀란 코박의 사임은 테슬라 내부 인사 차원을 넘어, AI·로보틱스 산업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가 이끈 옵티머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닌, 제조·물류·서비스 노동을 대체할 대규모 로봇 노동력 투입의 전초기지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테슬라뿐 아니라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노리는 차세대 자동화 시장의 ‘AI 몸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은 여전히 기술 완성도, 배터리 효율, 가격 문제, 노동시장 수용성 등 복합 난제를 안고 있는 분야다. 핵심 인재의 이탈은 그 자체로 기술 상용화 일정에 대한 외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는 불과 한 달 전, “2025년 말까지 옵티머스 로봇 수천 대가 공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옵티머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대량화되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연간 ‘수백만 대 생산’ 체제 구축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옵티머스 프로젝트 수장이 교체되는 것은 내부 일정과 기술 완성도, 생산 역량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변수다.
“테슬라는 승리할 것”…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코박은 마지막으로 “테슬라는 승리할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고 썼다. 단순한 작별 인사 같지만, 이는 테슬라가 준비 중인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신념이자, 동료들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그가 떠난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그리고 옵티머스 프로젝트가 실제로 로봇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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