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 현실 전장복제 가상훈련의 부상
전장 지형 디지털 트윈: 미군 STE와 NATO의 가상전장
장비 정비훈련과 인간 디지털 트윈: 한국군 적용 사례
교육 분야: ‘Learning by Doing’ 몰입형 학습의 확산
정책 및 산업계 동향: 민군 공동의 시뮬레이션 혁신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기술적 구성 요소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 세계의 객체나 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한 “가상 분신”으로, 물리 객체의 상태와 동작을 실시간 데이터로 반영하는 모델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공장의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3D 모형이 아니라,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기계 성능, 재고 수준, 생산 속도 등의 실시간 데이터까지 포함하여 현실 공장의 상황을 똑같이 보여준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은 단순 시뮬레이션보다 한 단계 발전한 개념으로, 현실과 양방향으로 연결된 실시간 모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물리 세계의 변화가 가상 트윈에 즉각 반영되고, 가상 환경에서의 분석 결과나 최적화 방안이 다시 현실에 피드백 될 수 있는 데이터 순환 구조를 가진다.
디지털 트윈의 기술적 구성 요소로는 첫째, 현실 물체에 부착된 센서와 IoT 장치가 있다. 이들은 물리 시스템의 동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가 전송되는 통신 및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다. 센서 데이터는 인터넷이나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 데이터베이스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송되며, 고속 통신은 지연 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반이 된다.
셋째, 중앙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모델링 및 분석 엔진이 있다. 이 단계에서 AI와 알고리즘이 투입되어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거나 예측 모델을 운영하며, 객체의 상태를 가상공간에 재현한다.
넷째, 이렇게 해서 생성된 가상 모델, 즉 디지털 트윈을 사용자들이 보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각화 및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예컨대 3D 그래픽 화면이나 대시보드를 통해 사용자는 디지털 트윈의 동작을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양방향 연계를 가능케 하는 시뮬레이션 및 제어 모듈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가상 모델에서 여러 “가상 실험”을 실시해 보고 그 결과를 현실 시스템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현실에서 발생한 이벤트에 따라 가상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구성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현실-가상 간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를 형성함으로써, 디지털 트윈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생동하는 모델이 된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Physical Twin)과 그것의 가상 모델 사이의 실시간 동기화를 통해, 설계부터 운영, 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개념은 2010년대부터 제조, 건설,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서 도입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국방과 교육 분야에서도 현실 복제 가상훈련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아래에서는 국방과 교육 각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대표 사례들을 살펴보고, 관련 정책 및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국방 분야: 현실 전장복제 가상훈련의 부상
국방 분야에서는 전장 상황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재현하거나 무기·장비의 성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병력의 훈련, 작전 계획, 장비 유지 등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미군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군대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실전과 똑같은” 가상훈련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투준비태세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장 지형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훈련 시스템, 장비 정비 및 인체 디지털 트윈 기반의 훈련, 그리고 단일 합성환경(Single Synthetic Environment) 구축 시도를 들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군사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보헤미아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BISim), Blackshark.ai, BAE Systems 등 산업체들이 군과 협력하여 첨단 가상훈련 환경 조성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각각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장 지형 디지털 트윈: 미군 STE와 NATO의 가상전장
그림1.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훈련 장면 (출처 BISim)
미 육군은 전 세계 지형을 3D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One World Terrain (OWT)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트윈 기반 훈련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육군의 차세대 통합 가상훈련체계인 STE(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지구 전체를 3차원 디지털 지형으로 렌더링하여 병사들이 실제 임무 지역과 동일한 가상현실에서 훈련하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중동 사막이나 동유럽 시가지 등 어느 지역이든 실제 지형 데이터 기반으로 가상전장을 생성할 수 있으며, 병력은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해당 지형의 디지털 트윈 상에서 가상 임무 리허설을 진행할 수 있다.
STE 환경에서는 차량 시뮬레이터, 무기 조작 트레이너, 데스크톱 시뮬레이션 등이 모두 이 공통 지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게임에 여러 훈련 장비가 접속하는 것처럼 일관된 가상공간에서 훈련이 이뤄진다.
