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은 지난 7월 31일 ‘Stellar Blade: Blood Rain’의 캐릭터 Evie를 중심으로 한 ‘Wanna be in LOVE’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K-pop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콘셉트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이었고, AI 사용 사실도 설명에 함께 표기됐다. 공개 직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얼굴과 표정이 장면마다 미묘하게 달라지고, 움직임과 시선이 어색하게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장면에서는 생성형 AI 특유의 불안정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논란은 9월 초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시프트업 CTO 이동기가 후속 인터뷰에서 팬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회사 측은 해당 영상을 본편 게임 콘텐츠라기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한 실험적 콘텐츠로 설명했고, 앞으로는 게임 관련 콘텐츠와 이런 실험적 콘텐츠를 더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다만 AI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AI를 개발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보고, 향후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회사 측은 해당 영상을 실험적 콘텐츠로 설명했지만,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AI 사용 사실을 숨긴 것도 아니었고, 본편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도 밝혔는데 왜 팬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느꼈을까.
사실 팬들이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AI 사용 여부보다 결과물의 완성도였다.
새로움보다 먼저 보인 ‘불쾌한 골짜기’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커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인물 표현이었다. Evie는 영상 내내 실제 사람과 비슷한 얼굴과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장면이 바뀔 때마다 얼굴의 인상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표정과 시선, 입 모양도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상 속 간판이나 책 표지처럼 세부 요소에서도 생성형 AI 특유의 깨진 문자와 일관성 부족이 눈에 띄었다. 일부 매체는 Evie의 얼굴이 컷마다 달라 보이고, 배경 속 텍스트가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로 뒤틀린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인물이 영상의 중심에 놓일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배경의 작은 오류라면 지나칠 수도 있지만, 얼굴이나 표정처럼 사람이 민감하게 인식하는 부분은 조금만 어긋나도 바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거의 사람처럼 보이지만 미묘하게 어색한 순간 오히려 거부감이 커지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다.

실제 이용자 반응에서도 이 부분은 빠르게 포착됐다. 한 Reddit 이용자는 “그래서 주인공 얼굴이 장면마다 다르게 보였던 거구나”라고 반응했고, 다른 이용자들도 컷마다 Evie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물론 생성형 AI 영상에서 이런 불안정성이 완전히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시프트업이 이 기술을 공식 홍보 콘텐츠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실험적인 제작 방식이라면 기존에는 어려웠던 장면을 만들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식으로 다른 장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영상에서는 기술을 사용해 얻은 새로움보다, 얼굴과 움직임의 어색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프트업이 잘하던 것이 오히려 가려졌다
완성도 문제는 시프트업이라는 회사의 특성 때문에 더 크게 받아들여졌다. 시프트업은 원래 캐릭터 디자인과 비주얼 표현을 강점으로 성장한 회사다. 김형태 대표 역시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고, Stellar Blade와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캐릭터의 외형과 연출이 작품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혀왔다.
그래서 이번 영상에 대한 실망은 단순히 “AI 영상의 품질이 낮다”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이런 강점을 가진 회사가 굳이 이런 결과물을 냈는가”라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김형태 대표는 논란 이후 Evie가 AI로 처음부터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회사의 아티스트와 모델러가 1년 넘게 작업한 결과물이며 AI는 팀이 만든 데이터와 디자인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렌더링하고 표현하는 데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은 캐릭터의 원저작 과정에 대한 의문에는 답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을 둘러싼 불만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팬들이 보고 있던 것은 Evie를 처음 누가 디자인했는지가 아니라, 그 캐릭터가 최종 영상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Stellar Blade 커뮤니티에서는 “이 회사와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AI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반응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같은 댓글에는 “이미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있는데도 왜 이런 결과물을 만들었느냐”는 불만도 이어졌다.
이 반응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지만 시프트업이 원래 잘하던 캐릭터 표현과 비주얼 연출을 더 살려주지는 못했고, 오히려 팬들이 지적한 얼굴과 움직임의 불안정성이 캐릭터 자체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 회사의 개성을 확장했다기보다, 기존 작품에서 기대하던 미감을 가렸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결국, 강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회사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때 이용자의 기대 역시 높아진다. 이용자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효율이나 신기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그 기술이 기존 작품의 장점을 어떻게 더 살리는가이기 때문이다.
‘실험적 콘텐츠’라면 무엇을 실험했어야 하나
시프트업이 해당 영상을 ‘실험적 콘텐츠’로 구분한 만큼, 남는 질문은 결국 무엇을 실험했느냐다.
물론, 실험은 반드시 성공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기존 작품과 전혀 다른 미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시험하려 했는지 결과물 안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했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시간이나 비용 때문에 어려웠던 장면을 빠르게 구현하거나, 현실과 게임 그래픽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표현을 시도할 수도 있다. 캐릭터를 본편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실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영상에서는 그런 가능성보다 기술적 불안정성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K-pop 아이돌이라는 설정 자체는 새로웠지만, AI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표현이 무엇인지까지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얼굴과 움직임의 어색함, 장면 사이의 일관성 문제는 비교적 쉽게 확인됐다.
결국 ‘실험적 콘텐츠’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완성도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그 실험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는 보여야 한다. 이번 영상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시도했다는 사실보다, 그 시도가 실제 결과물에 어떤 가치를 더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AI를 썼다고 밝힌 다음의 문제
시프트업은 이번 영상에서 AI 사용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졌다는 점은, 이용자의 평가가 이제 “AI를 썼는가, 밝혔는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용 사실이 공개된 뒤에는 오히려 왜 이 작업에 AI를 선택했는지, 기존 방식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 그 선택이 작품의 미감과 캐릭터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더 직접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게임처럼 캐릭터와 세계관, 시각적 스타일이 오랜 시간 하나의 브랜드로 쌓이는 콘텐츠에서는 이 기준이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제작 시간이나 비용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용자가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기술이 기존 작품의 완성도나 개성을 깎아낸다고 느껴진다면, 이용자에게는 혁신보다 손실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을 단순한 AI 찬반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창작 현장에서 AI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가다. 반복 작업을 줄이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 캐릭터의 최종 표현이나 작품의 핵심 미감에까지 개입시키는 것은 같은 ‘AI 활용’이라도 전혀 다른 선택이다.
결국 AI 사용 사실을 밝히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다음에는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AI를 썼다면, 그래서 무엇이 더 좋아졌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