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두뇌가 아닌, 연결된 수많은 두뇌
기술이 확장될수록 함께 커져야 할 질문들
이전 장에서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이제 더 이상 하나의 뛰어난 모델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도구와 기능들이 서로 협력하는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차례입니다. 이렇게 복잡해지고, 강력해진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로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세상과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기술이 커지고 다양해졌다면, 이제 기술이 머무는 공간 역시 더 넓어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인공지능이 주로 컴퓨터 화면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예를 들어 검색을 도와주는 챗봇이나, 사진을 구분하는 앱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인공지능이 화면을 넘어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연결되고 있는 모습을 점점 더 자주 보게 됩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히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주변 환경 속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의 의도를 파악하여 대신 행동하는 ‘대리자’(Agent)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이 마치 우리를 대신해 심부름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개인 비서 같은 역할로 현실 속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 청소기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바닥을 청소합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차는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현실과 만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세 가지 중요한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현실 공간을 디지털 세계로 복사해 만드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개념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말 그대로 현실 세계를 컴퓨터 속에 쌍둥이처럼 그대로 옮겨놓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 도시를 그대로 디지털로 복제하여 도시의 교통 상황이나 날씨,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단지 현재 상황을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예측하거나, 문제 상황을 미리 발견하여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점점 더 개인의 시점에서 작동하는 흐름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만 인공지능과 소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입거나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나,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안경처럼, 사람의 눈과 귀에 훨씬 더 가까운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함께 움직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 AR 안경을 통해 주변의 가게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거나, 운동을 하면서 인공지능이 우리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필요한 조언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으로 훨씬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흐름은 인공지능이 한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기기와 시스템이 서로 연결된 분산형 환경(Distributed Environment)에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보통 한 대의 컴퓨터나 서버에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스마트폰,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각종 센서와 같은 다양한 기기들이 서로 연결된 환경 속에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로봇이 방 안의 상황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의 인공지능과 공유하여 가장 좋은 방법으로 청소나 요리를 도와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여러 기기와 시스템이 협력하여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우리의 생활을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단지 빠른 연산 능력을 가진 프로그램 정도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어디에 놓이고, 누구와 함께 협력하며,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 속에 들어올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이 장에서는 이 중요한 질문을 따라가면서, 지금 우리가 기술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공간과 삶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기술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차분히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실의 복제본 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 공간, 혹은 시스템을 디지털 환경 안에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입니다. 공장의 기계, 도시의 교통망, 건물의 구조, 심지어는 사람의 움직임까지도 센서나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수집한 뒤,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면, 디지털 속에 현실과 똑같은 ‘쌍둥이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이 복제 세계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미래의 변화를 시뮬레이션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디지털 트윈이 주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의 기계가 고장 나기 전에 진동이나 온도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문제를 미리 감지하거나, 고층 빌딩의 배관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기술이 단지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위에서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리고, 상황을 예측하며, 실행까지 조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디지털 트윈 안에서 단순히 데이터를 읽는 분석기를 넘어서, ‘작동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도시의 교통 신호 시스템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놓고,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차량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신호 시간을 조정한다면, 이 모델은 단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도구가 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디지털 트윈 위에서 작동하면, 현실과 디지털 사이에 실시간 연결이 형성됩니다. 즉, 센서와 장치가 현실에서 정보를 가져오고, 인공지능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며, 결정된 결과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 물리적 작동을 일으킵니다. 예측과 실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류 창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창고 곳곳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고, 로봇이 물건을 옮기고 있으며, 이 모든 활동이 디지털 트윈 상에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인공지능은 이 디지털 정보들을 통해 어느 통로가 막히고 있는지, 어떤 구역에 물건이 부족한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로봇의 경로를 바꾸거나, 사람에게 알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인공지능은 단순히 ‘무엇이 문제인가’를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주체가 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강화학습 기반의 시뮬레이션 훈련, 이른바 Sim2Real(Simulation to Reality) 방식과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인공지능은 디지털 트윈 상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빠르게 반복하며 최적의 전략을 학습할 수 있고, 이렇게 학습한 전략을 실제 환경으로 그대로 전이 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는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과 결합된 강화학습은, 로봇이 사람처럼 작업을 배우고, 현실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물류와 제조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서 AMR(Autonomous Mobile Robot)로의 전환을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의 AGV는 바닥에 그려진 경로나 고정된 루트를 따라 움직였지만, AMR은 실시간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경로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이 구조는, 물리적 세계를 더 유연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 공장, 병원, 학교, 그리고 개인의 집까지도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가상 세계에 복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이 복제된 세계 안에서 학습하고 예측하며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되고, 그 판단은 다시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결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디지털 트윈은 인공지능이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가 아니라, 현실과 직접 연결된 판단자가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줍니다. 인공지능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가상 세계 안에서 실험하며, 현실 세계로 영향을 미치는 양방향 작동을 통해, 사람과 환경 사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시점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지금까지 우리가 주로 접해온 인공지능은 대부분 바깥에서 상황을 관찰하는 형태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은 그 질문 문장만 보고 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처한 실제 환경이나 상황을 직접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단지 입력된 텍스트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친구와 대화할 때는 단순히 말하는 문장만 듣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표정이나 손짓, 지금 주변의 분위기와 같은 여러 가지 정보를 함께 받아들입니다. 이런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한 후에야, 우리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도 사람의 이러한 사고 방식을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받는 변화는 바로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1인칭 시점(First-person perspective)’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인칭 시점이란, 말 그대로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관점’입니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눈과 귀, 손발처럼 행동하면서,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들을 바로 옆에서 함께 받아들이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스마트 글래스(안경), 증강현실(AR) 기기, 그리고 스마트 시계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 장치 덕분입니다. 이런 장비들에는 카메라, 마이크, 움직임 센서 등이 달려 있어서 사용자가 보고 듣고 움직이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공지능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이 정보를 종합해서, 사용자의 현재 상황과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게 됩니다.
