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브라우저가 나를 도와 움직인다
웹 브라우저는 수십 년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탭을 열고, 검색하고, 페이지를 읽고, 다시 검색하는 일이 반복됐을 뿐이다. 하지만 2025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오래된 탐색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바로 Edge 브라우저에 새롭게 도입된 ‘Copilot Mode’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능을 “브라우저의 작동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Copilot Mode는 단순한 챗봇이나 검색 요약 도구가 아니다. 이 모드는 사용자의 탐색 목적을 스스로 파악하고, 여러 탭의 문맥을 읽어내며, 사용자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경에서 돕는 일종의 AI 조력자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브라우저가 처음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새 탭을 열면, 기존처럼 여러 단축 아이콘이 나열된 화면 대신, 단 하나의 입력창만 보인다.
여기서 사용자는 질문을 입력하거나 음성으로 명령할 수 있다. "숙소를 비교해줘", "해변 근처로 한정해줘"와 같은 말에 Copilot은 사용자의 탭들을 읽고 그에 맞는 정보를 요약하거나, 새 탭을 열어 직접 비교해주기도 한다. 더 이상 수십 개의 탭을 넘나들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기능은 특히 다중탭 탐색과 비교 작업에 강점을 보인다. 사용자가 여러 개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비교하고 있을 때, Copilot은 각각의 특성과 가격, 배송 조건 등을 파악해 종합적으로 정리해준다. 여행 예약 시에도 위치, 편의시설, 날씨 정보까지 연결해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음성 기반 명령어 수행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말하는 것만으로 Copilot에게 “이 제품과 저 제품을 비교해줘”, “이 페이지에서 주요 정보만 알려줘” 같은 요청을 하면 된다. 브라우저는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행동 실행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향후에는 사용자가 원할 경우, 브라우징 이력과 로그인 정보, 일정 데이터까지 통합해 더 능동적인 조력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다음 주 목요일, 사무실 근처에서 패들보드 빌릴 수 있는 곳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Copilot이 날씨를 확인하고 예약까지 처리한 후, 관련된 준비물까지 추천해줄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기능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허용했을 때만 작동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기능이 사용자 중심의 통제권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브라우저 화면에는 Copilot이 언제 작동 중인지 명확한 표시가 제공되며, 언제든지 모드를 껐다 켤 수 있다.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되며, Microsoft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철저히 따르게 되어 있다.
흥미로운 기능 중 하나는 ‘브라우징 여정(Journey)’ 기능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탐색 패턴을 인식하고, 하나의 주제별 탐색 흐름으로 재구성해준다. 예를 들어, ‘온라인 비즈니스 시작하기’를 검색한 사용자에게는 웹사이트 빌더 비교, 결제 시스템 정보, 마케팅 전략에 대한 자료까지 연결해주는 일종의 AI 큐레이션 탐색 가이드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다시 처음부터 검색할 필요 없이, Copilot이 이어서 다음 단계를 제안해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Copilot Mode를 무료로 한시적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단, 이 기능은 현재 Windows와 macOS에서만 지원되며, Microsoft Edge 사용자 중 직접 옵트인(Opt-in) 방식으로 설정을 켜야 사용할 수 있다.
Copilot Mode는 단지 편리함을 넘어, 우리가 웹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검색의 주도권이 인간에게서 AI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이 기능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브라우저는 이제, 당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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