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논문: Castiello, S., Pitliya, R. J., Lametti, D. R., & Murphy, R. A. (2026). Affiliation in human-AI interactions is based on shared psychological traits. Communications Psychology, 4, Article 93.

https://doi.org/10.1038/s44271-026-00433-8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취향이나 가치관뿐 아니라 성격과 심리 상태가 비슷한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도 나타날까? AI에게 실제 감정이나 성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자신과 비슷한 심리적 특성을 표현하는 AI에게 더 큰 친밀감을 느낄까?

연구진은 사람들이 AI와 관계를 형성할 때 상대의 심리적 특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살펴봤다.

[논문리뷰]사람은 자신을 닮은 AI에게 더 마음을 여는가?
그림. 무작위 교차배정 대조 실험 설계

AI가 표현하는 성격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기존 연구에서도 인간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컴퓨터나 챗봇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배적이거나 복종적인 컴퓨터의 언어, 합성 음성에 담긴 성격, 외향적인 챗봇의 응답 방식 등이 사용자의 호감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러한 연구는 사전에 작성된 대화나 제한된 반응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와 자유롭게 대화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사용자가 친절하고 긍정적인 AI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과 심리적 특성이 비슷한 AI를 좋아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데 주목했다.

연구의 핵심은 AI가 실제로 어떤 심리를 가졌는가보다 AI가 언어를 통해 어떤 심리적 특성을 표현하는가에 있다. 연구진은 GPT-4와 GPT-4.1에 서로 다른 심리적 특성을 부여하는 프롬프트를 작성했다. AI는 특정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가진 사람처럼 대화하지만, 그러한 내면을 실제로 경험한다고 가정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세 차례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성격을 표현하는 두 AI와 대화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AI와 대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화 이후에는 AI와의 유사성, 대화의 즐거움, 이해받는 느낌, 거리감, 다시 대화할 의향 등을 평가했다. 설문 응답뿐 아니라 참가자들이 실제 대화에서 사용한 언어의 정서적 변화도 분석했다.

불안한 사람은 불안한 AI에게 더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불안이라는 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불안을 표현하는 AI와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AI를 만들었다. 분석에 포함된 참가자 89명은 두 AI와 각각 대화했다.

전체 참가자의 평균에서는 불안을 드러내지 않는 AI가 더 높은 친밀감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참가자의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불안을 표현하는 AI에 더 큰 친밀감을 느끼는 경향이 나타났다. 불안 수준과 해당 AI에 대한 친밀감의 상관계수는 0.30이었다.

불안한 참가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불안을 표현하는 AI에게 더 이해받는다고 느꼈으며, 심리적 거리감도 낮게 평가했다.

이는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언어가 언제나 더 큰 친밀감을 만드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불안한 사람에게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표현하는 상대가 더 가까운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참가자들의 언어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불안을 표현하는 AI와 대화할 때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증가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불안 수준이 높은 참가자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심리적 유사성은 상대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대화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불안에서 성격으로, 하나의 특성에서 개인 전체로

두 번째 실험에서는 불안 대신 외향성과 내향성을 비교했다. 참가자 97명이 외향적인 AI와 내향적인 AI를 각각 경험했다.

외향성이 높은 참가자일수록 외향적인 AI에 더 큰 친밀감을 보고했다. 반면 내향적인 참가자가 내향적인 AI를 더 선호한다는 대칭적인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메시지에서 유의미한 정서 변화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심리적 특성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과 관련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불안이나 외향성은 걱정의 표현, 활발한 언어, 적극적인 반응을 통해 드러내기 쉽다. 반면 차분함이나 내향성은 짧은 대화에서 뚜렷하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를 한 단계 확장했다. 연구진은 100명의 참가자에게 성격 5요인(Big Five) 검사를 실시하고, 각자의 성격을 반영한 AI와 정반대 성격을 표현하는 AI를 만들었다.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개방성, 신경성의 다섯 차원을 개인별로 조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참가자의 64%가 자신의 성격을 반영한 AI에게 더 높은 친밀감을 보고했다. 두 조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 효과크기(Cohen's d)는 0.57이었다. 특히 친화성과 외향성이 높은 참가자에게서 이러한 선호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의 실제 언어도 변화했다. 자신의 성격을 반영한 AI와 대화할 때 긍정적인 메시지가 증가하고 부정적인 메시지가 감소했다. 심리적 유사성에 대한 선호가 설문 평가와 대화 행동 양쪽에서 관찰된 것이다.

AI에게 마음이 없어도 인간은 심리적 유사성을 경험한다

세 실험에서 드러난 특징은 참가자들이 AI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AI가 사람처럼 말한다고 해서 실제 심리적 내면을 가졌다고 믿어야만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 특성을 바탕으로 상대의 심리를 추론하고, 이를 자신의 심리와 비교한다고 해석했다. AI에게 실제 성격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AI가 표현하는 성격을 지각하고, 유사성을 판단하며,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는 인간과 AI 사이의 '사회정서적 정렬(socioaffective alignment)' 가능성과 연결된다. AI의 능력을 사실적 지식이나 문제 해결 성능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까지 확장해 생각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유사성이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도 36%는 자신과 반대 성격의 AI를 더 선호하거나 두 조건을 동일하게 평가했다. 또한 실험의 대화는 짧았고, 참가자는 모두 영어 원어민이었다. 관찰된 친밀감이 장기적인 신뢰나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I는 사용자를 얼마나 닮아야 할까?

연구는 개인화된 AI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사용자의 성격과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대화 방식은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꾸지 않고도 사용자가 느끼는 친밀감과 이해받는 느낌을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심리상담이나 의료처럼 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을 언어로 다루는 영역에서 중요한 가능성이다.

동시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의 불안을 닮은 AI는 더 높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지만, 대화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과 비슷한 상대에게 끌리는 경향이 언제나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AI 개인화의 목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AI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이해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실제로 사용자의 판단과 심리적 상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서로 다른 목표다.

이 연구는 앞의 두 목표에 심리적 유사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그러한 유사성이 어떤 조건에서 사용자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모방할수록 AI와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지만, 그 관계의 질은 친밀감만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