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변조 불가능한 이력...플랫폼 락인의 가능성
한국 제조·물류업 현장에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장에서는 센서가 달린 스마트 설비가 돌아가고, 물류창고에서는 AI가 이상 징후를 예측해 고장을 미리 막는다. 물류 차량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디지털화된 운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돈을 주고받는 정산 과정은 여전히 느리고 수작업 중심이다.
이 간극이 지금 제조·물류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자재 발주는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MES(생산관리 시스템)로 자동화됐지만, 대금 정산은 종이 송장 발행과 회계 검토, 상신·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며칠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 운송은 실시간으로 추적되지만, 운송비 지급은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묶어서 처리되고 있다.
운영은 실시간인데 정산은 비동기적이라는 점이 디지털 공급망의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S의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첼로 트러스트(Cello Trust)’가 주목받고 있다. 이 플랫폼은 물류·부품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변조를 막고, 정산 조건과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 결제를 직접 실행하지는 않지만, 스마트 계약이나 스테이블코인 기반 자동 정산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삼성SDS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기술 인프라를 갖춘 만큼, 시장에서는 삼성SDS가 향후 실시간 결제 플랫폼으로 확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운영은 디지털화, 정산은 여전히 수작업
삼성SDS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과 통합 물류 플랫폼을 제조·물류 기업에 제공하며 공급망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설비 운영, 품질 관리, 자재 흐름은 AI로 분석되고, 화물의 위치·온도·진동 정보도 IoT 센서로 실시간 기록된다.
하지만 자금 흐름은 여전히 사람이 손으로 확인하고 결재를 올리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자재가 자동 발주되고 배송이 완료돼도, 돈을 받기까지는 회계 검토와 승인을 거치며 수일 이상 지연되기 일쑤다.
이런 정산 지연은 자금 여유가 부족한 중소 협력업체나 운송사에 더 치명적이다. 물건을 보내고도 돈을 못 받아 유동성이 악화되면 납기 차질과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운영이 잘 갖춰져도, 돈이 제때 돌지 않으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SDS는 ‘첼로 트러스트’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화물 이동 경로, 납품 시간, 계약 조건 등을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기록한다. 이렇게 확보된 신뢰 기반 데이터는 향후 자동 결제 시스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을 적용하면 자재가 납품되고 조건이 맞는 경우 바로 정산 트리거가 작동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SDS는 아래와 같은 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제조 부문: 스마트 계약 기반 정산 로직 실험 가능성
자재 자동 정산 시나리오: 재고 센서가 임계치를 인지하면 자동 발주가 실행되고, 납품 완료와 동시에 결제 조건 충족 여부가 블록체인상에 기록된다. 추후 스마트 계약을 연동한다면 이 조건을 기반으로 정산 트리거가 작동할 수 있다.
공정 기반 비용 측정: 생산설비 가동시간, 전력 사용량, 작업 투입 시간 등 공정 단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량적 비용 산정이 가능하며, 이는 내부 원가 시스템과 스마트 계약 조건의 연결 실증에 활용될 수 있다.
성과 기반 협력사 협력: 불량률, 납기율 등의 KPI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면 성과 기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정산 로직과의 연동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 물류 부문: 조건 기반 운송비 정산 인프라
도착 조건 검증 기반 정산: 첼로 스퀘어 및 첼로 트러스트에서 이미 제공 중인 GPS 기반 위치 정보와 온도·습도·충격 센서 데이터를 결합하면 운송 계약 이행 조건을 자동 판단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자동 지급 트리거와의 연계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상·패널티 데이터 구조: 정시 도착, 품질 유지 등 조건 충족 시 보너스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조건 불이행 시 패널티 조건을 고정하는 정책형 계약 조건 구조도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다.
■ 신뢰 기반 결제 흐름의 확장 가능성
첼로 트러스트는 현재까지 결제를 직접 실행하지 않는다. 다만 이력 기반 증빙 데이터의 신뢰성과 불변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은 향후 회계, ESG 리포트, 공급망 실사 등 외부 감사 요구에 대응 가능한 신뢰 기반 원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추후 스마트 계약·스테이블코인 결제 로직이 구현될 경우 결제 조건에 대한 증거 레이어로 기능할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연계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성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이력관리 시스템 첼로 트러스트로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능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산업 현장의 결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기반이 주목받는다. 앞서 내용과 같이 현재까지 삼성SDS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결제 자동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첼로 트러스트를 통해 확보한 기술 인프라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시대에 추후 실시간 결제 흐름으로의 확장을 충분히 뒷받침할 조건을 충족한다.
첼로 트러스트가 자재 납품이나 물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한다는 점은 나날이 그 가치를 높여간다. 이를 통해 후속 결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신뢰 가능한 정량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정보는 향후 스마트 계약 기반의 조건부 지급 트리거와 연동될 수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연계는 특히 자금 회전율이 낮은 중소 협력사나 운송사 입장에서 유동성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잠재성이 충분하다.
또한 첼로 트러스트는 공정별 생산 데이터, 물류 이행 기록, 운송 조건 충족 여부 등 다양한 지표를 블록체인 원장에 통합 관리한다. 이는 회계 감사 및 ESG 보고서에 활용 가능한 고신뢰 데이터로 진화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의 ESG 평가 항목이 점차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러한 블록체인 인프라는 회계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 지표의 정량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가치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결제 생태계로의 확장 가능성도 주목할 지점이다. 첼로 트러스트가 향후 외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예: USDT, USDC)과 연동될 경우,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복잡한 해외 송금 절차를 단순화함으로써 결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여지가 주어진다. 특히 실거래 기반의 이행 데이터를 실시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은 신용 기반의 전통 결제 시스템 대비 구조적 신뢰성과 속도 모두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이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삼성SDS의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플랫폼과 통합된 형태로 발행되어 플랫폼 내부에서 순환되도록 설계된다면, 이는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 내부에서 결제와 운영이 자율적으로 순환하는 클로즈드 루프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협력사들은 NVIDIA의 범용 연산 플랫폼 CUDA의 케이스와 유사하게 삼성SDS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머무를 유인을 갖게 된다. 결국 삼성SDS는 단순한 솔루션 공급자를 넘어 제조·물류 산업 운영과 결제를 통합하는 인프라 기업으로 포지셔닝할 가능성도 열린다.
결제 디지털화의 출발점, 첼로 트러스트
삼성SDS의 첼로 트러스트는 실물 흐름과 디지털 정산 흐름을 정합성 있게 연결하는 기반 기술 바탕으로 결제 혁신의 실행 조건을 갖추었다. 오늘날 제조·물류 산업의 주요 이슈인 스마트 팩토리의 자동 발주, 실시간 물류 추적과 같은 고도화된 운영 시스템이 자금 정산의 지연성과 비동기성과 충돌하는 상황은 어쩌면 첼로 트러스트의 조건 기반 정산과 스마트 계약 연동으로 보완 가능할 수 있다. 규제와 제도 변화에 따라 삼성SDS 생태계의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실제화될 경우, 첼로 트러스트는 이를 뒷받침할 신뢰 가능한 증거 원장으로 작동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제조·물류 산업 운영과 결제를 통합하는 삼성SDS와 첼로 트러스트 플랫폼 전략의 핵심축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주목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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