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호주에서 자사의 검색 서비스 지배력 강화를 위해 통신사들과 맺은 독점 계약이 경쟁을 저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18일(현지시간) 구글 아시아 퍼시픽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구글은 책임을 인정하고 5,500만 달러(약 765억 원)의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검색 독점 계약과 벌금 합의
문제의 계약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이어졌으며, 구글은 호주 주요 통신사인 텔스트라(Telstra)와 옵터스(Optus)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오직 구글 검색만을 사전 탑재하도록 요구했다. 그 대가로 양사는 구글 검색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일정 비율 공유받았다.
이 계약은 사실상 경쟁 검색엔진의 시장 진입을 차단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ACCC의 판단이다. 구글은 해당 이해관계가 호주 경쟁법(CCA) 제45조를 위반했음을 인정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구글은 벌금 납부 외에도 법원 집행력이 있는 약속(undertaking)을 제출했다. 이 약속에는 ▲안드로이드 제조사 및 통신사와 맺는 계약에서 사전 설치·기본 검색 엔진 독점 조항 삭제, ▲다른 검색 서비스의 사전 설치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미 2024년 텔스트라, 옵터스, TPG 등 호주 3대 통신사는 ACCC 권고에 따라 구글과의 독점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다양한 검색 엔진이 사전 탑재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소송은 ACCC가 2017년부터 진행한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조사(Digital Platform Services Inquiry) 과정에서 불거졌다. ACCC는 2022년 보고서에서 거대 기술 기업의 반경쟁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의무적 서비스별 규제 체계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고, 현재 재무부가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ACCC 지나-캐스 고틀립 위원장은 “경쟁 제한은 소비자에게 선택권 축소, 가격 인상,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며 “AI 검색 도구가 새롭게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번 조치는 소비자가 다양한 검색 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검색 시장 독점 구조 흔들리나
구글은 전 세계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사전 탑재(pre-installation)와 기본 설정(default setting) 전략은 신생 검색 서비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장치로 지적돼 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OpenAI의 ChatGPT 기반 검색,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AI 검색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기존 검색 엔진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번 ACCC 조치는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검색 시장 독점 완화”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 소비자 측면: 다양한 검색 서비스가 기본 탑재될 수 있어 선택권이 확대된다.
- 기업 측면: 구글 외 검색·AI 스타트업이 호주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얻는다.
- 규제 측면: 호주 사례는 EU, 미국 등 다른 관할권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 산업 측면: AI 기반 검색 도구와 전통적 검색 엔진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검색 경험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벌금 부과를 넘어, “디지털 독점 규제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과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AI 기반 경쟁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기존의 독점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판결은 호주뿐 아니라 글로벌 검색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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