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된 거래 인프라와 성인 구매층의 확대
포켓몬 카드는 1990년대 초반 첫 출시 이후 아이들 사이에서 교환하고 즐기는 대표적 수집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놀이의 영역을 벗어나, 전 세계 성인을 포함한 방대한 수집·투자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카드의 인기가 다시 폭발하며, 대형 리테일러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실적을 움직이는 수준으로 부상했다.
포켓몬 카드는 더 이상 아이들과 일부 매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향수와 투자, 신제품 출시, 온라인 거래 활성화가 맞물리며 하나의 복합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대형 유통업의 성장 동력이자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표로까지 부상하며, 단순한 장난감이나 팬덤 문화를 넘어 소매·콘텐츠 산업 전반을 해석할 수 있는 상징이 되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는 포켓몬 카드의 인기
포켓몬 카드는 이제 대형 리테일러의 실적 보고서에서 직접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대형 유통 체인 타깃(Target)은 2025년 자사의 트레이딩 카드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70% 성장한 수치다. 월마트(Walmart Marketplace) 또한 2024년 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카드 매출이 200% 이상 증가했고, 그중 포켓몬 카드는 무려 10배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베이(eBay) 역시 같은 기간 동안 트레이딩 카드가 10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GMV(총거래액)에서 가장 큰 기여 카테고리로, 트레이딩 카드를 꼽았다.
2차 시장에서도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으며, 스포츠카드도 208% 증가했다. 또한 트레이딩 카드 감정 및 등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PSA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PSA 상위 100개 카드 중 97개가 포켓몬 카드로 집계되었다. 이는 포켓몬 카드가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투자·투기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켓몬 카드의 인기는 장난감·완구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는 2025년 1~4월 미국 완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주요 성장 동력이 바로 포켓몬 카드와 스포츠카드였다. 공급 측면에서도 특징적인 흐름이 포착된다. 포켓몬 카드의 연간 생산량은 2025년에 102억 장으로, 전년 119억 장에 비해 다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오히려 특정 신제품과 인기 라인업에 집중되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세대 교체가 가져온 소비의 확장
포켓몬 카드 시장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하비 경제’가 이제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마니아나 어린이들의 취미에 머물렀던 카드가 오늘날에는 대형 리테일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식 산업 카테고리로 편입되었다. 이는 단순한 인기 상품을 넘어 산업 구조 속에서 의미 있는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세대 교체 효과 역시 뚜렷하다. 1990년대에 포켓몬을 접한 세대가 이제는 구매력 있는 성인이 되었고, 단순한 팬덤을 넘어 투자적 수요층으로 변모하면서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 eBay의 정품 인증 서비스, PSA의 등급 평가, StockX의 실시간 시세 공개 같은 제도화된 거래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시장 신뢰도는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카드 생산량의 급격한 확대, 관세와 물류 이슈, 그리고 고가 한정판의 가격 변동성은 언제든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불안 요소다. 결국 이 시장은 성장의 탄력을 유지하면서도 리스크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취미에서 산업으로
포켓몬 카드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부상은 단순한 ‘어린 시절 향수’의 부활이 아니다. 대형 유통업의 실적을 견인하고, 성인 투자자층까지 흡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적 파급력을 가지는 현상으로 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이 붐이 지속될지는 공급 안정성과 팬덤 유지, 그리고 투자적 열기의 균형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포켓몬 카드가 더 이상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투자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