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지속적 관계’를 선택한 전략적 선택
Saturn, 시간표를 ‘소셜 그래프’로 바꾼 앱
Snap이 10대 중심의 소셜 캘린더 앱 ‘Saturn’을 인수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일정 관리 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인수는 Snap이 단순한 메시지 중심 플랫폼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소셜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nap, ‘시간’을 사다: 10대 소셜 캘린더 Saturn 전격 인수
2025년 6월 20일, Snap은 Saturn 인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Saturn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한 소셜 캘린더 앱으로, 수업, 활동, 모임 등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친구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지만, Saturn의 정규직 인력 약 30명 중 대부분이 Snap에 합류할 예정이며, 앱 자체는 기존처럼 Snapchat과 통합되지 않은 독립 앱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Snap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Saturn의 일정 관리 기술과 소셜 인터페이스(UI)를 Snapchat에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캘린더 기능 추가가 아니라, Snapchat을 ‘실시간 관계 맵’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이다.
시간과 관계가 만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Snap은 이 조합을 통해 10대들의 하루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Saturn은 무엇인가: 시간표를 ‘소셜 그래프’로 바꾼 앱

Saturn은 단순한 시간표 관리 앱이 아니다. 이 앱은 시간을 매개로 10대들의 관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해왔다.
출발점은 2018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Dylan Diamond가 친구들과 수업 시간표를 주고받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자체 웹앱이었다. 친구가 어떤 수업을 듣는지 확인하려면 매번 사진을 주고받거나, 엑셀 파일을 돌려보며 “너 이 수업 들어?”라는 질문을 반복해야 했던 구조에 그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하여 친구들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는 웹앱을 개발했고, 이는 곧 Diamond가 재학 중이던 코네티컷 Staples High School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앱은 이후 ‘시간의 신’에서 이름을 따온 ‘Saturn’으로 명명되었다.
Diamond는 이후 펜실베이니아대에 진학했고, 학업과 병행해 Tesla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Apple Watch 앱 ‘Tesla Toolbox’를 개발했다. 이 앱은 Tesla 본사의 관심을 끌며, Diamond는 Tesla의 정식 직원이자 최연소 입사자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펜실베이니아대 캠퍼스에서 만난 Max Baron과 함께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그는, Saturn을 모바일 앱으로 확장하며 본격적인 사업화를 시작했다. 2019년 첫 시드 투자 유치 이후, 2021년까지 총 4,400만 달러(약 6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투자자 면면도 눈에 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그리고 배우 애쉬튼 커처 등 실리콘밸리와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앱의 기능이 아니라, ‘10대의 시간표를 관계의 지도’로 바꾸는 방식 그 자체였다.
Saturn은 그렇게, 시간을 조직하는 기술로 관계를 설계하는 플랫폼이 되어갔다.
기능은 단순, 구조는 강력: ‘10대 관계 관리 플랫폼’
Saturn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캘린더 앱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10대들의 일상을 조직하고 관계를 연결하는 정교한 구조가 숨어 있다. 이 앱의 핵심은 ‘일정 공유’라는 일상적 행동을 통해 사용자 간 실시간 관계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에 있다.
사용자는 친구의 시간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어떤 수업이나 활동, 연습 일정이 겹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동아리 모임, 회의, 스포츠 경기 등의 일정도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동되며, 시간 기반으로 만남과 소통을 설계할 수 있는 관계의 지도가 형성된다.
Saturn은 단순히 일정을 나열하는 앱이 아니라, 시간표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바꾸는 플랫폼인 셈이다.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Snapchat을 연상시키는 가볍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10대들이 부담 없이 앱을 열고 친구의 일정을 확인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사용자는 일정 정보를 소비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시간 기반의 ‘소셜 그래프’를 구축해나간다.
현재 Saturn은 미국 고등학교의 약 80%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App Store 기준으로는 1만 7천 개 이상의 학교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는 Snap의 주력 사용자층인 10대들과 완벽하게 맞물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Snap은 Saturn을 통해 단순히 이미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플랫폼을 넘어서, 10대의 일상 흐름을 구성하고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구조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Saturn은 Snap이 Snapchat 바깥의 시간과 공간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데 있어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지금, 왜 Snap인가: 차세대 소셜 플랫폼의 조건
Snap의 Saturn 인수는 단순한 기능 확장이나 제품 다변화를 위한 행보가 아니다. 이는 Snap이 10대 사용자층과의 접점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전략적 시도이며, TikTok 이후 재편된 소셜 미디어 생태계에서 자사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12월 12일 발표된 Pew Research Center의 『Teens, Social Media and Technology 2024』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대 중 55%가 스냅챗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같은 조사에서 59%였던 수치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수 이상의 청소년들이 Snapchat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신호다. 이는 Snap이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들 삶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Snapchat이 높은 선호도를 유지해온 배경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메시지가 일정 시간 후 사라지는 채팅 구조, 다양한 AR 필터, 스토리 기능 등은 즉각적이고 시각적인 소통을 선호하는 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최적화된 설계다. 이러한 기능은 보다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만들며, 10대들 사이에서 편안하고 솔직한 공간으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쟁 속에서 스냅챗이 지닌 차별성
오늘날의 10대들은 TikTok, Instagram, YouTube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 콘텐츠 중심의 구조에 무게를 두는 반면, 스냅챗은 친구 중심의 폐쇄적이고 직접적인 관계 망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Snapchat은 사적 대화와 실시간 반응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정보 소비보다 교감과 반응을 중시하는 Z세대의 감수성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런 점에서 스냅챗은 경쟁자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결국 Snap은 Saturn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이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시간을 기반으로 관계를 조직하고, 일상을 함께 설계해나가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기반을 지금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Snapchat의 한계와 Saturn의 보완
Snapchat은 지금까지 메시지와 이미지 중심의 즉각적인 소통에서는 분명한 강점을 보여왔다. 사라지는 메시지, 스토리 기능, AR 필터 등은 Z세대의 소통 방식과 정서에 정확히 부합하며, 10대 사용자층을 꾸준히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일상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거나 미래의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영역에서는 기능적 한계를 드러내 왔다.
