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이센스,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으로
2. TCL, 디스플레이와 웨어러블로 넓히는 세상
3.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주는 메시지
4. 딥시크(DeepSeek)가 시장에 던진 중국 AI의 충격파
CES 2025의 전시장은 단순한 기술의 축제가 아니었다. 전 세계 기업들이 기술과 비전을 앞세워 경쟁하는 글로벌 격전지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었다. 더 이상 "저가 제품의 대명사"로 머물지 않는 그들은 기술력과 혁신을 무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특히, 이번 CES에서 하이센스(Hisense)와 TCL은 자신들의 기술과 전략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하이센스,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으로
하이센스는 그동안 "가성비 좋은 TV"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CES 2025에서 그들은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하이센스는 더 이상 단순히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은 "혁신"과 "프리미엄"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이센스 부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초대형 레이저 TV였다. 이 TV는 마치 영화관 스크린처럼 넓은 화면과 생생한 색감을 자랑했다. 하이센스는 기존 LED와 OLED 기술 대신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더 선명하고 눈에 편안한 화면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관람객 중 한 명은 "이건 단순히 TV가 아니라 우리 집에 영화관을 설치하는 느낌이네요!"라며 감탄했다.
또한, 하이센스는 8K TV 라인업도 선보였다. 특히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통해 일반 HD 콘텐츠도 8K 화질로 변환해주는 기능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이센스는 기술과 함께 홈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센스는 단순히 TV 기술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스마트홈 생태계를 강화하며, 가전제품 간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조명까지 모든 가전이 IoT 기술을 통해 통합되었으며,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시연은 스마트홈의 편리함을 극대화시켰다. 하이센스는 더 이상 TV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스마트 가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로 변신하고 있었다.
[중국 TV 대표주자인 하이센스]
TCL, 디스플레이와 웨어러블로 넓히는 세상
TCL은 하이센스와 함께 CES 2025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중국 기업이었다. TCL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새로운 강자"라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기술과 글로벌 전략을 선보였다.
TCL의 부스에서는 미니 LED TV와 QD-OLED 디스플레이가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미니 LED는 기존 LED 디스플레이보다 더 밝고, 더 깊은 블랙을 표현할 수 있었다. 반면 QD-OLED는 OLED의 장점인 색감과 명암비를 더욱 개선해, 완벽한 화면 경험을 제공했다.
TCL의 한 관계자는 "이 기술은 단순히 화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콘텐츠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TCL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TV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이번 CES에서 그들은 폴더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며 디스플레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확장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기존 제품보다 더 얇고 내구성이 강화되었으며, 웨어러블 기기는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우리 일상에 이렇게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주는 메시지
하이센스와 TCL은 이번 CES 2025에서 단순히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을 명확히 드러냈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가성비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이센스의 레이저 TV와 TCL의 QD-OLED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CES에서 하이센스와 TCL은 단순히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첨단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제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TCL은 친환경 소재와 탄소 배출 감소 같은 지속 가능성 요소를 강조했다. 그들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책임 있는 기업으로 자리 잡고자 했다.
딥시크(DeepSeek)가 시장에 던진 중국 AI의 충격파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선보인 AI 모델 'R1'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모델은 미국의 주요 AI 모델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 비용이 현저히 낮아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딥시크는 약 2,000개의 엔비디아 H800 시리즈 GPU를 사용하여 55일간 훈련을 진행했으며, 이는 약 558만 달러의 비용으로, 미국의 메타(Meta)가 최신 AI 기술 개발에 소요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러한 혁신은 미국 기술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일부 매체는 이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으로 묘사하며, 미국의 AI 우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딥시크의 'R1' 모델은 수학, 코딩, 자연어 추론 등에서 오픈AI(OpenAI)의 최신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으며,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이를 'AI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梁文锋)은 중국의 AI 혁신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저장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6년에 헤지펀드인 하이플라이어(High-Flyer)를 공동 설립하였으며, 2023년에는 AI 연구소를 설립하여 딥시크로 발전시켰다. 딥시크는 연구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여 상업화보다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은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제한의 한계를 부각시키며, 글로벌 기술 주식 시장에 변동을 야기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Nvidia)의 주가는 최대 17~18% 하락하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등도 주가 하락을 겪었다.
딥시크의 급부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 AI 시스템을 외국 영향력 행사, 허위 정보 확산, 감시 및 사이버 무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따르면, 수집된 정보는 중국 본토에 위치한 안전한 서버에 저장되며, 사용자 입력, 업로드된 파일, 피드백, 채팅 기록 등을 수집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 당국은 딥시크의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고 있으며,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국가 안보 검토를 시작했다. 대만의 디지털부는 정부 부처에 딥시크 서비스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였고,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Greg Abbott)은 딥시크를 포함한 일부 앱의 주정부 기기 사용을 금지했다.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중국의 AI 굴기(堀起)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중국의 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의 AI 산업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딥시크의 사례는 중국 내 다른 AI 기업들에게도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특히, 제한된 자원으로도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은 스타트업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중국 내 AI 인재 양성과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딥시크의 AI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전 세계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딥시크의 부상은 미국과의 기술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도 예상된다. 또한, 딥시크의 AI 모델이 중국 정부의 검열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의 AI 굴기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AI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CES 2025에서도 보았듯이 하이센스와 TCL 같은 중국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혁신의 선도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과거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낮은 기대를 가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들은 기술과 디자인 모두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CES를 찾은 한 관람객의 말처럼, 하이센스와 TCL은 더 이상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나, 미래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경쟁의 무대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 그리고 딥시크까지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에서 강력한 도약을 이루며 세계 시장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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