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
7월 3일, OpenAI는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유통 중인 이른바 ‘OpenAI 토큰(OpenAI Tokens)’은 우리 회사의 주식(equity)이 아니며, 어떠한 방식으로도 OpenAI의 승인이나 참여를 받은 적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투자 플랫폼에서 떠도는 ‘로빈후드와의 파트너십’ 소문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며, 우리는 로빈후드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가상자산 기반의 투자 스킴을 표방하며 유통 중인 일부 암호화폐가 OpenAI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강경한 대응으로 보인다.
OpenAI 측은 “회사의 주식은 승인 없이는 양도될 수 없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떠한 승인도 내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OpenAI 토큰'은 어디서 왔는가?
지난 6월 말부터 온라인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일부 해외 포럼을 중심으로 ‘OpenAI Tokens’라는 명칭의 디지털 자산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특히 ‘AI 산업의 황금기’, ‘챗GPT 기반 투자수단’ 등의 문구와 함께 유통되며, “로빈후드(Robinhood)와 파트너십을 맺은 OpenAI 관련 투자기회”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일부 투자자는 이를 실제 OpenAI의 성장성에 연동되는 주식이나 프리IPO(상장 전 지분거래) 형태로 오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OpenAI는 이러한 주장과 일체 무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투자자는 반드시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왜 지금, 그리고 왜 ‘토큰’인가?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OpenAI의 기업가치가 수백억 달러로 평가되면서 ‘OpenAI 관련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폭증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악용해 ‘토큰’이라는 포맷으로 허위 자산을 만들어내는 사례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 도용이 아니라, 투자자 기만 및 자본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OpenAI는 현재 비상장 상태이며, 모든 지분 거래는 이사회 승인과 법적 절차를 필요로 한다.
이번 ‘OpenAI 토큰’ 사건은 그런 승인 없이, 마치 OpenAI가 발행한 것처럼 판매된다는 점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토큰과 주식 사이의 회색지대
이번 사안은 단지 하나의 사기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Web3와 AI의 교차점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으며, 이를 노린 유사 지분형 토큰 구조가 다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대부분 실제 기업의 법적 주식 또는 배당권과는 전혀 무관한 경우가 많으며, 투자자 보호 장치 역시 부재하다.
OpenAI가 이번처럼 직접 나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름 도용형 투자 사기에 대한 ‘경고성 선례’를 남기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OpenAI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테슬라(Tesla), 엔비디아(NVIDIA), 스페이스X(SpaceX) 등 유명 기술 기업을 사칭한 유사 토큰 판매가 반복되었고,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수사에 착수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런 토큰들은 대부분 “미래 수익 공유”, “기업 IPO 전 선투자자 모집”이라는 식으로 위장되어 있으며, 실제론 아무런 권리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른바 ‘증권형 사기(Investment Scam with False Equities)’다.
OpenAI의 이번 공식 성명은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명확하고 시의적절한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 이름을 도용한 가짜 토큰과 유사 투자 상품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OpenAI가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은 것은 향후 유사 사례에 경각심을 주는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이런 사칭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먼저, 기업 명칭 도용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감시 체계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등록되지 않은 디지털 자산이 애플, 테슬라, OpenAI 등 유명 기업의 이름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감지하고 경고를 발령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는 플랫폼마다 정책이 달라 실시간 대응이 어렵고, 일단 퍼지고 나면 피해를 막기 힘들다.
또한, AI 기업과 실제 연계된 토큰을 구별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치 정부가 보증하는 공인인증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이 기업과 연계된 디지털 자산만 별도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기업 연계 디지털 자산 레지스트리’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는 등록 여부만 확인해도 사칭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비상장 지분을 사칭한 불법 투자 유도 행위에 대한 감독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
최근에는 ‘프리IPO’, ‘토큰 기반 배당’ 등의 용어로 위장한 유사 사모 투자 스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비상장 지분 거래와 유사한 구조의 디지털 자산 거래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수준의 규제와 사전 등록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요약하자면, OpenAI의 대응은 단기적으론 혼란을 막는 방패 역할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디지털 자산 시장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토대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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