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클래식이 마주한 편의성과 정체성의 충돌
[메타X(MetaX)]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MMORPG인 리니지를, 2000년대 초반의 설계와 감성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당시의 느린 성장 속도와 직접 조작 중심의 플레이 경험까지 되살리겠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 상징적인 선언이 바로 “그 시절 그대로, 100% 수동 플레이”였다.
리니지 클래식은 2월 7일 프리 오픈과 함께, 자동 사냥이나 편의 기능에 의존하지 않는 직접 조작의 MMORPG를 약속했다. 몬스터를 직접 찾고, 이동하고, 클릭하며 쌓아 올리는 경험 자체가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2월 8일, 공식 입장은 달라졌다.
엔씨소프트는 “수동 플레이로 인한 피로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며, 자동 플레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 사냥이란 무엇인가
자동 사냥은 전투, 이동, 자원 수집처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플레이 행위를 시스템이 대신 처리해주는 기능을 의미한다. 다만 자동 사냥은 흔히 하나의 기능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여러 방식의 자동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먼저, 게임 외부에서 작동하는 불법 매크로나 봇이 있다. 이는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플레이를 자동화하는 수단이며, 대부분의 게임에서 제재 대상이 된다.
반면 공식 자동 사냥은 게임 내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허용된 자동화다.
플레이어는 특정 조건을 설정하고, 캐릭터는 그 범위 안에서 전투와 성장을 반복한다.
그 중간 지점에는 반자동 시스템이 존재한다.
반복 명령을 큐에 넣거나, 단축키를 통해 행동을 순환시키는 방식처럼, 조작 부담을 줄이되 완전한 방치는 허용하지 않는 형태다.
이러한 공식 자동 사냥 시스템은 플랫폼 환경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진화해왔다.
PC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자동화가 도입되어 왔고, 모바일 게임 환경에 이르러서는 ‘방치형 성장’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 사냥은 더 이상 선택적 편의 기능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리니지M의 자동 사냥 이용권, 검은사막의 반복·순환 퀘스트 시스템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동 사냥은 점진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자동 사냥의 등장은 기술이 갑자기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게임을 둘러싼 환경이 더 이상 기존의 플레이 방식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깝다. 즉, 자동 사냥은 진보의 결과라기보다 조정의 결과다.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모바일 게임이 만들어낸 플레이 문화다. 화면을 직접 바라보고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는 경험은, ‘접속해 있다’는 상태와 ‘실제로 플레이한다’는 행위를 분리시켰다. 이 문화는 곧 표준이 되었고, 유저들은 점차 “켜두기만 해도 성장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MMORPG의 주 이용자층 역시 변화했다. 한때 MMORPG는 20대 학생층을 중심으로, 장시간 접속과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핵심 이용자는 3~40대 직장인과 부모 세대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수동 플레이를 요구하는 구조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자동 사냥은 편의라기보다,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최소 조건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불법 매크로 문제까지 겹쳤다.
게임사는 오랫동안 외부 자동화 프로그램과의 싸움을 이어왔지만, 완전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통제할 수 없는 자동화를 방치하느냐, 아니면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느냐.
많은 게임이 후자를 택했다.
공식 자동 사냥의 도입은 불법 매크로를 몰아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었고, 동시에 게임 설계 전반을 다시 짜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순간부터 자동 사냥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게임 구조를 전제로 삼는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유저의 시선, '자동 사냥 찬성'의 논리
자동 사냥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요소는 시간이다. “퇴근하고 와서 클릭질 할 게 못 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직장인, 부모, 학업을 병행하는 유저에게 MMORPG의 전통적인 성장 구조는 이미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이 격차는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 더욱 분명해진다.
예컨대 30대 직장인 A가 주말에 3시간씩 플레이하는 경우와, 하루 12시간 이상 접속이 가능한 유저를 비교해보자. 한 달이 지나면 레벨은 20 이상 벌어지고, 주요 아이템의 가치 차이는 10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 구조 속에서 자동 사냥은 편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신체적·심리적 피로도 역시 중요한 이유다. 수천 번의 반복 클릭은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물리적 부담을 남기고, 단조로운 행위의 반복은 심리적 소진을 가속한다. 이 지점에서 게임은 점차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노동에 가까운 것으로 변한다.
또 하나의 근거는 진입 장벽 문제다. MMORPG의 핵심 재미는 대개 중·후반부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요구되는 반복과 시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면, 신규 유저는 애초에 도착하지 못한다. 자동 사냥은 이 과정을 단축시키는 장치로 작동하며, 장르의 외연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타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저의 시선, '자동 사냥 반대'의 논리
반대로, 자동 사냥이 가져오는 손실 또한 분명하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성취감이다.
직접 조작해 몬스터를 쓰러뜨렸다는 감각과, 시스템이 대신 처리한 결과를 확인하는 경험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레벨업과 아이템 획득이 더 이상 ‘성과’로 인식되지 않는 순간, 성장의 무게감은 빠르게 희석된다.
몰입의 붕괴는 그 다음 단계다. 플레이어는 더 이상 게임을 ‘한다’기보다, 게임을 ‘켜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경쟁 구조 역시 자동 사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실력보다는 접속 시간, 접속 시간보다는 과금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PvP는 전략과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누적된 자동 사냥 시간과 효율의 합산으로 귀결된다. 캐릭터의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은 점차 의미를 잃는다.
