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것 같지만 구조적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흐름들
시장의 룰을 ‘트윗’으로 바꾸고, 법의 경계를 ‘침묵’으로 흔드는 자가 있다.
즉흥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는 체계와 규칙을 흔들려는 치밀한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한 사람. 바로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다.
그는 지금, 하나의 CEO나 발명가를 넘어서, 하나의 체제를 설계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뉴럴링크를 넘어 이제는 SNS ‘X’의 오너이자, 미국 연방 시스템까지 관여하는 디지털 하이브리드 권력자로서 그의 발언과 선택은 더 이상 기업 경영의 문제가 아니다.
법이든, 시장이든, 사회적 합의든.
머스크는 그 경계를 밀어붙이고, 그 반응을 시험한다.
그래서 그가 또다시 ‘규제의 선’을 넘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답지 않은 뉴스가 돼버렸다.
놀라운 것은 ‘또 넘었다’가 아니라,
그 반복되는 선 넘기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머스크에게 확실한 제동을 걸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왜 이렇게 자주 경계를 넘고, 법의 회색지대를 탐험하는가?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전략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반복 속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즉흥 같지만, 구조적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대표 사례를 꺼내려 한다.
사건은 각각 다르다. 시점도, 분야도 다르다.
하지만 흐름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즉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늘 정치적 언어, 전략적 침묵, 제도에 대한 설계 욕망이 숨겨져 있다.
- 2018년 ‘자금 확보’ 트윗 사건: 공시가 아닌 트윗으로 시장을 움직인 순간
- 2022년 트위터 지분 공시 지연: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매입 전략
- 2025년 SSA 시스템 개편: 연방 행정 구조를 직접 재편하려는 실험
이 세 사건은 하나의 패턴이고, 그 패턴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한 사람이 어디까지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가?”
“트윗 하나가 시장을 흔들었다.
침묵 하나가 법을 시험했다.
그리고 이제, 시스템 하나가 그의 실험대에 올랐다.”
2018년 '자금 확보' 트윗 사건
2018년 8월 7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금은 확보되었다.”
이 한 줄짜리 트윗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머스크가 말한 ‘비공개 전환’은, 테슬라를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하고 소수 주주만 남기는 방식의 대규모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트윗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약 11% 급등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팔았다.
하지만 문제는, 머스크가 언급한 ‘자금 확보’가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의 말과 달리,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이나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머스크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비공개 전환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대화는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관심 표명’ 수준에 불과했고, 자금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나 서면 계약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자금은 확보되었다(Funding secured)"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투자자들은 이 트윗을 신뢰하고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거나, 반대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등의 투자 결정을 내렸다.
트윗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약 11% 급등했고, 단기적으로 시장 또한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이후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다시 급락했고, 그 사이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해당 트윗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거나, 공매도 세력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그는 당시 공매도 세력과 격렬한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Burn the shorts(공매도 세력 박살낸다)"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남긴 바 있다.
2018년 9월 27일, SEC(미국증권거래 위원회)는 연방법원에 머스크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SEC의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그 트윗 한 줄은 거짓이었고, 그 거짓으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손해를 입었다. 그것이 시장 조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시장 조작인가?”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18년 9월 29일,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일론 머스크와의 합의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이사회 의장직에서 3년간 물러나는 조건에 동의했으며, 개인적으로 2천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또한, 테슬라와 관련해 향후 중요한 발언을 하기 전에는 내부 법률 자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사전 승인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CEO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보 통제와 공시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였다.
또, 테슬라 본사에도 동일한 수준의 벌금이 부과됐다. 기업 차원에서 2천만 달러를 별도로 납부해야 했고, SEC는 테슬라에 대해 이사회 독립성 및 내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합의는 정식 재판 없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짓는 대신, 머스크와 테슬라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만든 조치였다.

사실, SEC는 형사처벌 기관이 아니라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은 법적 다툼 없이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건의 합의는 단순한 ‘사과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금전과 제도 개편으로 분명히 지게 한 케이스가 되었다.