미 육군은 당초 2028년을 목표로 STE를 개발 중이었으나 기술 성과가 가속되면서 목표 시한을 2024년으로 앞당겼고, OWT 역시 2023년까지 핵심기능을 제공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OWT는 5G 통신망과 연계되어 전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훈련환경을 지향하고 있어, 장병들이 주둔지에 상관없이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동일한 가상전장에 참여할 수 있는 분산훈련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군이 구축한 전장 지형의 디지털 트윈은 NATO 동맹군 등 우방국과도 공유되어 다자 간 연합훈련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군의 가상훈련 소프트웨어 VBS4(Bohemia Interactive Simulations社 개발)는 미 육군·해병대를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호주 등 다수의 NATO 회원국 군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 모두 높은 현실감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전술 시뮬레이션이 단순히 게임 같은 그래픽으로 훈련 상황을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AI 기반 지형 생성 기술을 접목하여 실제 지형·건물·식생이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보이는 “살아있는 전장”을 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군은 VBS4 개발사인 BISim을 통해 위성지도와 항공사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을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Blackshark.ai의 AI 엔진으로 처리하여 현실 도시와 국가, 지형을 똑같이 본뜬 3D 환경을 생성하고 있다. AI가 위성 이미지에서 건물과 지형 정보를 추출해 3D 모델로 만들고, 여기에 기상 효과와 나무, 물체까지 자동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현재 시점의 실제 지형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가상 전투 공간이 탄생한다.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트윈 전장에서 병사들은 자신들이 곧 배치될 실제 장소의 “거울 이미지”와도 같은 가상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 있다.
Blackshark.ai의 CEO 미카엘 푸츠(Michael Putz)는 “이번 협력을 통해 어떤 현실 세계 장소라도 최신 상태의 포토리얼리스틱 3D 훈련환경으로 제공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기술은 곧 NATO가 추구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의 통합환경 구축 목표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BISim과 Blackshark.ai의 협력은 NATO의 훈련 및 시뮬레이션 가속화 방향에 부응하는 것으로, 위성 데이터만 있으면 수일 내로 현실 지형의 쌍둥이를 가상으로 만들어내어 임무 계획·리허설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NATO 차원에서도 단일 가상전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표준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24년 NATO 변혁사령부(ACT)는 디지털 트윈 개념검증(PoC) 사업 공고를 통해 “디지털 트윈은 연결된 물리 자산의 가상 표현이며, 모델과 현실 자산 간 동기화된 데이터 교환 및 피드백 루프가 핵심”이라는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 트윈 관련 NATO 공통 표준(STANAG)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상호운용 가능한 데이터 형식과 통신 규약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를 실험하는 연합훈련도 구상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영 등 동맹국이 개발한 전장 디지털 트윈을 NATO 공동훈련에 활용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한편, 각 회원국의 군사환경을 하나로 연결하는 “연합 메타버스 전장”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비 정비훈련과 인간 디지털 트윈: 한국군 적용 사례
국방 분야 디지털 트윈 적용은 전장 환경뿐만 아니라 무기체계의 정비 및 병사의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한 훈련에도 확대되고 있다. 장비 정비훈련의 경우, 과거에는 실제 장비를 분해·조립하며 익혀야 했던 유지보수 절차를 이제는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가상 장비를 통해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비병은 가상의 항공기 엔진 모델을 보면서 부품 교환 절차를 반복 숙달하거나, 고장 진단 시뮬레이션을 실행해볼 수 있다.
미 해군은 이미 함정 및 항공기 정비 분야에 AR/VR 정비훈련 시스템을 도입하여, 검증된 디지털 트윈 모델을 이용한 맞춤형 정비 교육 도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상 정비훈련은 위험 부담 없이 복잡한 정비작업을 연습할 수 있게 해주므로 인력 양성에 효과적이며, 추후 실제 정비에 들어갔을 때 실수로 인한 장비 손상이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나아가 AI 기반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기법과 결합되면 디지털 트윈으로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고장 발생을 미리 예측하여 부품 교체 주기를 최적화하는 등, 훈련뿐만 아니라 운용 효율화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준다.
특히 인간 디지털 트윈(Human Digital Twin) 개념은 군 인력의 훈련 및 전투력 향상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모조(BioMojo)社는 병사 개인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해, 신체 스캔 데이터와 생체 센서, kinematic(운동) 정보 등을 통합하는 실시간 인간 모델링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은 병사의 신체적 상태(예: 탈수 정도, 체온), 장비 착용에 따른 움직임 제약, 심리적 스트레스와 같은 물리·인지·정서적 요소를 모두 반영한 홀리스틱(holistic) 모델을 생성한다.
사용자는 이 가상 인간에게 다양한 조건을 부여하여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데, 마치 SF 영화 스타트렉의 홀로덱처럼 나이, 성별, 체격, 건강 상태를 갖춘 가상 인물을 마음대로 불러내 특정 상황에 배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 이는 개별 병사의 퍼포먼스를 예측하고 향상하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예컨대 “27세, 체중 70kg의 여성 병사에게 25kg 군장을 지고 30℃의 기온에서 30도 경사의 언덕을 뛰어오르게 하고, 새로운 형태의 방탄복을 착용시켰을 때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인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새로운 장비나 복장의 설계 시 병사들의 생리적 부담과 전투 효율을 가상 테스트해 볼 수 있고, 훈련 측면에서는 개인별 약점 파악과 맞춤형 피드백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주행 시뮬레이터에 앉은 운전병의 디지털 트윈을 통해 피로 누적도가 높아지면 반응 시간이 지연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경고를 주거나, 각개전투 훈련 중 생체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어느 지점에서 체력이 급격히 소모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는 식이다.
