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응원가 불러 4인조 걸그룹 ‘메이브’
기술력으로 실제 아이돌 같은 캐릭터성 갖춘 '플레이브'
한국의 첫 버추얼 아이돌은 바로 그 남자, ‘사이버 가수 아담’에서 출발했다. 성경에서 최초의 인간이자 남성이었던 것처럼, 그는 한국 버추얼 아이돌의 시작이었다.
1998년 1월 23일 첫 앨범 'Genesis'로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은 같은 해 개최되었던 프랑스 월드컵 응원가를 부를 만큼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1월 23일, 첫 앨범 "Genesis"와 함께 등장한 아담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같은 해 개최되었던 프랑스 월드컵 응원가를 부를 만큼 반향을 일으켰다. 심지어 ‘레모니아’ 음료 광고 출연에, 한반도 정보화 홍보요원에까지 선정되었으니, 그 시절 아담은 그야말로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공급이라고 생각한다.아이돌 팬덤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만큼 수요가 한 순간에 폭증한다는 뜻인데,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입술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여러 작업자들이 필요했던 ‘아담’에겐 그 수요가 걸림돌이 되었다. 2집 무렵엔 ‘최초’가 주는 신선함도 줄었으니, ‘덕질 할 꺼리’가 없는 ‘사이버 가수’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버추얼 아이돌’, ‘사이버 가수’의 계보를 거슬러 오르다보면 아담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것은 바로 ‘최초’라는 타이틀과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이해할 아담의 ‘컨셉’ 덕분이었다. 성경의 ‘최초의 남자’ 아담은 이름부터 ‘최초’라는 타이틀과 몹시 잘 어울렸으며 사랑하는 연인을 따라 현실에 왔다는 상황 설정도 대중들에게는 납득이 쉬웠다. 그 사랑하는 ‘연인’이 ‘이브’일 거라 추측하기 쉽기 때문에. 게다가 첫 앨범이 'Genesis', 창세기였으니 그 얼마나 설정에 충실한 존재인가.
아담 이후 류시아, 사이다 등 동시대에 여러 사이버 가수들이 등장했지만, 인기나 존재감은 아담에 비할 수 없었고 2016년 잠시 돌아온 아담 조차 1998년의 아담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3년. 눈 여겨 봐야할 ‘버추얼 아이돌’ 두 팀이 등장했다. 그것도 아담이 그토록 찾던(?) ‘이브’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다. (물론 그 전에도 몇 팀이 있었지만 주제와 다소 떨어져있었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두 팀의 이브 중 첫 번째 이브는 ‘메이브(Mave:)’로, ‘사이버 가수’ 아담의 컨셉 중 ‘사이버’쪽에 힘을 준 이브였다.
넷마블에프엔씨와 카카오엔터가 힘을 합쳐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4인조 걸그룹 ‘메이브(Mave:)’는 게임회사의 메타 휴먼 기술 위에 엔터테인먼트의 매력을 담고 있다.
‘메이브(Mave:)’는 4인조 걸그룹으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들어졌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엔씨와 카카오엔터가 힘을 합쳐 만들어진 회사인데, 덕분에 메이브는 게임회사의 메타 휴먼 기술 위에 엔터테인먼트의 매력을 담은 방식으로 탄생했다.
‘메이브(Mave:)’는 캐릭터 속에 특정 인물이 없는 진짜 ‘사이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술력으로 채워져 있다. 그들의 몸짓은 액터가 취한 모션을 캡쳐해 모델링 된 캐릭터에 붙인 것이고, 목소리 또한 보이스 샘플을 기반으로 한 AI로 생성, 제작된다. 실제 아이돌처럼 서사나 캐릭터성을 빠르게 보여주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점의 기술력과 잘 짜여진 컨셉을 캐릭터 속에 더 ‘갈아넣어’ 채운다.
덕분에 그들이 공개하는 콘텐츠에는 항상 뛰어난 기술에 대한 칭찬이 달렸고 그 힘으로, 첫 번째 곡 ‘Pandora’의 뮤직비디오가 누적 조회 수 2900만 뷰에 육박했다. 국내 음악 방송 출연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생성된 릴스나 숏츠, 챌린지 등은 셀 수 없이 많았으며, 공식 틱톡 계정에 게시된 ‘Pandora’ 댄스 챌린지는 데뷔 1주일 차에 각각 550만 뷰, 340만 뷰를 넘기기도 했다.
게다가 ‘모두의 마블’, ‘일곱 개의 대죄’, ‘파라곤: 디오버프라임’ 등의 게임 세상에도 등장했고 웹툰, 숏츠 등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플레이브(Plave)’는 2024년 3월 9일 버추얼 아이돌 ‘최초’ 국내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번째 이브는 사이버 가수 아담의 컨셉 중 ‘가수’쪽에 치중한 ‘플레이브(Plave)’였다.
‘플레이브(Plave)’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실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며 연기하는 버추얼’탈을 쓴’ 가수이다. 직접 곡을 쓰고 춤을 추며,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도 한다. 또한 라이브 방송 중 캐릭터 모델링이 ‘통신 상의’ 이유로 찌그러지거나 사라지는 경우에도 웃으며 소통할 줄 아는, ‘인간미’를 갖췄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노래 속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이니 예쁘게 봐달라’는 메타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니, ‘버추얼’보다는 ‘리얼’에 한 발짝 더 가까운 아이돌이었다. 그렇게 단숨에 화제에 오른 그들은 미니 앨범 2집 ‘아스테룸’을 초동 56만장 이상 팔아 치웠고, 결국 2024년 3월 9일 버추얼 아이돌 ‘최초’ 국내 음악 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심지어 이 기록은 2020년 이후 데뷔한 남자 아이돌 중에서도 ‘최초’ 1위 기록이기도 했다. 1998년 아담 못지 않은, 2023년의 두 ‘이브’들이었다. 여기까지면 좋았겠지만, 두 이브 모두 태생적으로 ‘아담’의 단점까지 안고 태어났다. 메이브는 제작 방식 상,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아담을 닮았다.
1998년에 비해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다지만, 사람이 직접 움직여 생산하는 방식보다는 느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버추얼’이기 때문이다. 렌더링 방식에서도 플레이브 보다 좀 더 실사에 가까운 그들이기에 공급이 빨라지긴 더욱 힘든 환경이다. 반대로 플레이브는 아담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들은 사실, 디지털 탈을 쓴 그냥 아이돌이다. 그래서 그들은 늙는다. 아니 이미 늙고 있다.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플레이브는 교체될 것이다. 교체 방식이야 다를 수 있지만, 현재와는 다른 정체성의 플레이브가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1998년과 2016년 아담의 목소리가 달랐듯 말이다. 두 ‘이브’ 모두, 이제 약발은 다했다. 아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버추얼아이돌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각각의 제작 방식을 보완하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아담이 있던 시기엔 버추얼 유튜버나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관련 통계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니즈 또한 더욱 다양해졌다.
미국 종합 미디어그룹 마켓워치는 글로벌 버추얼유튜버 시장규모가 2022년 약 6조 원(44억 4800만 달러)에서 2029년 37조 원(275억 9000만 달러)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 또한 버추얼 휴먼 시장의 규모가 2021년부터 연평균 36%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700조 원(527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아담처럼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버추얼 아이돌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각각의 제작 방식을 보완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아담이 태어난 시기에 자라나, 이브를 설계하는 데 참여했던 사람으로써, 두 이브가 지금의 한계를 넘어 ‘페이즈 2’로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페이즈가 영원하기를, 감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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