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의 그늘, 그리고 남겨진 과제
"Microsoft, 대규모 감원을 택하다"
2025년 7월 2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같은 해 5월에 있었던 약 6,000명의 감원에 이은 추가 조치로, 2025년 상반기에만 누적 15,000명 이상의 감원이 단행된 셈이다. 놀라운 점은 이 감원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로 그 시기에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공식 성명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We continue to implement organizational changes necessary to best position the company and teams for success in a dynamic marketplace.(우리는 역동적인 시장에서 회사와 팀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직 개편을 계속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역동적 시장에 최적화된 조직 재편'이라는 명분 아래 시행된 감원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MS는 2025년 한 해에만 8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라우드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조직 슬림화와 기술 인력 중심의 재편이 진행 중이다. 특히 Xbox, ZeniMax, King 등 게임 부문은 물론, 전통적 영업, 마케팅, 지원 부서까지 감원의 영향을 받았으며, 일부는 기술 기반 직군(예: 솔루션 엔지니어)으로의 전환이 예고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지난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겪은 인력 구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부터 2022년 까지, 팬데믹 특수와 신사업 확장, Nuance·Xandr 등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6만 명 이상을 채용했다. 이 시기에는 클라우드·AI·게임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공격적 인재 확보가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업계의 성장 둔화, 팬데믹 수요 종료가 맞물리며 채용이 급격히 둔화되었고, 같은 해 초 1만 명 규모의 첫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2024년에는 감원과 채용이 혼재된 형태로 나타났으며, 특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중복 인력 정리 차원의 감원이 진행됐다. 그러던 중 2025년에는 AI 전환 전략에 따라 감원의 폭과 속도가 동시에 커졌다. 5월 6,000명, 7월 9,000명 등 누적 15,300명이 해고되며, 전체 인력의 약 7%에 해당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이다.
▣ 게임 부문 해체와 조직 슬림화
Phil Spencer 게임 CEO는 내부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To position Gaming for enduring success and allow us to focus on strategic growth areas, we will end or decrease work in certain areas of the business and follow Microsoft's lead in removing layers of management to increase agility and effectiveness(게임 사업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그리고 전략적 성장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는 비즈니스의 특정 영역에서 작업을 종료하거나 축소할 것이며, 민첩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관리 계층 축소 방침을 따를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감원으로 인해 Xbox 산하 여러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으며, 'Perfect Dark'와 'Everwild' 개발 중단, The Initiative 스튜디오 폐쇄 등 구체적 조치들이 이어졌다. King(캔디크러시 제작사)도 유럽 스튜디오 인력의 약 10%를 감축했으며, 그 외 여러 기대작과 스튜디오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우선, 2023년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리듬 액션 게임 ‘Hi-Fi Rush’의 후속작 개발이 공식적으로 중단되었고, 개발사인 Tango Gameworks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둠’ 시리즈의 아버지 존 로메로가 이끄는 Romero Games가 Xbox와 협력해 개발 중이던 신규 AAA급 프로젝트 역시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계약이 종료되고, 프로젝트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밖에도 ‘We Happy Few’로 알려진 Compulsion Games의 차기작 역시 내부 리소스 축소와 인력 재배치로 인해 개발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감원의 대상은 중간 관리자, 전통적인 영업 인력, 게임 기획자 및 프로듀서 등 다양한 직군에 걸쳐 있으며, 여러 부서가 전방위적으로 슬림화되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와 클라우드 중심의 조직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이다.
▣ 산업 구조의 전환과 그 이면의 불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감원은 단순한 인력 조정이 아니다. 이는 아마존,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인 AI 중심 재편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간 관리자 축소, 클라우드 인프라 효율화, AI 자동화 도입 확대를 통해 조직 구조를 슬림하고 기민하게 재설계하고 있다.
MS 역시 Copilot, Azure AI 등 생성형 AI 기술을 전사적으로 도입하면서, “개발자만이 아닌 모든 직원이 AI를 활용하는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지 보조 수단이 아니라, 생산성과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결과, 업무 자동화가 가능한 직무, 예를 들어 전통적인 영업, 기획, 지원 부서가 감원의 1차 타깃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환이 모든 직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MS는 감원 대상자에게 60일 유급휴가, 이직 지원, 커리어 전환 상담 등의 보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감원 기준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특히 "AI가 코드의 30%를 작성한다"는 내부 통계처럼, AI가 실제로 개발자, 영업, 기획자 등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현실은 많은 직원들에게 기술 적응 실패가 곧 직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고용 축소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가 AI 기반으로 재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선택과 위기 사이에 놓여 있다.
▣ AI 혁신의 그늘, 그리고 남겨진 과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대규모 감원은 단순한 인력 재편을 넘어, 기술 혁신이 인간 노동과 조직 문화를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MS는 Copilot과 Azure AI를 중심으로 AI 중심의 미래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지만, 이 전환이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배제하고, 창의성과 협업이 핵심인 분야마저 무차별적으로 슬림화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 동력 모두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Xbox, 게임 개발 같은 창조 산업은 효율성과는 다른 가치, 즉 인간 중심의 상상력과 팀워크에 기반해 성과를 창출한다. 기술 기반의 미래를 설계함과 동시에, 기업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고 책임지는 사람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과 인간, 성장과 책임 사이에서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에 직면해 있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