그림2. BioMojo의 인간 디지털 트윈 기술의 스크린샷 (출처 nationaldefensemagazine.org)
한편 한국군에서도 디지털 트윈 및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과학화 훈련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으로, 강원도 인제의 광활한 훈련장에서 대대~여단급 병력이 레이저 교전장비를 착용하고 실전적으로 교전하며, 모든 병사의 움직임과 교전 결과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록·분석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KCTC는 120㎢에 달하는 넓은 훈련장에서 전문 대항군과 교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훈련과정을 센서와 통신망으로 수집해 가상 상황판에 재현함으로써 지휘관이 실시간 전투상황을 파악하고 훈련 후 AAR(사후강평)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한국군은 이러한 KCTC를 기반으로 한미 연합훈련 및 다국적 연합훈련(UAE군 참가 등)도 실시하고 있는데, 다국적군과의 인터페이스 공유를 위해 일부 NATO 표준의 M&S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정책의 일환으로 소부대 과학화 전술훈련장을 육군에 대폭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분·소대급 이하의 소규모 부대도 모의 사격 및 전술훈련을 시뮬레이터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가상훈련장으로, 2022년 육군사관학교에 시범 구축된 이후 2026년까지 총 16식을 야전 부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훈련장에서는 VR/AR 기술과 사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실제 사격장에 가지 않고도 전술훈련이 가능하며, 훈련 간 지휘통제·공격·방어 등의 요소를 가상현실에서 실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사들은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반복 훈련을 할 수 있고, 숙달된 후 실탄 훈련이나 실병 기동훈련에 투입되어도 높은 수준의 초기 대응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향후 이 소부대 가상훈련 시스템에 AI 및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하여 원격지 부대 간 연동훈련이나 증강현실 기반의 혼합현실 훈련까지 구현하는 것이 한국군의 목표다.
단일 합성환경(SSE) 구축과 민·군 기술 협력
군사훈련 시뮬레이션의 종착점은 육·해·공·우주·사이버를 아우르는 단일의 통합된 가상전장을 구현하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NATO 회원국들이 논의 중인 단일 합성환경(Single Synthetic Environment, SSE) 개념은 각 군이 개별적으로 운용하던 시뮬레이터와 전술훈련 체계를 하나로 묶어, 공통의 가상세계에서 함께 훈련하고 공유된 작전 상황인식(Common Operating Picture)을 갖도록 하자는 비전이다.
영국 BAE 시스템즈社는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오디세이(Project OdySSEy)라는 SSE 실증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다영역 합동훈련을 위한 확장 가능 가상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CAE, Improbable, Pitch Technologies 등 8개 이상의 파트너 기업이 참여하여 상호운용성과 AI, 물리엔진 등 각자의 강점을 모듈 형태로 결합하고 있다.
2023년 로테르담 IT2EC 훈련콘퍼런스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1단계 개념증명(PoC)을 통해 이기종 시뮬레이터 간 상호작용과 공통 운영 picture 공유가 가능함을 입증하였고, 2단계에서는 AI 기능을 확대하고 공중·해양·우주 영역까지 포함하는 멀티도메인 훈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예컨대 공군 조종 시뮬레이터와 지상 전술훈련 시뮬레이터, 해군 함정 전투정보센터(CIC) 시뮬레이터를 모두 하나의 클라우드 기반 환경에 접속시켜, 마치 실제 합동작전을 수행하듯 훈련 참가자들이 동일한 가상 전투공간에서 협업·교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SSE 개념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던 LVC(Live-Virtual-Constructive) 통합훈련이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가상전장 속의 군사 메타버스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그림3. Project OdySSEy에서 다양한 도메인의 군부대 간 협업 시연
이 같은 거대 프로젝트들은 한 군이나 방산업체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산업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BISim과 Blackshark.ai의 사례처럼, 첨단 게임엔진 기술과 AI 지형구축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들이 국방 부문의 파트너로 참여하여 민군 기술 접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BISim의 VBS 시뮬레이터는 원래 상업용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발전된 것으로, 군사훈련 용도로 특화되는 과정에서 개발사인 BISim이 영국 BAE 시스템즈에 인수되기도 했다.