한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스마트 안경을 쓰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인공지능은 여러분이 지금 어떤 제품을 바라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과자 상자의 라벨을 오래 보고 있다면, 인공지능은 “이 사람이 성분이나 영양 정보가 궁금한가 보다”라고 판단해서, 바로 그 과자의 상세 정보를 안경 화면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두 가지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각 제품의 가격이나 리뷰를 비교해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멀티모달 처리 능력(Multimodal Processing)’이라고 부릅니다. 멀티모달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방식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이미지, 영상), 음성 정보, 텍스트, 위치 정보, 그리고 여러분의 움직임이나 심박수와 같은 생체 신호까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함께 종합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주로 텍스트 정보만 다뤘지만, 이제는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더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기술이 좋아졌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인공지능과 소통하려면 반드시 키보드로 문장을 입력하거나, 특정한 음성 명령을 내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이 우리와 함께 걷고 움직이며,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손짓이나 표정, 심지어 우리가 긴장하거나 흥분하는 정도까지도 감지하여 우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스마트 안경을 쓰고 있다면, 인공지능은 여러분의 눈동자가 특정 문제 위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보고, 여러분이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거나,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화면에 띄워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단지 명령을 받고 반응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이해하고, 우리가 미처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1인칭 시점의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개인 비서, 공부를 돕는 학습 도우미, 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 파트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상황을 곁에서 함께 보고 이해하며, 나의 작은 손짓과 말투까지 읽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두뇌가 아닌, 연결된 수많은 두뇌
지금까지 우리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하나의 커다란 컴퓨터나 서버 안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실제로 초기의 인공지능 시스템들은 대부분 단일한 장치 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텍스트만 처리하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사진, 영상, 음성, 심지어 사람의 움직임과 건강 상태까지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또한, 즉각적인 반응이 꼭 필요한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사람 대신 운전을 한다면, 1초의 지연도 생명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이제 하나의 장치나 서버 안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장치와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분산형 구조(Distributed Structure)’라고 부릅니다. 분산형 구조는 단순히 작업을 여러 컴퓨터가 나누어 처리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각각의 기기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도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스마트폰으로 인공지능에게 날씨와 함께 “내일 입을 옷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작업은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고, 내일 날씨를 확인하는 작업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진행되며, 옷 추천 기능은 또 다른 서버나 장치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장치에서 역할이 나뉘어 처리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하나의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분산형 구조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많은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스마트 가전, 자동차, 공장 기계, 웨어러블 장치 등 수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장비와 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에, 인공지능이 단지 하나의 컴퓨터나 서버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분산형 인공지능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과 확장성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작업을 하나의 서버에서 처리하게 되면, 사용자가 많아지거나 데이터가 늘어나면 속도가 느려지고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여러 장치와 서버가 각자 자신의 역할만 수행하면, 전체적인 속도와 안정성이 훨씬 좋아집니다. 게다가 모든 장치가 계속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필요한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여러분이 스마트 안경을 쓰고 길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스마트 안경은 주변의 모습을 계속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합니다. 음성 명령은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처리하고, 지도와 길 안내 정보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가져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안경의 화면에 길 안내가 표시됩니다. 각 장치가 따로 작동하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입니다. 이것이 바로 잘 설계된 분산형 인공지능 시스템의 모습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하나의 제품이나 앱을 넘어, 다양한 장소와 기기,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하나의 서버가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고, 수많은 작은 장치들이 각자 데이터를 모으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마치 생물의 신경망과도 닮아 있습니다. 우리 몸속의 신경들이 서로 소통하며 전체 몸을 유지하는 것처럼, 분산형 인공지능도 각각의 기기들이 서로 반응하며 전체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구조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이런 분산형 인공지능은 앞으로 스마트 시티, 디지털 헬스케어, 재난 대응, 심지어 우주 탐사까지도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결국 분산형 구조는 인공지능이 좁은 공간을 벗어나 훨씬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기술이 확장될수록 함께 커져야 할 질문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점점 더 넓은 공간에서 동작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를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위에서 현실을 예측하고, 사람의 눈과 귀처럼 상황을 직접 이해하는 1인칭 기반 에이전트로 우리 곁에 함께하며, 수많은 장치들이 긴밀히 연결된 분산형 환경 속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환경 전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원리이자 인프라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렇게 넓게 퍼지고 깊게 자리 잡을수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에너지와 자원에 관한 문제입니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과 여러 장치를 연결한 분산형 구조는 점점 더 많은 전력과 컴퓨터 자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모든 도시에, 모든 가정에, 모든 개인이 사용하는 장치마다 인공지능이 적용된다면, 이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의 부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지금보다 적은 자원으로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술자들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경량화 모델, 효율적인 알고리즘, 그리고 상황에 따라 계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바로 ‘정보의 주권’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시야와 공간, 개인의 신체 정보에까지 다가가게 되면서, 이전에는 민감하게 여기지 않았던 정보들조차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위치, 얼굴 표정, 목소리 톤, 심지어 심장 박동과 같은 개인적이고 민감한 정보들까지도 인공지능의 분석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보안 기술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공지능이 우리에 대해 어떤 정보를 얻고, 어디까지 해석하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하고, 그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기술이 우리의 생활 속 더 많은 부분으로 퍼질수록, 우리가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할 기준과 균형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선택해야 할 방향은 단지 더 빠르고 똑똑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하고 현명하게 기술을 우리의 삶과 환경 속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