머스크도 처벌, 테슬라도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 내 구조 개선 요구까지 포함된 강력한 합의였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머스크는 “SEC는 Shortseller Enrichment Commission(공매도 세력만 이롭게 하는 기관”이라며 노골적으로 SEC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당시, SEC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도 힘을 합쳐 머스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2023년 1월부터 2월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23년 2월 3일, 배심원단은 머스크와 테슬라의 손을 들어주었다. 배심원단은 머스크의 2018년 트윗이 투자자들을 고의로 오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머스크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판결에 즉각 불복했고, 새로운 재판을 요청하며 항소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2024년 11월 6일, 연방 항소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재심 요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사건은 사실상 머스크의 최종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2022년 트위터 지분 매입 공시 지연 사건
2022년 3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Twitter)의 지분을 조용히 매입했다. 아니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 초까지 지분율은 9.2%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공시 시점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개인이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면 10일 이내에 이를 ‘Schedule 13D’ 양식으로 SEC에 보고해야 한다. 이 공시는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다. 하지만 머스크는 법정 기한을 11일이나 초과해 공시를 진행했다. 그 사이 그는 저가에 트위터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고, 공시 직후 트위터 주가는 약 27% 급등했다.
SEC와 일부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정보 비공개 기간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겼으며, 그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즉,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시장 조작 또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SEC는 2022년부터 이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2024년 말까지도 조사 및 법적 대응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1월, SEC는 머스크를 정식으로 제소했다.
SEC는 머스크가 공시 지연으로 인해 최대 1억 5천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25년 3월 14일, 머스크는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스페이스X 본사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환장을 받게 되었다.
2025년 4월 현재 이 사건은 여전히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며, 머스크 측은 이를 단순한 행정상 착오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SEC는 2018년 ‘자금 확보’ 트윗 사건과 같은 과거 전례를 근거로 이번에도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투자자들 역시 머스크의 공시 지연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거래했고, 주가가 급등한 후에야 머스크의 대규모 매입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머스크식 내부자 거래"로 간주하고 민간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미국 사회보장국(SSA) 강제 개편 사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2025년 2월, 미국 사회보장국(SSA)의 예산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이유로 직원의 약 12%에 해당하는 7,000명을 해고하고, 전국적으로 47개의 SSA 사무소를 폐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연금 수급자들의 불안감을 초래했고, 결국 개편에 대한 반발로 2025년 4월 초, 다수의 사회보장 수혜자와 단체들은 DOGE와 S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가 장애인을 포함한 수혜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연방 법률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재활법(Rehabilitation Act),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그리고 미국 헌법 제5조 수정안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해당 정책들의 즉각적인 중단과 이전 상태로의 복원을 요청했다. 이 소송은 SSA의 핵심 기능을 약화시키는 최근의 변화들이 수혜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으며, 특히 서비스 접근성 감소, 민원 처리 지연, 권리 구제 절차의 축소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이 소송은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SSA의 운영 방식과 수혜자들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민간 소송과는 별개로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은 2025년 3월 21일, DOGE의 SSA 시스템 접근을 14일간 차단하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DOGE가 명확한 근거 없이 수백만 미국인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5년 4월 7일, 제4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하급심의 임시 금지 명령을 일부 해제하여 DOGE가 교육부, 재무부, 인사관리처(OPM)의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SSA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차단된 상태다.
규칙은 '테스트하는 것?'
머스크는 전통적인 규칙과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시험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가 자주 넘는 선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경계의 유연함과 허점을 계산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처럼 보인다.
트윗 하나로 공시를 대체했고, 공시 기한을 넘긴 뒤에도 적극적으로 매입한 후 행정 오류로 치부했다. 또, 규제 기관(DOGE)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마치, 규제 안에서 움직이기보단, 규제에게 '나를 따르라.'를 외치는 사람처럼 말이다.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 시스템의 경계를 시험하고,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규제와 절차를 재구성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마찰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초래되는 법적·사회적 충돌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한 기업인의 돌출 행동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머스크는 더 이상 테슬라나 X의 CEO로만 볼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 우주 산업, SNS, 금융, 그리고 이제 정부 운영까지 손을 뻗는 하이브리드 권력자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의 행보는 기존 권력 구조와 제도의 경계를 시험하는 하나의 실험처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규정 위반이나 제도 회피를 넘어서, '한 개인이 어디까지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위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권력 질서를 실험하고 있는가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을 넘을 것이고, 우리는 그 선 너머에서 미래 권력의 윤곽을 읽어내야 한다. 머스크를 관찰하는 일은 곧, 책임의 경계와 권력의 형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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