Blackshark.ai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Flight Simulator 기술에서 출발한 AI 3D 맵핑 기업으로, 현재는 군용 지형 데이터베이스 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BAE Systems는 이러한 기업들과 협력하면서도, 프로젝트 OdySSEy 처럼 필요시 경쟁사인 미국 PLEXSYS 등과도 손잡는 개방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단일 플랫폼 형태의 거대 가상훈련장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방산업체들과 게임·IT 기업들이 공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추세다. 이런 민·군 협력을 통해 군사훈련 분야에 도입된 기술은 민간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파급효과를 미치며, 반대로 상용 기술의 빠른 발전이 군사훈련 혁신을 가속하는 쌍방향 기술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 분야: ‘Learning by Doing’ 몰입형 학습의 확산
교육 분야에서도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기술이 실습 교육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의학, 공학, 경영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학생들은 더 이상 글과 그림만으로 배우지 않고, 가상으로 복제된 현실 환경 속에서 직접 행동하며 배우는(learning by doing) 몰입형 학습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대생들은 디지털 트윈 환자를 상대로 가상의 수술을 집도해보고, 공대생들은 디지털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가동하거나 로봇을 제어하는 실험을 수행한다.
경영대 학생은 가상 비즈니스 세계에서 팀원(가상 에이전트)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고객 역을 맡은 AI 아바타와 협상 연습을 할 수 있으며, 인사·행정 분야 학생들은 VR로 구현된 사무환경에서 문제 직원과 면담을 해보는 시나리오 훈련까지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반 연습은 현실에서 바로 하기에는 위험하거나 비용이 큰 작업을 안전한 가상환경에서 시도해 볼 수 있게 해주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습과학 연구에 따르면, 학습자들이 초기에는 일부러 실패를 겪어보도록 설계된 일련의 훈련 과제를 해쳐 나가며 시행착오를 통한 개념 발견을 할 때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가상 실험실이나 시나리오에서 학생들은 바로 이런 풍부한 피드백 환경을 접하게 되며, 중요 요소와 표면적 요소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 전문가적 사고방식에 다가갈 수 있다.
또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같은 몰입형 기술은 이러한 시뮬레이션 학습을 더욱 현실감 있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 수술실에 들어선 의대생은 실제 수술대에 오른 듯 긴장감을 갖고 임할 수 있고, AR 기기를 착용한 건축학도는 눈앞에 나타난 가상 건물을 손으로 조작하며 설계 변경의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는 교육이 확산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와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도 대학들은 이러한 몰입형 학습을 커리큘럼에 도입하기 위해 전용 가상현실 학습실(VR Lab)을 설치하거나 IT 기업과 제휴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는 Dreamscape Learn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생 생물학 수업을 VR로 진행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대신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의 우주 생태계로 들어가 가상 생물학자가 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외계 행성의 야생동물을 구조하라”는 스토리 속에서, 생물학 개념을 적용해 생태계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게임처럼 몰입하며 학습하게 설계되어 있다. 학생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면서 이론을 배울 수 있고,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험난한 실험도 가상공간에서 시도해볼 수 있다.
ASU의 시범 결과에 따르면, Dreamscape Learn을 적용한 이후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 이공계 전공 유지율 증가 등 뚜렷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2022~2023년 4천여 명의 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VR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높아졌고, 어려운 STEM 전공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감성적 동기부여와 손으로 직접 해보는 듯한 현실감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학습 지속성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학생은 “VR 속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실제 손기술을 익히게 해주는 것 같고,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더 배우고 싶어진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ASU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의 여러 대학들이 유사한 VR 기반 몰입교육을 도입하고 있으며,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교실 등의 형태로 시범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유수의 교육 기관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교육용 메타버스 개발에 적극적이다. 메타(Meta)사는 2024년 미국과 영국의 13개 대학과 협력하여 “메타버시티(Metaversity)” 구축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대학 캠퍼스 및 강의실을 똑같이 본뜬 디지털 트윈 캠퍼스를 VR로 제공하고, 여러 과목에서 인터랙티브 가상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메타는 미국에서 소수 대학과 진행해온 메타버시티를 유럽으로 확대하여,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 스페인 바스크대, 독일 하노버대 등에 실제 캠퍼스와 동일한 가상 캠퍼스를 구축해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리즈대는 가상현실 속에서 공연예술 수업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가상 무대에 서보는 수업을 시작했고, 바스크대는 해부학·재활치료 수업에 VR을 도입할 예정이며, 하노버대도 차년도에 몰입형 가상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메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도 학교와 협력하여 VR 헤드셋과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미국 VictoryXR 같은 에듀테크 기업은 가상현실 교육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대학과 교육청에 제공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 산하의 MIT Horizon 이니셔티브도 디지털 트윈과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웨비나와 리포트를 발간하여, 최신 기술을 교육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디지털 교육 액션플랜 등을 통해 가상·증강현실 활용 교육을 장려하고 있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료교육용 버추얼 환자(digital patient) 프로그램을 의대 커리큘럼에 도입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교육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와 AI를 접목한 미래형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부 고등학교에서 메타버스 실습실을 시범 운영하고 교사 연수를 진행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요컨대, 전세계 교육현장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습 교육은 더 이상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몸으로 체험하는 배움”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그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책 및 산업계 동향: 민군 공동의 시뮬레이션 혁신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방 정책 측면에서는 미국 국방부와 NATO를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및 모델링/시뮬레이션 활용을 촉진하는 지침과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한국도 국방혁신 4.0 전략 하에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 정책 측면에서는 시뮬레이션 및 몰입형 학습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기업 간 협력을 통해 인프라와 콘텐츠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울러 민군 기술 접점이 확대되면서, 하나의 단일 플랫폼이나 공통 표준 위에서 군사훈련과 산업훈련, 학습용 시뮬레이션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의 융합 조짐도 보인다. 이러한 정책 및 산업계의 주요 동향을 정리한다.
