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조원 투자, 글로벌 시장 25배 성장 선점 노린다"
2025년 4월 10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이번 연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서울대학교, KAIST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과 레인보우로보틱스,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등 40여 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결성됐다.
참여 기관들은 2030년까지 대한민국을 휴머노이드 분야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펀드 조성,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해 총 1조 원 이상의 민관 투자가 추진될 예정이다.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의 본격 개막
AI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이끈 현재의 기술 혁신을 넘어, 앞으로는 ‘피지컬 AI(Physical AI)’, 즉 실제 움직이고 작업하는 로봇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가 있다.
테슬라, 피규어AI, 아마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차세대 로봇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유비테크와 유니트리 같은 기업들을 정부 주도로 집중 육성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로보컵, DARPA 챌린지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두며 기술력을 인정받아왔지만, 특허 출원 수나 투자 규모 면에서는 아직 미국과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5년간 특허 건수를 보면, 한국은 368건으로 중국(5,688건)의 6% 수준에 그치고 있다.
* ‘24년 국제 로보컵에서 서울대·부산대와 한양대팀이 홈서비스, 축구분야에서 2, 3위 차지 * 최근 5년간 특허 건수(4위) : 중국(5,688건), 미국(1,483건), 일본(1,195건), 한국(368건) |
이러한 현실 속에서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은, 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단숨에 글로벌 최전선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총력전 선언이라 할 수 있다.
K-휴머노이드 연합의 5대 미션

➊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 "한국형 로봇 GPT" 구축 목표
K-휴머노이드 연합이 가장 먼저 착수할 과제는 로봇용 공용 AI 모델 개발이다. 서울대 AI연구원(장병탁 교수)을 중심으로 KAIST,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 국내 유수의 연구진들이 힘을 모아 2028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인공지능 개발을 넘어, 모든 로봇 제조사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로봇 GPT'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엔비디아가 CES 2025에서 공개한 로봇 플랫폼 'COSMOS'와 유사한 방향을 지향하며, 글로벌 로봇 생태계에서 대한민국이 자체 표준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수십 개의 관절을 동시에 제어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특성상, 기존 생성형 AI와는 전혀 다른 고도화된 학습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조사들은 각자의 로봇 행동 데이터와 실제 운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연구진에게 제공하고,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학습과 피드백을 거쳐 모델을 고도화하는 산학 연합 개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➋ 초고성능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개발 — "글로벌 최고 사양을 향해"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추진하는 두 번째 핵심 과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이다.
연합은 2028년까지 다음과 같은 명확한 성능 목표를 제시했다:
- 무게 60kg 이하: 경량화를 통해 작업장과 가정에서의 안전성 확보
- 자유도(DOF) 50개 이상: 다양한 인간형 동작 수행 가능
- 페이로드 20kg 이상: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무게 작업 가능
- 이동속도 2.5m/s 이상: 빠른 이동과 작업 속도 지원
이와 함께, 더욱 정교한 작업 수행을 위해 힘과 토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힘/토크 센서, 인간 손의 촉각을 모사하는 고성능 촉각 센서, 가볍고도 강력한 출력을 지원하는 경량 고출력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기술 개발도 병행된다.
이 ambitious한 프로젝트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로봇, 원익로보틱스, 위로보틱스를 비롯해,
LG전자, 두산로보틱스 같은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연합 내 기업들의 공동 연구개발 과제에 우선적으로 R&D 예산을 배정할 방침이다. 산업부의 ’25년 로봇 예산은 2,000억원 규모로 향후 예산 증액을 위해 관계부처, 국회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한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COSMOS’와 유사한 한국형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➌ AI 반도체 및 고성능 배터리 개발 — "두뇌와 심장을 동시에 강화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막대한 연산량을 처리하고,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특성상, 고성능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고밀도·고안전 배터리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대표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과 DEEPX가 참여해 초저전력, 초고성능을 목표로 한 차세대 AI 칩 개발에 나선다. 또한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3대 기업이 함께 휴머노이드 전용 고밀도·장수명 배터리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해외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TSMC는 테슬라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전용 반도체 협력을 논의 중이며,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 역시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휴머노이드 특화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AI 반도체 대규모 R&D 사업을 별도로 추진해, 향후 휴머노이드를 넘어 자율주행차, 국방, 항공우주 등 다양한 응용 시장까지 확장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➍ 스타트업 육성과 인재 양성 — "미래를 움직일 젊은 힘을 키운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이를 선도할 스타트업과 젊은 인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휴머노이드 연합은 이러한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2025년 안에 전용 휴머노이드 펀드를 신설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본격화한다.
또한 서울대, KAIST를 비롯한 국내 20개 주요 대학과 협력해, 학부생들도 연합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습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한다.
특히 최근 '딥시크 쇼크' 사례처럼,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을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재현하려는 것이 연합의 목표다.
연합은 단순한 연구 인력이 아닌, 현장 실습과 프로젝트 경험을 갖춘 실전형 인재를 대거 배출해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➎ 공급-수요기업 간 협력 강화 — "현장에서 진짜 기술을 완성한다"
로봇 기술은 단순한 연구실 개발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제 산업현장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진화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K-휴머노이드 연합은 수요기업과의 실증 협력 강화를 중요한 전략으로 삼았다.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 삼성중공업, CJ대한통운 등 주요 기업들이 수요 파트너로 참여해, 자사 생산라인, 물류센터, 조선 현장 등에서 휴머노이드를 직접 투입하고 실증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 세미나, 쇼케이스, 경진대회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공동 과제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전기차 공장에 투입하거나, Figure AI가 BMW와 10만 대 휴머노이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글로벌 전략과 같은 맥락의 접근이다.
산업현장과 로봇기술이 긴밀하게 맞물릴 때, 비로소 대한민국 휴머노이드 산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범식에 참석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휴머노이드 시장은 2025년 15억 달러에서 2035년 380억 달러로 10년 만에 25배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하며, "이제는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제조업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도 산학연 연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이제 피지컬 AI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대한민국의 제조업, AI, 반도체, 배터리 기술을 통합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글로벌 시장의 속도와 치열함을 고려할 때, 이제 '빠른 실행', '지속적 투자', '유기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대한민국은 과연,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까지 주도하는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지금부터 시작될 실천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