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가항공사 제트블루(JetBlue)가 2027년부터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망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를 도입한다.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해온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플라이-파이(Fly-Fi)’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승객들이 3만 5천 피트 상공에서도 끊김 없는 스트리밍과 재택근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항공사 최초로 쿠이퍼 위성 네트워크를 상용화하는 사례로, 업계에서는 “하늘 위 스트리밍·클라우드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제트블루와 아마존의 협력
제트블루는 이미 2013년부터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해왔다. 하지만 기존 위성 인터넷은 고도가 높은 정지궤도(GEO) 위성에 의존해 지연 시간이 길고, 탑승객이 몰릴 경우 속도 저하와 불안정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제트블루는 2027년부터 일부 항공기에 프로젝트 쿠이퍼의 저궤도 위성 통신 장비를 탑재한다. 저궤도 위성은 지상 590~630km 고도에서 운용되며, 기존 GEO 위성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전송 지연이 크게 줄고, 연결 속도와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제트블루 마티 세인트 조지(Marty St. George) 사장은 “기내 연결성에서 우리는 늘 한 발 앞서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앞으로 승객들이 상공에서도 스트리밍과 업무,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궤도 인터넷’의 항공 적용
프로젝트 쿠이퍼는 아마존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 중인 글로벌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다. 이미 100기 이상의 위성이 궤도에 올라 있으며, 연말부터 일부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은 GEO 위성보다 지연시간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화상회의나 클라우드 작업 같은 고용량 데이터 전송에도 적합하다. 항공용 전용 단말기는 최대 1G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해 탑승객 개개인이 고화질 스트리밍을 원활히 즐길 수 있는 대역폭을 제공한다. 또한 쿠이퍼의 항공 터미널은 풀 듀플렉스 Ka-밴드 위상 배열 안테나를 기반으로 설계돼, 위성 전환 중에도 연결이 끊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 디바이스·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 파노스 파네이는 “쿠이퍼의 목표는 지상과 상공 어디서든 끊김 없는 인터넷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여행 중에도 연결은 일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사·제조사·빅테크의 이해관계
제트블루의 결정은 항공업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기내 와이파이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승객 충성도와 브랜드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제트블루가 쿠이퍼를 선도적으로 도입함에 따라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같은 경쟁사들도 저궤도 위성 인터넷 도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제조사 차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아마존은 이미 에어버스와 협력해 쿠이퍼 단말을 항공기 카탈로그에 탑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새로운 표준 장착 경쟁에 뛰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빅테크 간의 ‘하늘 위 인터넷 전쟁’도 본격화된다. 이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가 일부 항공사와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아마존 쿠이퍼의 가세는 경쟁 구도를 격화시킬 전망이다.
프로젝트 쿠이퍼는 단순히 항공사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아마존은 이 네트워크를 학교, 병원, 농촌, 재난 구조 현장 등 기존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곳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제트블루 사례는 “하늘에서 먼저 시작되는 저궤도 인터넷 혁명”으로 상징된다. 기내 와이파이가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항공권 가격에 포함된 필수적 네트워크 경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제트블루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범 노선과 일부 기재에서 쿠이퍼 서비스를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북미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항공사들도 잇따라 저궤도 위성 기반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GEO 기반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장기적으로 기내 인터넷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항공기 운영 데이터, 정비, 안전 관리까지 실시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제트블루가 선택한 아마존의 프로젝트 쿠이퍼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이는 항공산업, 위성 인터넷, 글로벌 통신망을 동시에 뒤흔드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와의 경쟁, 에어버스와의 협력, 그리고 승객 경험 혁신까지—쿠이퍼는 “하늘 위 클라우드”를 현실로 만들려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앞으로 항공사를 고를 때, 우리는 노선과 가격뿐 아니라 ‘기내 인터넷 품질’을 기준으로 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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