미 국방부 DODI 5000.97과 NATO의 표준화 추진
미 국방부는 2023년 12월 새로운 지침 DoD Instruction 5000.97 “Digital Engineering”을 발령하여 디지털 트윈을 포함한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국방 획득 전 과정에 통합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중요 무기 획득사업은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디지털 모델과 디지털 트윈, 디지털 스레드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사업 초기부터 모델 기반 시스템공학(MBSE) 접근을 계획에 포함시키도록 요구된다.
DoD 5000.97은 디지털 트윈을 “제품, 시스템 또는 프로세스의 가상 표현으로서, 데이터 활용을 통해 물리 쌍둥이의 활동과 성능을 미러링하고 예측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권위 있는 진실의 원천(ASoT)에 연결된 디지털 기술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 아래, 미 육군·해군 등 각 군은 기존 전력의 디지털 트윈 개발과 새로운 무기의 모델 기반 테스트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미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자 하며, 미 해군 항공시스템사령부(NAVAIR)는 “트윈으로 먼저 시험하고, 실제로는 한 번만 시험한다”는 모토 아래 항공기 정비정책을 최적화하고 있다.
나아가 미군 연합훈련 교리에도 변화가 감지되는데, 미 육군은 다영역작전(MDO) 개념 실험에서 가상 적군 국가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놓고 AI 기반 워게임을 수행하며 최적의 교전법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국방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 속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앞으로 디지털 트윈 없이는 무기 개발도, 교육훈련도 진행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한다.
NATO 차원에서는 공동훈련 및 작전에서의 디지털 트윈 활용 표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NATO ACT는 디지털 트윈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개념 정의를 회원국들과 공유하였고, NATO 모델링훈련 그룹에서는 연합 작전 시나리오의 공통 데이터 형식과 시뮬레이터 상호운용 표준을 디지털 트윈 개념까지 확장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예컨대, 현재 NATO 훈련에서 사용되는 여러 국가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들이 같은 전장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불러와 함께 작동하려면, 데이터 상호운용 표준(예: C2SIM 표준이나 엄브렐라(Open Simulation Interface) 등)이 필수적인데, 여기에 디지털 트윈의 개념(실시간 현장 데이터 피드백 등)을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아직 디지털 트윈을 위한 공식 STANAG은 없는 상태지만, 7월 NATO M&S 회의에서는 “디지털 트윈이 실제 장비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면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표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는 곧 연합작전 메타버스 구축 시 부딪힐 실무적 과제를 식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NATO는 또한 미국, 영국 등 회원국의 관련 정책을 공유받아 상호 조율을 시도 중인데, 미 DOD의 5000.97 지침 내용도 NATO 표준 문서에 참고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NATO는 다자 간 작전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협력 기반을 닦는 중이며, 궁극적으로 회원국들이 각자 만든 디지털 트윈들을 연계해 연합군의 “초연결 가상전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국방혁신 4.0과 과학화 훈련 인프라
한국은 국방혁신 4.0 정책을 통해 AI와 디지털 기술 기반의 스마트 강군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추진 중이며, 그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과학화 훈련체계 구축이다.
국방부는 2022년부터 과학화 훈련 확산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여, KCTC 훈련환경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훈련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육사 소부대 과학화훈련장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축된 것이며, 향후 일반 보병사단과 예비군훈련장까지 포함해 전국에 2030년까지 수십 개의 가상훈련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60만 명 이상의 예비군이 기존 사격장 대신 과학화훈련장에서 교육을 받게 되고, 부대 단위 훈련도 모의전투 위주로 전환되어 탄약 사용량 절감과 환경 제약 최소화 등의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국방부는 최근 ‘2023년 국방혁신 4.0 추진평가회의’에서 이런 성과들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했는데, 특히 AI 및 시뮬레이션 기반 전투실험 강화와 메타버스 훈련장 개발을 다음 단계 목표로 설정하였다.