게다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붕괴는 MMORPG 정체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사냥터 분쟁이 사라지고, 파티 플레이는 선택이 아니라 비효율로 취급된다. MMORPG의 ‘MM’, 즉 다수가 함께 플레이한다는 전제는 형식만 남는다. 결국 자동 사냥 중심의 게임은,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각자 방치하는 싱글 플레이 경험에 가까워진다.
게임사의 계산, 자동 사냥이 만드는 경제
자동 사냥이 도입되면 콘텐츠의 소모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캐릭터가 하루 24시간 성장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동일한 콘텐츠가 이전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고갈된다.
이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은 비교적 명확하다. 레벨 구간은 더 길어지고, 성장에 요구되는 조건은 점점 더 빡빡해진다. 그 결과, 자동 사냥은 선택 가능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전제 조건으로 고정된다. 수동 플레이만으로는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임 내 경제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 사냥은 재화와 아이템의 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한다. 가치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더 강력한 아이템과 상위 콘텐츠가 추가되지만, 그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더 많은 자동 사냥이 요구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동 사냥은 선택지가 아니라 게임 설계 전체를 떠받치는 전제가 된다.
때문에, 자동 사냥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상품화’로 이어진다. 게임사는 플레이 시간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시간을 단축하거나 효율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과금을 설계한다. 대표적인 형태는 자동 사냥 이용권, 자동 슬롯 확장, 효율 증가형 프리미엄이다. 표면적으로는 “시간 대신 돈을 쓰는 선택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당 요소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작동한다.
월정액과 부분 유료의 결합은 이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만든다. 리니지 클래식의 월 29,700원은 시작선에 서기 위한 비용에 가깝다. 실질적인 경쟁력은 그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리니지 클래식, 클래식성과 현대 편의성의 충돌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클래식에 대해 내세운 약속은 분명했다.
“그 시절 그대로, 100% 수동 플레이.”
자동 사냥이나 과도한 편의 기능에 기대지 않고, 직접 조작과 반복을 통해 성장하던 초기 리니지의 경험을 복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자 현실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멀티 클라이언트는 최대 7개까지 허용되었고, 프리 오픈 3일 만에 자동 플레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수동 플레이의 피로도가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였다.
이 변화는 단순한 운영 정책의 수정일까, 아니면 애초에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약속의 한계를 드러낸 것일까. 리니지 클래식은 시작과 동시에 이 질문 위에 올라섰다.
커뮤니티의 반응 또한 빠르게 갈라졌다.
찬성 측은 현재의 유저 환경을 강조한다. 3~40대가 된 주 이용자들에게 장시간 수동 플레이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며, 이미 사설 서버나 다른 MMORPG를 통해 자동화된 환경에 익숙해졌다는 주장이다. 자동 사냥은 타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정이라는 시각이다.
반대 측의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클래식’일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화와 편의성이 다시 도입된다면, 이는 이름만 클래식인 리마스터에 불과하지 않은가. 과거를 복원하겠다는 약속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흔들렸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갈등은 기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리니지 클래식이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가치 충돌에 가깝다.
클래식은 무엇을 복원해야 하는가
클래식 게임은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그래픽만 옛날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불편함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것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감성이다. 그러나 그 감성의 핵심이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불편함을 함께 견디며 만들어졌던 시간과 관계의 기억이었다면, 자동 사냥은 그 기반을 흔드는 선택이 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은 철저한 복원을 선택했다.
편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자동화 요소를 거의 배제한 채 당시의 설계와 플레이 리듬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진입 장벽은 높았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의 성격은 분명했다. 불편함을 포함한 구조 자체가 곧 정체성이 되었고, 플레이어들은 ‘힘들지만 그래서 의미 있는 게임’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공유했다. 장기적인 유저 수는 제한적이었으나, 클래식이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었다.
아이온 클래식은 다른 선택을 했다.
초기에는 복원을 내세웠지만, 운영 과정에서 자동 사냥을 비롯한 편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단기적으로는 피로도가 완화되고 참여 장벽이 낮아졌지만, 그만큼 클래식의 기준은 흐려졌다. 자동화가 전제가 되면서 성장과 경쟁의 구조는 빠르게 현대 MMORPG와 닮아갔고, “클래식이지만 더 이상 클래식 같지 않다”는 평가가 커뮤니티 내에 남았다.
서로 다른 선택은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한쪽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정체성을 지켰고, 다른 한쪽은 현실에 적응하는 대신 클래식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했다.
이 지점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하나다.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클래식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자동 사냥이 묻는 것
자동 사냥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게임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조작과 개입을 전제로 한 경험인가, 아니면 일정한 규칙을 설정하고 결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더 가까운가. 즉각적인 재미를 제공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간을 투입해 누적되는 성취를 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이 맥락에서 자동 사냥은 단순히 반복 행위를 대신해주는 편의 기능이 아니다.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던 긴장, 선택, 개입의 순간을 제거함으로써 게임 경험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는 장치다. 과정이 축약되는 만큼 효율은 높아지지만, 그 과정이 만들어내던 의미 또한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니지 클래식의 자동 사냥 논란은 기술 구현이나 운영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편리함과 효율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설계된 불편함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을 유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현실의 조건은 분명 달라졌다.
플레이 환경, 이용자 구성, 게임을 둘러싼 시간의 가치 모두 과거와 같을 수는 없다.
때문에, 선탤지 또한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게임이 변화한 조건에 맞게 구조를 바꾸는가, 혹은 특정한 경험을 지키기 위해 일부 이용자를 감수하는가의 문제다.
리니지 클래식은 아직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 질문 자체는 이미 하나의 결론에 도달해 있다.
그것은 오늘날 MMORPG가 어떤 방향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라는 사실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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