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영상이라고 밝히면 사람들은 더 많이 볼까.
아니면 덜 볼까.
이 질문은 앞으로 숏폼 영상 플랫폼과 크리에이터가 계속 마주하게 될 문제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 영상 제작을 빠르게 바꾸면서 AI 생성 콘텐츠는 이미 일상적인 콘텐츠 생산 방식이 되고 있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플랫폼은 AI가 만든 콘텐츠를 명확히 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틱톡은 AI 생성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도록 권고하고 있고, 유럽연합 역시 Google, TikTok, Microsoft, Facebook 등 주요 기술기업에 AI 생성 이미지·영상·텍스트를 식별하고 명확한 표시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AI 공개는 콘텐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투명성이 곧 참여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논문 「AI in the spotlight: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disclosure on user engagement in short-form videos」는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 연구진은 숏폼 영상에서 AI 생성 여부를 공개하는 것이 이용자 참여 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콘텐츠 품질 인식과 AI 역량 인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의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AI 공개는 이용자 참여 의도에 직접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즉 “이 영상은 AI가 만들었다”는 정보가 이용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해 참여 의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AI 공개는 이용자가 콘텐츠 품질을 낮게 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 이용자가 “AI가 만들었다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 참여 의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이 모순이 논문의 핵심이다.
AI 공개는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를 동시에 낳는다.
한쪽에서는 새롭고 흥미로운 기술이라는 신호가 된다. 이용자는 AI가 만든 콘텐츠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품질 의심을 부른다. AI가 오류를 만들 수 있고, 정보가 부정확할 수 있으며, 인간이 만든 콘텐츠보다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효과가 동시에 작동한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휴리스틱-체계적 모델, 즉 HSM을 사용했다. HSM은 사람이 정보를 처리할 때 두 가지 경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빠르고 간단한 휴리스틱 처리다. 사람은 복잡한 분석 없이 단서나 직관에 의존해 판단한다. 다른 하나는 체계적 처리다. 사람은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을 들여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숏폼 영상에서 AI 공개는 이 두 경로를 동시에 자극한다.
휴리스틱 처리에서는 “AI가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움과 기술적 신호가 된다. 이용자는 AI 생성 콘텐츠를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호기심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은 AI라는 출처 신호가 이용자의 자동적 판단을 자극해 참여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체계적 처리에서는 이용자가 더 신중해진다.
AI가 만들었다는 정보를 접한 순간, 이용자는 콘텐츠 품질을 따져보기 시작한다. 영상이 정확한가, 흥미로운가, 가치 있는가, AI가 오류를 내지는 않았는가를 평가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만들거나 조작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하면, 콘텐츠 품질 인식은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AI 공개는 양면적이다.
“AI라서 신기하다”는 감정은 참여를 높인다.
“AI라서 품질이 의심된다”는 판단은 참여를 낮춘다.
논문은 이 양면성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연구진은 중국 온라인 실험 플랫폼 Credamo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숏폼 영상 앱을 열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안내받았다. 실험은 두 조건으로 나뉘었다. 한 조건에서는 AI 생성 여부를 알리지 않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영상 콘텐츠와 이미지가 AI로 생성됐다는 설명을 제공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콘텐츠 품질 인식, 참여 의도, AI 역량 인식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연구진은 본 실험 전에 사전 실험도 진행했다.
참가자 36명의 유효 응답을 분석한 결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친숙도는 낮고 관심도는 높았으며, 92%의 참가자는 해당 영상 콘텐츠가 AI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AI 공개 조건과 비공개 조건을 나눠 실험 자극물을 구성했다. 논문 7쪽의 Fig. 2는 두 조건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비공개 조건에서는 단순한 영상 화면만 제시되고, 공개 조건에서는 화면 상단에 “주의: 이 내용은 AI가 생성했다”는 문구가 표시된다.
최종 분석에는 479명의 유효 응답이 사용됐다.
AI 공개 조건에는 239명, 비공개 조건에는 240명이 배정됐다. 조작 점검 결과 두 조건에서 참가자들이 영상이 AI로 생성됐는지 판단하는 데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고, 연구진은 AI 공개 조작이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표본은 여성 60.9%, 남성 39.1%였고, 대다수는 25~40세였다. 응답자의 48.3%는 하루 1시간 이상 숏폼 영상을 시청했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AI 공개는 참여 의도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구조모형 분석에서 AI 공개는 참여 의도에 유의한 긍정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AI 공개는 동시에 지각된 콘텐츠 품질에는 유의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 품질은 다시 참여 의도에 강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AI 공개는 직접적으로는 참여를 높이지만, 콘텐츠 품질 인식을 떨어뜨리는 간접 경로를 통해 참여를 낮출 수 있다.
이것이 논문에서 말하는 억제 효과다.
AI 공개의 총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직접효과와 간접효과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AI 공개는 직접적으로 참여 의도를 높였지만, 콘텐츠 품질 인식을 낮추는 경로를 통해 참여 의도를 낮췄다. 연구진은 지각된 콘텐츠 품질이 억제 변수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AI라고 밝히면 처음에는 흥미가 생긴다.
하지만 곧 “품질은 괜찮을까”라는 의심도 생긴다.
흥미는 참여를 끌어올린다.
의심은 참여를 끌어내린다.
그래서 AI 공개의 효과는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조절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지각된 AI 역량이다.
논문에서 AI 역량은 신뢰성, 유연성, 통합성으로 구성된다. 신뢰성은 AI가 기대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다. 유연성은 다양한 이용자 요구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통합성은 여러 출처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결합해 의사결정과 콘텐츠 생성을 지원하는 능력이다. 연구진은 이 세 차원을 묶어 이용자가 인식하는 AI 역량을 구성했다.
AI 역량 인식은 AI 공개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했다.