예를 들어 가상피아식별 기술이나 증강현실 전술훈련앱 등을 개발하여, 장병들이 평시 개인 태블릿이나 VR 기기를 통해 상시 전술훈련을 하고 그 기록이 부대 서버의 디지털 트윈에 축적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첨단 무기 개발 과정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기 위해 시제품 제작 전에 모델 기반 모의시험을 수행하는 등 획득 사업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국방혁신 4.0은 훈련과 획득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방 분야 시뮬레이션 산업과 학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 걸맞은 조직 문화의 혁신과 인력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훈련 방식에 대한 교범 정립과 보안대책 수립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본 칼럼에서는 보안 및 윤리 이슈는 제외).
교육 분야 정책: 시뮬레이션 학습 확산과 산학 협력
교육계에서는 디지털 기반 혁신교육을 지원하려는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는 2020년대 들어 교육 기술(EdTech) 예산을 늘리고, 주별로 가상·증강현실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공모·지원해왔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는 주 예산으로 수십 개 고교에 VR 실험실을 구축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했고, 플로리다주는 주립대와 협력하여 간호학과 학생들을 위한 가상 환자 시뮬레이터 개발을 후원했다.
연방 차원에서도 NSF(국립과학재단)와 미 국방부(STEM 교육 프로그램) 등이 융합현실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미래교육 전략에 시뮬레이션을 포함시키고 있는데, 예컨대 영국 교육부는 2021년 ‘EdTech 전략’ 개정판에서 “학교 수업에서 VR 활용 기회를 확대”를 명시했고, 프랑스는 일부 대학 입시에 가상현실 면접을 도입하는 실험까지 했다.
EU 집행위는 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을 통해 회원국들이 첨단기술로 교육 역량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유럽 교육 메타버스 개념 구상도 언급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 산학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와 기업 간 파트너십 사례도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Meta의 메타버시티 프로그램은 미국 교육기관과 기업 협력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로, 대학은 커리큘럼 혁신과 학생 유치 효과를 얻고 기업은 기술 시험과 시장 개척의 기회를 얻는 윈윈 구조다.
한국에서도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EduTech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국내 VR·AR 콘텐츠 업체들이 학교 수업용 콘텐츠를 개발하면 이를 정부가 구매하여 학교에 공급하고 피드백을 수집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차원에서 삼성전자, LG 등은 자체 개발한 VR 기기와 교육 플랫폼을 일부 학교와 연계해 시험 적용하고, SK텔레콤 등 통신사는 메타버스형 영어회화 학습 서비스 등을 학교 동아리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민관협력 교육 기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교육계의 관심도 높아져서, 2025년부터는 서울대 등 일부 대학원이 교육용 시뮬레이션 디자인 관련 교과목을 신설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데에는 교사 연수와 콘텐츠 품질 관리, 그리고 디지털 격차 해소 등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가령 일부 학교만 최첨단 실습실을 갖추게 되면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공평한 인프라 보급을 위한 추가 예산과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단일 플랫폼 확산과 민군 기술 접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는 범용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Unreal이나 Unity 같은 게임 엔진은 군사훈련 시뮬레이터 개발에도 쓰이고 교육용 VR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되는데, 하나의 엔진이 개선되면 그 혜택이 게임-군사-교육 전 분야에 파급된다. 이러한 민군 겸용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구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앞서 소개한 Blackshark.ai의 기술처럼 전 지구를 3D 가상환경으로 구현한 데이터베이스는 군사훈련에 쓰일 뿐 아니라 민간에서 도시 계획 시뮬레이션이나 재난 대응 훈련, 자율주행차 가상 테스트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Blackshark.ai는 전 지구 3D 데이터 글로브를 게임 엔진 플러그인 형태로 제공하여, 사용자가 Unreal 엔진 등에서 손쉽게 지구 모형을 불러와 시뮬레이션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처럼 공통 플랫폼이 확산되면 각기 개발되던 군사·산업 시뮬레이터들이 기술적으로 수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운영 비용 절감과 데이터 호환성 증가의 효과가 있다.
