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이 디지털 분야 중소 IT 기업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한다. 이번 정책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은행 등과 긴밀히 연계하여, 수도권 이외 지역의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오는 5월 23일까지 디지털 기술의 해외 전개에 관한 대처를 실시하는 지역에 뿌리를 둔 ICT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안전성·신뢰성을 확보한 디지털 인프라의 해외 전개 지원 사업”을 공모한다.
지원 대상은 도쿄 이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자본금이 1억 엔 이하인 중소기업으로 한정된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의 디지털 전환 및 글로벌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Japan Platform for Driving Digital Development (JPD3)
중소 IT 기업 해외 진출: 왜 지금인가?
일본 정부는 한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디지털화(디지털 전환, DX)를 독립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방 중소 IT 기업이 '디지털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어야 지역 경제에 실질적 파급 효과가 생긴다는 문제의식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 클라우드, 보안,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경쟁력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보유한 지방 중소기업들이 해외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정보 격차, 언어 장벽 등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총무성은 지자체가 중소기업의 해외 파트너 발굴, 수출 컨설팅, 해외 전시회 참가 등을 적극 지원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책적 배경: 지방소멸 위기와 디지털 글로벌화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이 절박한 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산업을 통한 수출 기반 구축'은 '지역 일자리 확대', '청년 인재 유치', '지역 경제의 해외 시장 개방'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총무성 프로젝트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지방정부와 금융기관, 무역지원기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등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통합형 글로벌화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예산 지원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기관과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중소기업을 '현지 정착'까지 지원해야 한다.
또한 현재 일본 내 다수 지자체는 독자적으로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 수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글로벌 마케팅·파트너십 구축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해외 시장에서는 단순 기술 수출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성이 중요하다. 일본 중소 IT 기업들은 품질은 우수하지만, 글로벌 브랜딩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지방 IT 글로벌화', 일본 경제 재생의 키 될까
총무성의 이번 지원책은, 단순한 지역 지원을 넘어 "디지털 수출국 일본"이라는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이 직면한 지방 소멸과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발 디지털 혁신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향후 5월 23일까지 어떤 기업들이 선발되고, 이들이 어떤 해외 시장을 개척해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성공은 단순한 수출 계약 체결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데 달려 있다.
한국 지자체를 향한 시사점
: '수출형 디지털 스타트업 육성'이 필요하다
이번 일본 총무성의 정책은 한국 지방자치단체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역시 지방 소멸, 수도권 집중,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역 발전 전략은 대부분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머무르는 데 그쳤고, 글로벌 확장성이라는 관점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수출형 디지털 스타트업 육성'이야말로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디지털 중심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단순한 제조업 기반에서 벗어나, AI, 빅데이터, 콘텐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기업을 키워야 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초기 단계부터 집중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무역관이나 산업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스타트업 네트워크,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등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기업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 유치와 현지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전주기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전략 역시 필수적인 과제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담은 독창적인 브랜드를 구축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 수출이 아닌, '지역 아이덴티티'를 수출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민관 협력 모델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모든 것을 직접 주도하려는 방식을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 특화된 민간 전문기관, 투자기관, 네트워크 플랫폼과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장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기반 디지털 기업 → 글로벌 시장 진출 → 지역 내 고용 및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번 일본 총무성의 정책이 보여주듯, '지자체-기업-금융기관' 삼각 협력 모델은 지역 경제를 글로벌 무대에 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한국 지자체 역시 단순 인프라 구축을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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