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구입한 게임을 다시 꺼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한때 자주 달리던 길이나 친구와 함께 머물던 공간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한다.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게임을 한 번 더 실행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Ubisoft의 레이싱 게임 'The Crew'는 2024년 3월 서버 운영이 종료되면서 기존 구매자도 공식 서비스를 통해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앞서 Ubisoft는 서버 인프라와 라이선스상의 제약을 이유로 판매 중단과 종료 일정을 알렸으며, 서버가 닫히면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에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구매 내역이 남아 있거나 게임 파일을 보관하고 있어도 그것만으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없다. 게임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일부가 회사의 서버에 있기 때문이다.

'The Crew' 종료 공지; https://www.ubisoft.com/en-gb/game/the-crew/the-crew-2/news-updates/3u0la29yUBGBzYlwKp5QMZ
'The Crew' 종료 공지; https://www.ubisoft.com/en-gb/game/the-crew/the-crew-2/news-updates/3u0la29yUBGBzYlwKp5QMZ

'The Crew'의 종료는 이후 Stop Killing Games 운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한 게임을 다시 즐기고 싶다는 요구가 구매한 게임에 대한 권리가 어디까지 이어져야 하는지 묻는 논의로 확대된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산 것일까, 아니면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일까.

구매 버튼과 이용약관 사이

게임 판매 페이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는 과정은 익숙하다. 가격을 확인하고 결제하면 게임이 계정의 라이브러리에 등록된다. 이용자는 이를 자신이 가진 게임의 목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지금 당장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화면에 표시된 구매와 이용약관이 설명하는 거래는 다를 수 있다. 디지털 게임은 일정한 조건 아래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고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되기도 한다. 이때 이용 가능성은 파일을 가지고 있는지뿐 아니라 계정 상태, 인증 방식, 서버 운영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게임이 ‘사라진다’는 표현부터 조금 나눠볼 필요가 있다. 판매 중단은 새로운 이용자가 구입할 수 없게 되는 일이다. 기존 구매자는 다운로드와 실행 기능이 유지되는 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다운로드까지 중단되면 기기를 바꾸거나 파일을 삭제한 뒤 다시 설치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서버 종료는 또 다른 문제다. 서버가 담당하던 기능에 따라 일부 온라인 기능만 사라질 수도 있고, 게임 전체를 실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게임이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며,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다.

여기서 말하는 소유 역시 게임의 저작권 전체를 넘겨받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책 한 권을 구입한다고 그 책을 마음대로 복제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게임을 구매한 사람이 기대하는 이용 가능성과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구별해서 살펴봐야 한다.

‘무엇을 사는지 알려라’에서 ‘구매한 권리를 보장하라’로

이용자가 무엇을 구매하는지 분명하게 알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2025년 1월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의 AB 2426은 일정한 예외를 두고,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면서 ‘구매’처럼 제한 없는 소유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 라이선스 거래라는 사실과 관련 조건을 명확히 고지하거나, 이용자가 이를 이해했다는 확인을 받도록 했다. 관련 설명을 일반 이용약관 속에만 넣어두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다.

이러한 고지는 결제 전에 거래의 조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무엇을 사는지 알고 결제하는 것과, 구입한 게임을 나중에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라이선스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더라도 서비스가 종료된 뒤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2026년 10월 15일, 미국 하원의원 리치 토레스가 추진 계획을 발표한 ‘Power To The Players Act’는 구매 이후의 권리를 다룬다.

https://ritchietorres.house.gov/posts/rep-torres-announces-power-to-the-players-act-legislation-to-ensure-gamers-own-their-games
https://ritchietorres.house.gov/posts/rep-torres-announces-power-to-the-players-act-legislation-to-ensure-gamers-own-their-games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연방거래위원회가 구매한 게임의 소유와 이용을 보호하는 규칙을 마련하도록 하고, 온라인 기능이 있는 게임은 이를 지원하는 서버를 닫기 전에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게임의 양도와 재판매 가능성도 발표의 주요 취지에 포함됐다. 다만 이는 법안 추진 발표이며,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이행 방식은 후속 입법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두 접근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캘리포니아의 법이 결제할 때 어떤 거래인지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다룬다면, 토레스의 구상은 결제 이후 이용자에게 어떤 권리가 남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거래의 투명성에서 출발한 논의가 구매한 게임의 지속적인 이용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게임에서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게임의 소유를 이야기할 때에는 실제로 어떤 행동이 가능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내려받을 수 있는지, 회사의 지원이 끝나도 실행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는지, 필요한 파일과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지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같은 문제는 아니다.

먼저 다시 내려받는 일에는 누군가 파일을 보관하고 배포하는 기반이 필요하다. 영구적인 재다운로드를 보장하려면 그 기반을 얼마나 오래, 누가 유지할 것인지가 따라온다. 반면 이용자가 설치 파일을 직접 보관할 수 있다면 배포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줄일 여지가 있다. 다만 설치 이후에도 외부 인증이나 서버 접속이 필요하다면 파일 보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의 지원이 끝난 뒤 실행할 수 있는지도 게임의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The Crew 2'는 2025년 10월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레이를 선택하는 Hybrid Mode를 도입했다. 서버와 연결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한 사례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는 멀티플레이와 글로벌 순위, 차량 도색 공유 등 온라인 연결이 필요한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실행 가능성을 남기는 일과 운영 당시의 모든 경험을 유지하는 일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양도와 재판매는 또 다른 설계를 요구한다. 디지털 파일은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때 기존 이용자의 권한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 한다. 게임 본편과 추가 콘텐츠, 계정에 연결된 구매 항목을 어디까지 함께 이전할지도 논의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원칙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현하려면 거래와 계정 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보관 역시 게임 파일 하나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장 데이터와 실행 환경, 필요한 서버 기능까지 무엇이 있어야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음악이나 외부 기술 등 여러 권리자의 요소가 포함된 게임에서는 이를 어떤 조건으로 남길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게임에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혼자 즐기는 콘텐츠가 중심인 게임과 다수 이용자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게임은 필요한 대응이 다를 수 있다.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이용자에게 보장할 최소한의 이용 가능성을 정하고, 게임의 구조에 따라 이를 충족할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매 이후에도 남아야 할 권리

게임은 업데이트를 통해 달라지고, 서버와 계정을 통해 연결되며, 운영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게임이 할 수 있는 일을 넓혀 온 동시에, 이용자가 돈을 지불한 뒤에도 회사의 운영과 기술적 기반에 계속 의존하게 만들었다. 회사가 운영을 끝내기로 결정하면, 이용자는 이미 구매한 게임조차 더 이상 플레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만큼 게임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서비스가 끝난 뒤의 이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용 조건과 종료 일정을 미리 알리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여기에 이용자가 어떤 데이터를 보관하고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따라야 한다.

오래된 게임을 꺼낸다는 것 @Gemini
'게임을 소유한다는 것' @Gemini

게임을 소유한다는 말의 의미는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설치하고, 익숙한 세계에 한 번 더 들어갈 수 있는지처럼 구매 이후에도 이어지는 이용 가능성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서비스를 끝내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게임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게임 소유권 논쟁은 이제 그 질문에 답할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