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하드웨어 전선, 시작은 상표권 분쟁
OpenAI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함께 설립한 신생 하드웨어 기업 ‘io’가 상표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맞상대는 웨어러블 오디오 기기 업체 ‘iyO’다. 후자는 자사 상표 ‘iyO’가 침해됐다며 샘 알트먼과 아이브, 그리고 OpenAI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io 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정식 반박 서류를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상표권 다툼을 넘어, AI 하드웨어 생태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io와 iyO, ‘이름값’으로 붙다
사건명: Case No. 3:25-cv-04861 법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원고: iyO Inc. (창업자 Jason Rugolo) 피고: io Products Inc., OpenAI Inc., OpenAI LLC, Sam Altman, Sir Jonathan Paul Ive 쟁점: 상표 'iyO'와 'io' 간 유사성 및 시장 혼동 우려, TRO(가처분) 및 예비금지명령 신청 |
iyO는 고가의 맞춤형 인이어 오디오 장치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반면 io는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OpenAI와 손잡고 AI 인터페이스용 하드웨어 개발을 예고한 상태다.
iyO는 io의 상표 사용이 자사 브랜드와 유사해 소비자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io의 주장은?
피고 측인 io는 이번 소송이 성립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제기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io 측 법률대리인인 퀸 이마누엘(Quinn Emanuel)과 존스 데이(Jones Day) 로펌은 법원에 제출한 반박 의견서에서 세 가지 핵심 주장을 내세웠다.
⦁ 상표 사용 없음
첫째, io는 아직 어떤 제품도 출시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즉, 상표 ‘io’를 시장에서 실제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현재 개발 중인 제품 역시 출시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표법상 상표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업적 사용’이 전제돼야 하지만, io는 상표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 소비자 혼동 가능성 낮음
둘째, iyO 측이 주장하는 ‘소비자 혼동’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iyO 제품은 1,000달러 이상의 고가로 판매되며, 제품 수령 전에 전문 오디오 전문가의 맞춤형 피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제품을 구입하는 주요 고객층은 오디오 전문가, 청각 과학자, 음악가 등 매우 특수한 소비자군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두 브랜드를 혼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리다.
⦁ 실제 피해 없음:
셋째, iyO가 언급하는 피해 역시 실질적인 피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io 측은 iyO의 피해가 브랜드 혼동이나 시장 침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제품 개발 지연과 자금 유치 실패 등 iyO 내부 사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io는 현재 시점에서 iyO가 주장하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며, 법원이 이를 기각하거나 최소한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하드웨어 전선, 시작은 상표권 분쟁
이번 상표권 분쟁은 아직 양측 모두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 전의 단계에서 발생했지만, 단순한 이름 싸움을 넘어 AI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으로 읽히고 있다.
피고인 io는 애플의 대표적인 디자인 인물들이 주축이 된 기업이다.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에반스 핸키 전 산업디자인 총괄, 탕 유 탄 전 제품디자이너가 함께 설립했으며, OpenAI와 협력해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원고 iyO는 2024년부터 유선형 고급 이어셋 ‘VAD PRO’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맞춤형 AI 이어셋 ‘iyO ONE’ 제품을 예고하며 존재감을 키우려 했지만, 출시 일정이 거듭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시장 성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 모두 “AI와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핵심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러한 유사한 비전은 앞으로 기술, 브랜드, 디자인 영역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다. 상표 분쟁을 넘어, AI 기기의 ‘감각’을 누가 먼저 설계하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선점 경쟁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상표보다 중요한 ‘신뢰 자산’의 전쟁
이번 분쟁은 단지 ‘io’와 ‘iyO’라는 이름이 닮았느냐는 문제를 넘어서, ‘누가 미래의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더 신뢰받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를 둘러싼 본질적인 경쟁을 보여주고 있다.
양측의 브랜드 파워는 처음부터 대칭적이지 않았다. io는 아직 어떤 제품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OpenAI와 조너선 아이브라는 이름만으로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반면 iyO는 실제로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시장 진입에는 제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신뢰 자산’의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io는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브랜드 네트워크를 갖추며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고, iyO는 기술력과 사용자 맞춤형 경험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려 했지만 브랜드 확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iyO의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적 대응 차원이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름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브랜드 정체성과 신뢰를 둘러싼 근본적인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상표권 분쟁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은 오는 2025년 6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법원은 iyO가 요청한 가처분 신청(TRO)에 대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이번 심리에서 다뤄질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io가 과연 상표 ‘io’를 실제로 시장에서 사용했는지 여부다. 둘째, io의 활동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즉 두 브랜드가 시장에서 실질적인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iyO가 주장하는 피해가 과연 ‘즉각적이고 회복이 불가능할 수준’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는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존폐를 가를 사건이 아니다.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성형 AI와 사람을 연결할 인터페이스를 누가 설계하고 선점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결정짓는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보다 빠른 것은 언제나 ‘신뢰’였고, 그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결국 브랜드다.
결국 이번 분쟁은 단순한 이름 유사성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가 직면한 새로운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 누가 더 먼저 신뢰를 설계하고, 누가 더 잘 사용자 감각과 감정을 읽어내는지가 관건이다.
io와 iyO의 충돌은 단순한 상표권 다툼을 넘어, 브랜드 전략과 법적 해석, 디자인 철학과 기술 비전이 복잡하게 얽힌 ‘감각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이름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이 싸움은, 결국 AI 시대의 인터페이스를 누가 설계하고, 누가 그 경험의 기준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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