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Blocks “일시 복구 후 다시 차단… 정권 보호 위한 전략적 통제”
2025년 6월 22일, 이란 전역에서 6월 18일부터 발생한 전국적 인터넷 셧다운이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인터넷 감시 단체 넷블록스(NetBlocks)에 따르면, 이란은 약 62시간 동안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고, 21일(토요일) 일시적으로 접속이 복구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다시 연결이 차단됐다. 넷블록스는 이를 두고 “사실상 전국적인 디지털 정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조치를 이스라엘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선제적 방어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대변인은 “필요할 경우 국가 전용망(National Intranet)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인터넷과 분리된 자체 정보망 구축이라는 오랜 정책 기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국제 디지털 권리 단체들은 이를 정보 검열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국민을 외부와 고립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62시간의 연결 차단
넷블록스는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이란 전역의 인터넷 연결이 심각하게 저하되었으며, 특히 텔레그램, 왓츠앱 등 주요 메시징 앱의 차단과 극심한 속도 저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장애를 넘어, 정부 주도의 체계적 통제 조치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당국은 이를 국가 안보와 사이버전 대비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레더토리 스패로우(Predatory Sparrow)'라는 해커 조직이 이란의 주요 은행 및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사회 단체와 외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보안 목적을 넘어, 내부 비판 여론과 정보 흐름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의 '디지털 셧다운'은 처음이 아니다
이란의 디지털 통제는 최근에 시작된 현상이 아니다.
2019년 11월, 정부의 석유 가격 인상 발표를 계기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이란 정부는 약 5일간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을 단행했다. 넷블록스와 국제앰네스티 등 여러 인권 단체들은 이 조치가 시위 확산을 억제하고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수백 명에서 최대 1,500명에 이르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번 2025년 6월의 셧다운 역시 이러한 선례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안 조치로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 입장과 달리, 국내 여론과 국제 감시를 동시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란 정부는 텔레그램, 왓츠앱, 트위터(X), 페이스북 등 주요 SNS 및 메신저 앱에 대해 간헐적인 차단 조치를 취해 온 바 있다. 이러한 접근은 질서 유지나 사이버 안보의 일환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일부 인권 단체들은 이를 시민 간의 조직적 소통을 방해하고 정권 비판을 억제하려는 ‘플랫폼 검열’의 한 형태로 해석하고 있다.
기술이 전장이 되는 시대, 사이버전과 통제의 교차점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상당히 고도화된 사이버전 능력을 갖춘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0년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스턱스넷(Stuxnet)' 공격 이후, 이란은 사이버 방어와 공격 역량을 대폭 강화해 왔으며, 혁명수비대(IRGC) 산하의 전문 조직들이 사이버 작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스라엘과는 오랜 기간 비공식적 사이버 충돌, 이른바 '그림자 사이버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내 핵시설, 항만, 석유 기반시설이 공격 대상이 되었으며, 이란 연계 해커 집단도 이스라엘의 주요 인프라와 행정 시스템을 공격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최근에도 이란 내 금융기관, 암호화폐 플랫폼, 통신망에 대한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며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란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사이버 방어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조치가 국내 정치적 비판을 통제하고, 외부 감시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와 국제 인권단체들의 입장이다.
특히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 유통 수단을 넘어, 경제, 교육, 의료, 금융, 사회적 연결망 등 사회 전반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기능을 지닌 인터넷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의 생존권과 정보 접근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디지털 권리의 경계
인터넷 통제를 둘러싼 우려는 국제사회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6년 7월 1일, ‘인터넷상의 인권 증진, 보호 및 향유(A/HRC/32/13)’ 결의안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보장되는 권리, 특히 표현의 자유가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이 결의안은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행위를 “명백히 비난”하며, 이러한 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포함한 러시아, 미얀마, 인도 등 일부 국가는 국가 안보나 공공 질서 유지 등을 명분으로 셧다운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왔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와 사이버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전국적 차단을 시행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내 정보 유통을 통제하고, 미얀마는 2021년 쿠데타 이후 광범위한 인터넷 차단 조치를 시행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셧다운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 역시 카슈미르 지역을 중심으로 연간 수십 건의 인터넷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넷블록스(NetBlocks), 액세스 나우(Access Now), 인터넷 소사이어티 등 다수의 국제 감시 기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사이버 검열 또는 디지털 권위주의라는 새로운 국제적 갈등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디지털 주권, 누구의 손에?
이란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술적 대응을 넘어, 정치적 판단과 정보 통제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 앞으로 국제사회는 ‘사이버전 대응 vs. 시민 통제’라는 이중적 논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이란 내 시민사회는 통제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의 공간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까?
- 그리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정부의 차단 요청에 어떤 윤리적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지 이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차단은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본질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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