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다시 삼성의 이름이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형을 뒤흔드는 발표를 했다.
2025년 7월 28일,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규 팹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전용 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전략적 중요성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문장으로 그는 이번 결정의 무게를 강조했다.
사실 삼성은 현재도 테슬라의 AI4 칩을 생산 중이다. 그리고 AI5는 TSMC가 맡았다. 설계를 막 마친 AI5는 우선 대만에서 생산되고, 이후엔 미국 애리조나 TSMC 팹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그런데 AI6는 아예 처음부터 미국 내 삼성 팹에서, 전용 공정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이번 결정은 테슬라와 삼성 모두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 그리고 AI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할 고성능 칩을 직접 설계해왔고, 이제 그 칩을 어디서 어떻게 생산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마친 셈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에 테슬라 전용 라인을 확보하게 되면서, AI 반도체 경쟁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바로 ‘미국 내 생산’이라는 점이다.
TSMC가 여전히 공정 미세화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초기 생산은 대만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삼성은 아예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최신 공장을 테슬라의 AI6 칩 생산에 전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과도 맞물린다. 자율주행, 로봇, AI 컴퓨팅에 필요한 핵심 칩을 미국 땅에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테슬라에게 있어 기술적 자율성과 지정학적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선택이다.
AI6 칩의 세부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칩이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 로봇 제어, 대규모 센서 데이터 처리 등 복잡한 AI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에, 테슬라는 기존 AI4, AI5 칩보다 더 진보된 아키텍처와 고대역폭 메모리 지원 등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AI5는 TSMC가 만들고, AI6는 삼성이 맡게 되었을까?
이는 테슬라가 공급망을 분산하면서 양사 모두를 전략 파트너로 활용하려는 이중전략으로 해석된다.
TSMC는 검증된 양산 능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기 칩 생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삼성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전용 팹 제공이라는 맞춤형 파운드리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이제 반도체 시장은 단순한 생산 경쟁이 아니라, ‘누구의 AI를 누구와 함께 설계하고,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전략적 제휴의 전장이 되고 있다.
NVIDIA가 TSMC와 밀착해 AI 슈퍼칩 생산을 진행하듯, 테슬라도 AI6 칩을 통해 자체 AI 생태계를 위한 전용 반도체 기반을 만들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이 수주는 단순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 반도체, 특히 자율주행·로봇·슈퍼컴퓨팅용 칩 시장은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다. 이 영역에서 고객사의 핵심 칩을 미국 현지에서 맞춤 생산한다는 것은 곧 ‘AI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결정은 더 넓게 보면 미국 정부의 AI·반도체 통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IRA, CHIPS 법안 등으로 자국 내 제조와 공급망 확보를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 속에서, 삼성은 미국 내 생산력을 증명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TSMC가 여전히 기술 선도 기업임은 분명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내 생산 제한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삼성의 이번 ‘텍사스 카드’는 매우 전략적인 수였다.
일론 머스크의 짧은 SNS 글 하나는 결국 삼성이 AI 반도체 패권의 중심으로 다시 한 발 나아갔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테슬라는 AI4, AI5, 그리고 이제 AI6까지 이어지는 칩 전략을 통해 AI 중심의 하드웨어 혁신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 그 파트너로서 삼성과 TSMC가 번갈아 가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AI 시대, 칩은 단지 부품이 아니다.
이제 칩은 곧 지배력이고, 기술 주권이며, 시장의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중심에, 다시 삼성의 이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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