Saturn은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학교 생활이라는 구조화된 일상 속에서, 수업·활동·모임 등의 일정을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관계의 중심에 '시간'을 둔 구조는 Snap이 그동안 닿지 못했던 10대들의 ‘계획’과 ‘조직’이라는 실생활 접점을 채워준다.
Saturn은 단순한 일정 공유를 넘어, 시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디지털 환경 안에서 현실의 만남과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Snap이 Saturn을 인수한 이유는 단순한 기능 보완이 아니라, Snapchat이라는 플랫폼이 ‘관계 운영 체계(Relational OS)’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모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디지털이 현실을 돕는 플랫폼으로
Snap은 Saturn을 단순한 캘린더 앱이 아닌, 현실 속 만남을 가능케 하는 소셜 도구로 보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처럼 디지털 안으로 몰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실제 관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Saturn은 그동안 Snapchat의 범위 밖에 있었던 시간과 관계의 조직 시스템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Snap은 이 통합을 통해, ‘시간을 장악한 자가 관계를 장악한다’는 새로운 소셜 플랫폼의 공식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단순한 스토리, 채팅, 필터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의 하루를 함께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Snap의 다음 장. 그 시작점에 바로 Saturn이 놓여 있는 것이다.
수익보다 ‘지속적 관계’를 선택한 전략적 선택
Saturn은 현재까지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공동 창업자들은 수익화보다는 리텐션(재방문율)과 사용자 몰입도를 우선시해왔다.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의 관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곧 미래의 가치”라는, 실리콘밸리의 오랜 철학에 기반한 방식이기도 하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전략에 공감하고 있다. Facebook이 초기에 광고 없이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사용자 충성도와 체류 시간이 있었고, 이 두 요소는 이후 수익 구조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도 이 공식을 신뢰하는 분위기는 여전히 강하다.
Insight Partners 공동 창업자인 Jerry Murdock 역시 같은 인식 아래 Saturn에 투자했다. 그는 트위터 초창기에도 수익 모델 없이 투자를 단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위터에 투자했을 때도 수익 모델은 없었다. 중요한 건 유용성과 몰입도였다. 나중에 수익은 따라온다.”
이러한 발언은 Saturn이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플랫폼 가치와 사용자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Saturn이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일정 관리 앱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디지털 일상 전체를 연결하는 관계 생태계인 셈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Snap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nap은 이번 인수를 통해 즉각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사용자 경험, 플랫폼 간 연결성, 그리고 브랜드 충성도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관계가 깊어지면 수익은 따라온다”는 이 고전적인 믿음은, 오늘날 치열한 소셜 플랫폼 경쟁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으로 남아 있다.
교육과 소셜의 경계, 다시 그어지는 중
Saturn의 탄생과 Snap의 인수는 단순한 기술 거래 그 이상의 시사점을 던진다. 오늘날의 교육 플랫폼은 더 이상 행정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기존의 학사관리 시스템은 대체로 교사나 행정기관의 업무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돼 왔다. 학생의 일상, 감정, 사회적 관계는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거나 단순 참고 정보로만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Saturn은 이러한 구조적 전제를 정면으로 뒤흔든다. 학생의 사용성과 관계성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설계한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전략은 ‘학생 홍보대사(Student Ambassador)’ 제도다. Saturn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도입되기 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교육 플랫폼이 ‘위에서 내려오는 행정 시스템’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형성되는 ‘학생 주도의 확산 구조’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방식은 Saturn이 단순한 앱이 아닌, ‘교실 밖에서 탄생한 학교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는 동시에, 기존 에듀테크 산업이 갖고 있던 관행과 상식을 흔드는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결국 Saturn은 ‘생활 시간표’라는 개념에 대한 깊은 공감과 실천적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교육 기술이 앞으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학생의 실제 일상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삶의 리듬에 진입할 수 없다.
Snap의 다음 목표는 ‘시간’이다
Snap은 Saturn 인수를 통해 단순한 메시지 기반 소셜 앱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 하고 있다. 이제 Snap이 겨냥하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10대들의 하루 전체, 다시 말해 그들의 ‘시간’이다.
Saturn은 시간표를 단순한 일정 관리 도구가 아닌, 관계의 지도이자 소통의 매개체, 그리고 실시간 연결의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시간’이라는 요소를 단지 정보가 아닌 사회적 연결의 구조로 전환한 이 접근은, Snap이 구상하는 차세대 플랫폼 전략과 정교하게 맞물린다.
Snap은 이제 10대들의 시간 위에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 플랫폼의 이름은 더 이상 ‘스토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시간이며, 연결이고, 일상의 지도다.
그리고 그 시작은, 스냅으로 찍는 찰나의 사진이 아니라, 스케줄로 엮인 지속적인 삶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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