NATO가 지향하는 단일 합성환경이나 미군의 STE도 이러한 단일 플랫폼 철학을 추구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마치 인터넷 표준처럼 시뮬레이션도 공통 표준 위에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민간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들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Metaverse Standards Forum 등이 출범하여 3D 자산 포맷, 아바타 이동성 등의 규격을 논의 중인데, 여기에 디지털 트윈 데이터 표준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곧 미래에 하나의 디지털 트윈이 군사훈련 시나리오에서도 쓰이고 기업 연수 프로그램이나 대학 수업에서도 활용되는 융합 생태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실감형 모의도시 하나를 만들면 군대는 도시전투 훈련에, 경찰은 테러 대응 훈련에, 대학은 도시공학 수업에 각각 그 모형을 활용하는 식이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러한 협업은 합리적이므로, 정부 부처 간, 민군 기관 간 경계를 넘어 공동 플랫폼을 개발·공유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물론 민군 기술 접점이 확대되면서 보안 및 통제 이슈도 따르게 된다.
군사용 시뮬레이션이 민간에 전용될 때 민감한 전술 데이터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거나, 반대로 민간 플랫폼을 군에서 쓸 때 공격 표면이 증가하지 않도록 사이버 보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민과 군이 손을 맞잡고 함께 발전 경로를 그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향후 기술 전망: 클라우드·AI·메타버스로 진화하는 가상훈련
향후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가상훈련은 클라우드 컴퓨팅, 5G/6G 통신, AI, 메타버스 등 기술 발전과 맞물려 한층 더 사실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은 점차 온전히 디지털화된 형태로 전환되고,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한 혼합현실 전장·교실이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미래상을 몇 가지 측면에서 전망해본다.
첫째, 클라우드와 5G/6G 기반의 초연결 훈련이 보편화될 것이다. 현재도 일부 구현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모든 훈련 시뮬레이션이 거대한 클라우드 서버 상에서 구동되어 병사나 학생들은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육군 소대원이 야외훈련 중 휴식 시간에 AR 안경을 쓰고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바로 가상의 전투상황 연습에 참여할 수 있다. 5G 및 차세대 6G 통신은 이런 실시간 스트리밍 훈련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로서, 지연 없이 높은 해상도의 그래픽과 다채널 데이터를 주고받게 해줄 것이다.
미 육군 OWT(One World Terrain)가 5G를 활용해 병사들이 장소 제약 없이 훈련하도록 한 것처럼, 앞으로는 각개 병사가 자신만의 디지털 트윈 훈련 환경을 구름처럼 따라다니며 접속하는 시대가 열린다.
또한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훈련 중 수집되는 방대한 성능 데이터가 실시간 클라우드에 저장·분석되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수백 명이 동시에 참가하는 군사훈련에서 모든 사격과 움직임 데이터를 클라우드 AI가 분석해 “이번 사격훈련에서 반응속도 최상위 10% 부대”를 바로 집계하는 식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각 학생의 가상실험 결과와 학습 행동 데이터가 축적되어, 교사가 대시보드로 전체 클래스의 이해도 맵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엣지 컴퓨팅과 분산 클라우드의 발전도 훈련장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전투 현장 가까이 있는 전술통신 기지국이나 학교 교실 내 서버가 작은 클라우드 역할을 하여, 중앙 서버와 상시 동기화하면서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기술의 진화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하는 훈련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훈련의 일상화와 상시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AI와 결합한 자동 시나리오 생성 및 적응형 훈련 루프가 구현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훈련 시나리오를 인간 교관이나 컨텐츠 제작자가 일일이 설계해 왔다. 그러나 미래에는 AI가 방대한 전투 데이터와 게임 지식을 학습하여 새로운 훈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훈련 진행 중에 동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군사훈련에서는 AI가 최신 위협 정보를 반영해 적군의 능력과 전술을 실시간 업그레이드하고, 아군 부대의 수행 능력에 따라 적군의 공격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훈련 난이도를 자동 튜닝할 수 있다.
실제 미군 연구에서는 전투훈련센터(NTC) 시나리오에 AI를 도입해, 부대의 이전 회차 훈련 성과 데이터에 맞춰 맞춤형 위협을 배치하고 훈련 중간에도 적군 행동을 변화시키는 개념을 시험하고 있다. 이는 마치 전략 게임의 AI 디렉터가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 분야에서도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 시스템이 디지털 트윈과 결합하여,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이에 맞춰 문제 난이도나 피드백 유형을 조정해줄 것이다.