연구 결과, 이용자가 AI의 역량을 높게 평가할수록 AI 공개가 콘텐츠 품질 인식을 낮추는 효과는 줄어들었다. 더 나아가 AI 역량 인식이 충분히 높아지면, AI 공개는 콘텐츠 품질 인식을 통해 참여 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대목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AI라고 밝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용자가 AI를 유능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AI가 안정적이고, 다양한 요구에 맞게 조정될 수 있으며, 여러 정보를 잘 통합해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느껴야 한다.
그럴 때 AI 공개는 불안 요소가 아니라 품질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가 AI 역량을 낮게 평가한다면, AI 공개는 오히려 품질 의심을 강화한다. 논문은 AI 역량 인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AI 출처 공개가 여전히 콘텐츠 품질 인식을 낮추고 참여 의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AI 투명성 논의를 단순한 윤리적 의무에서 이용자 경험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AI 생성 표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다. 이용자는 자신이 보는 콘텐츠가 인간이 만든 것인지, AI가 만든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 딥페이크, 허위 정보, 저작권, 조작 콘텐츠, 책임 소재 문제를 생각하면 AI 공개는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AI 표시를 하면 참여가 줄어들까.
이 논문은 그 질문에 대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답한다. AI 공개는 직접적으로 참여를 높일 수 있지만, 콘텐츠 품질에 대한 의심을 키우면 참여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관건은 AI 공개를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이용자가 AI의 능력을 어떻게 인식하게 하느냐다.
논문의 실무적 시사점도 이 방향으로 제시된다.
연구진은 숏폼 영상 플랫폼이 AI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용자가 AI가 정확하고 효과적이며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공지, 홍보 영상, 이용자 가이드 등을 통해 AI 역량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크리에이터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AI 생성 사실을 공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연구진은 전체 시청자와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AI 생성 정보를 공개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AI 공개가 콘텐츠 품질에 대한 의심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AI 생성 콘텐츠라도 정확성과 효과성,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은 최근 플랫폼 환경과 맞닿아 있다.
AI 생성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단순히 “AI 생성”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라벨은 투명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이용자에게 평가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AI가 만들었다면 품질이 괜찮을까”, “정확할까”, “진짜일까”, “믿어도 될까”를 묻게 된다.
따라서 AI 공개는 콘텐츠 품질 관리와 함께 가야 한다.
특히 숏폼 영상은 사용자의 판단 시간이 짧다. 사용자는 몇 초 안에 넘길지 볼지 결정한다. 이 짧은 순간에 AI 라벨은 강력한 신호가 된다. 어떤 이용자에게는 흥미의 신호이고, 어떤 이용자에게는 의심의 신호다.
AI 라벨은 중립적 정보가 아니다.
이용자의 인식 구조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AI에 호의적인 이용자에게는 새로움과 효율성, 기술적 진보의 신호가 될 수 있다. AI를 불신하는 이용자에게는 조작, 오류, 낮은 진정성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논문은 이 차이를 AI 역량 인식으로 설명한다.
AI를 유능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AI 공개는 긍정적이다.
AI를 불완전하다고 보는 사람에게 AI 공개는 부정적이다.
결국 AI 공개의 성공 여부는 라벨 자체가 아니라 라벨이 호출하는 믿음에 달려 있다.
이 연구는 AI 규제 논의에도 시사점을 준다.
정책은 보통 AI 생성 콘텐츠를 표시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용자 반응은 단순하지 않다. 표시 의무는 투명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표시 방식과 맥락에 따라 콘텐츠 품질 인식과 참여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규제와 플랫폼 정책은 단순히 “표시하라”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지, 이용자가 어떤 정보를 함께 받아야 하는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생성”이라는 딱딱한 경고 문구는 이용자에게 위험 신호처럼 보일 수 있다. 반면 AI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람이 어떤 검수를 했는지, 콘텐츠 품질이 어떻게 관리됐는지를 함께 제공하면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논문은 향후 연구 과제도 제시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AI 생성 여부를 단일하게 공개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 플랫폼에서는 AI 공개가 여러 수준으로 나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완전 AI 생성, AI와 인간 공동 생성, 완전 인간 생성처럼 다른 범주를 제시할 수 있다. 향후 연구는 이런 공개 유형이 이용자 반응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데이터는 중국 플랫폼에서 수집됐기 때문에 표본 편향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가 더 글로벌한 관점에서 AI 공개를 다뤄야 하며, 국가별 AI 공개 정책과 AI에 대한 태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한계는 중요하다.
AI에 대한 문화적 태도는 국가와 세대, 산업, 플랫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시장에서는 AI 표시가 혁신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다른 시장에서는 조작이나 저품질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를 모든 플랫폼과 모든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숏폼 영상 맥락에서 AI 공개가 양면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구조적 통찰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이 논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공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AI 공개는 단순한 고지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이용자의 판단을 바꾸는 신호다. 이 신호는 호기심을 만들 수도 있고, 의심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콘텐츠 전략은 두 단계로 가야 한다.
첫째, AI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둘째, 그 AI가 충분히 유능하고, 콘텐츠가 충분히 정확하며, 인간의 품질 관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투명성만 있고 품질 신뢰가 없으면 AI 라벨은 경고문이 된다.
반대로 품질 신뢰가 뒷받침되면 AI 라벨은 새로운 경험의 초대장이 될 수 있다.
숏폼 영상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에게 이 차이는 중요하다. AI 생성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는 점점 더 많은 AI 라벨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 이용자가 반응하는 것은 “AI”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에 연결된 경험의 품질이다.
결국 질문은 “AI라고 밝힐 것인가”가 아니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AI라고 밝혔을 때, 이용자가 그 콘텐츠를 믿고 볼 수 있게 만들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