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후 글로벌 기술 산업의 최전선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나 기계 학습 모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을 “굴릴 수 있는” 연산력, 즉 AI 인프라가 진짜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아마존(Amazon)은 압도적인 속도로 데이터센터 제국을 건설 중이다. AI의 미래를 지배하려는 이 거인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 산업 지형 전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왜 지금, 왜 이렇게 빠르게?
아마존이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경쟁이 ‘모델의 성능’에서 ‘인프라를 누가 더 많이, 빠르게 확보하는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챗GPT, Claude, Gemini 등 고성능 AI 모델의 훈련과 실행에는 수천~수만 개의 GPU와 테라와트급 전력이 필요하다. AI는 더 이상 실험실 기술이 아니라, 전력과 냉각이 뒷받침된 물리적 인프라 기반 기술이다. 아마존은 2021년에 설립된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회사 앤트로픽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자사 AI 클라우드와 연산 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인디애나 ‘프로젝트 레이니어’*는 그런 전략적 제휴의 기반이자, AI 산업 전체의 생산기지다. 또한 엔비디아의 GB200 같은 최첨단 AI 칩 확보는 한정된 자원 경쟁이다. 때문에 아마존은 자사 데이터센터에 먼저 이 칩을 공급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 AWS)이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등지에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AI(인공지능) 전용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인간 수준의 AI를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방대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며,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과 같은 고성능 AI 기업의 요구에 맞춰 특화된 인프라이다.
한 개의 데이터센터가 도시를 바꾸는 시대
아마존이 세우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창고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 하나의 성격을 바꾸고,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는 중심축이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주 레이니어 프로젝트는 연간 2.2GW의 전기를 소비하는 규모로,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이곳은 앤스로픽을 비롯한 고성능 AI 모델들이 실제 훈련되는 물리적 거점으로, 미국 중서부의 낙후된 농업 지역이 AI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상징적인 사례다.
비슷한 흐름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나타난다. 아마존은 이 지역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AI·클라우드 복합형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도시 재개발을 동반하는 ‘AI 기반 지역 성장 모델’의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한국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도 이 흐름에 편입되고 있다. 아마존은 SK그룹과 협력해 100MW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설계 중이며, 2029년까지 1GW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LNG 열병합 발전소와 연계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AI 허브를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을 노리는 아마존
아마존의 이러한 대규모 확장은 단순히 자사의 AI 기술 강화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를 지배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다른 기업들이 모델 자체의 경쟁력에 집중할 때, 아마존은 “모든 AI는 결국 내 데이터센터를 거쳐야 한다”는 방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AI 모델 공급권을 쥐는 것 이상으로, 미국 내 공급망 주권 확보와도 연결된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아마존은 미국 영토 내에서 연산력과 반도체, 전력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독립적 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 울산의 사례처럼, 해외 거점도 아마존식 ‘현지화된 AI 허브’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 연산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규모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GW 규모의 전력 사용은 향후 AI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폐열 재활용, 수냉 시스템, 탄소중립 에너지 연계 등 친환경 고효율 인프라 기술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단지 하나의 기업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 전체의 구조와 생태계를 바꾸는 과정이다. 클라우드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저장·서비스가 아니라, AI 연산 클러스터로 진화하고 있으며 에너지·건설·반도체는 AI 인프라의 공급 사슬을 구성하며, 연계 산업의 확장을 불러온다.
때문에 도시 경제 또한 달라진다. 인디애나의 옥수수밭이 AI 산업 도시로 바뀌는 것처럼, 이제 데이터센터는 도시의 고용, 인구, 생태계를 재편하는 중심이 된다.
때문에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확장은 단순한 설비 증축이 아니다. 그것은 AI가 현실 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 선언이다. 알고리즘의 품질은 결국 전력과 반도체, 공간과 냉각 시스템이라는 물리 자산 위에서 결정된다. 미래 AI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강력한 인프라를,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확보하는가의 싸움이다. 그리고 지금, 그 싸움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름은 다름 아닌 아마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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