이미 일부 e러닝 플랫폼은 학습자 모델과 개입 엔진을 두어 개인별 맞춤 출제와 힌트 제공을 구현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이 개념이 가상현실 학습 환경에도 적용되어 AI 가상 멘토가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즉각 피드백하는 모습이 가능해진다. 또한 절차 훈련 자동 진행도 AI로 실현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군사·의료 시뮬레이터는 교관이 수동으로 시나리오를 구동해야 하지만, 미래에는 AI가 교관 역할을 대체하여 음성 지시를 내리고, 상황 변화를 연출하고, 훈련 종료 후 평가 보고서까지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훈련 규모가 커지고 상시화될수록 불가피한 방향이며, AI 훈련조교가 인간 교관을 보조 또는 대체함으로써 보다 많은 인원이 개별화된 지도를 받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AI의 가세로 가상훈련은 더욱 영리해지고 유연해져서, 훈련생 개인과 상황에 실시간으로 적응하는 “생체 반응형” 환경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셋째, 메타버스 기술과의 통합으로 몰입형 전장과 교실이 실현될 것이다.
미래의 가상훈련은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메타버스는 확장 가상세계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하는 플랫폼을 의미하는데, 군사훈련이나 교육훈련도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 메타버스란 일종의 항시 가동되는 가상전장으로서, 전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도 작전 계획 수립, 정보 공유, 모의 교전 등이 상시 일어나는 디지털 평행세계이다.
현재 미군이나 NATO의 훈련 시스템은 이벤트성으로 가동되지만, 미래에는 24시간 돌아가는 전 지구 군사 디지털 트윈이 구축되어, 분쟁지역의 정세 변화를 실시간 시뮬레이션하고 군 지휘관이 수시로 접속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는 앞서 논의한 SSE 개념의 극한치라 할 수 있는데, Blackshark.ai가 제공하는 것처럼 전 지구를 커버하는 대용량 3D 환경이 있고, 여기에 각종 전장 AI 에이전트(민간인 아바타, 적군 세력, 중립 요소 등)가 상시 활동하면서 살아있는 디지털 세계를 구성하는 형태다.
인간은 필요할 때 이 세계에 접속해 훈련하거나 작전을 시험해보고, 로그아웃해도 그 세계는 계속 존재한다. 이는 메타버스 게임이 계속 돌아가고 플레이어는 들락날락하는 것과 유사하며, 향후 전투훈련 메타버스가 구현된다면 군사훈련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교육 분야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로, 학생과 교사가 필요 시 들어가는 상시 개방 가상 캠퍼스가 보편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등장했던 가상 캠퍼스 플랫폼들이 향후 발전을 거듭하여, 실제 캠퍼스의 디지털 트윈 공간에서 학생들은 아바타로 등교하고 자율학습이나 동아리 활동을 상시 할 수 있으며, 수업 시간에는 모두 모여 교실 수업을 듣다가, 그 외 시간에도 메타버스 도서관에서 함께 과제를 푸는 등의 끊김 없는 학습 공동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현실과 가상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경계 없이 이어지는 학습 환경은, 기존의 한정된 시간·장소에서 이뤄지던 교육을 상시·글로벌 교육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다만 이러한 메타버스형 훈련이 실현되려면, 경량형 VR/AR 디바이스의 보급과 네트워크의 추가 발전, 그리고 현실과 가상을 매끄럽게 잇는 UX(사용자 경험)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의 VR 기기는 무겁고 오래 쓰기 힘들며,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도 어색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므로, 10년 내로는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자연스러운 XR 기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메타버스 전장이나 교실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모하여 대중화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종합하면, 디지털 트윈 기반의 현실 복제 가상훈련은 이제 막 초기 단계의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등과 융합되며 혁신적 도약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세대의 군인과 학생들이 상상만 했던 “완벽한 가상훈련장”과 “버추얼 캠퍼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교육과 훈련의 새로운 지평을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훈련 효과와 학습 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넘어 원하는 환경에서 마음껏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만 그에 따른 인간의 역할 변화, 윤리적 고려, 제도 정비 등의 숙제도 함께 풀어가야 할 것이다. 디지털 트윈 가상훈련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국방과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 트렌드의 물결을 타는 자만이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IBM. (2021, August 5). What is a digital twin?
- National Defense Magazine. (2022, August 11). Army’s One World Terrain on Track for 2023 Deadline
- Nextgov. (2023, May 3). Virtual Military Training Gets Photorealistic
- Blackshark.ai. (2023, April 25). BISim and blackshark.ai join forces: a major step toward the Military Metaverse
- National Defense Magazine. (2025, Feb 24). Digital Frankenstein: Building the Perfect Human Simulation for Military
- Newsis. (2023, Dec 8). 국방혁신위원 육사 방문, 과학화 전술훈련장 확인
- MIT Horizon. (2024, Dec 23). Digital Twins and the Future of Learning
- FOX 10 Phoenix. (2025, April 10). ASU incorporates virtual reality program called Dreamscape Learn
- TechCrunch. (2024, Nov 11). Meta taps US, UK universities to test VR in education
- Army University Press. (2024). AI Integration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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