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음악이라고 하면 흔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듣는 배경음악이나 캐릭터의 테마곡을 떠올린다. 게임을 위해 만들어지고, 게임 속 장면과 감정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음악이다. 이후 OST 앨범이나 콘서트로 게임 밖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출발점은 여전히 게임 안에 있다.

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판교역 일대에서 열리는 게임문화축제 ‘GXG 2026’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게임음악 경연대회 ‘The 3rd GXG SOUND TRACK’은 이 관계를 조금 다르게 뒤집는다.

https://gxg.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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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산업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기존 OST를 연주하거나 편곡하지 않는다. 주어진 게임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 올해는 15개 게임사가 16개 게임을 창작 주제로 제공했고, 예선을 거쳐 여섯 팀이 본선에 올랐다.

https://www.instagram.com/gxg_gameculture/p/Db2ktLQo8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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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진출팀의 출발점도 서로 다르다. NOX는 'P의 거짓: 서곡'을 모티브로 'Bite the lie'를, Solaris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Arise!'를 만들었다. 언리얼 오디세이의 'Gloria'는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 Catalog의 '매화'는 '메이플스토리', 하현의 'LoveRace'는 '블루 아카이브', 현악밴드 모마드의 'Nova X'는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 출발했다. 모두 게임에서 태어났지만, 실제 게임에는 없는 음악이다.

게임을 위한 음악과, 게임에서 출발한 음악

일반적인 게임 OST는 게임의 일부로 설계된다. 특정 장면의 감정을 강화하거나, 플레이어가 공간과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음악은 독립적으로 감상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게임 경험과 함께 작동하도록 만들어진다.

GXG SOUND TRACK은 순서가 다르다. 먼저 완성된 게임이 있고, 그 게임을 접한 외부 창작자가 자신이 받은 인상을 다시 음악으로 옮긴다. 반드시 원작의 멜로디나 음악적 스타일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 창작자가 가져오는 것은 세계관이나 캐릭터일 수도 있고, 특정 장면에서 느낀 감정이나 실제 플레이 과정에서 남은 경험일 수도 있다. 올해 대회 역시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뿐 아니라 플레이 경험에서 얻은 영감을 창작 음악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이 차이는 지난해 대상작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주골치클럽의 'Hollow's Puppet'은 'P의 거짓'의 공식 OST가 아니다. 팀은 게임 속 소피아의 희생과 기억에서 느낀 슬픔과 공허함을 출발점으로 삼아, 오케스트라와 전자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곡으로 풀어냈다. 공연에서도 게임을 모르는 관객이 소피아의 감정과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연주와 보컬의 감정선, 사운드의 균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OQP7ZkNzbY
GXG2025, The 2nd GXG SOUND TRACK 의 대상, '우주골치클럽'의 공연 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MOQP7ZkNzbY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작의 음악을 다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받은 경험을 다른 음악적 언어로 번역한다는 점이다. 올해에는 같은 IP 계열인 'P의 거짓: 서곡'을 모티브로 NOX의 'Bite the lie'가 다시 본선에 올랐다. 지난해의 'P의 거짓'과 정확히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하나의 IP가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창작자를 만날 때 또 다른 음악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 소재가 반드시 서사일 필요도 없다. 2025년 본선에는 '모바일 한게임 포커'를 모티브로 한 Band 203의 'UP!'도 포함됐다. 세계관이나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나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의 긴장감, 반복되는 리듬, 특정 순간의 쾌감이나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며 쌓인 기억이 음악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은 영화나 소설과 달리 이용자가 직접 움직이고 선택하는 매체다. 그래서 다른 창작물로 옮겨갈 때도 줄거리나 이미지뿐 아니라 플레이하는 동안 느낀 감각과 행동의 기억까지 재료가 될 수 있다. 같은 게임이라도 무엇을 경험하고 기억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악은 게임 밖으로 이동한다

이 대회의 성격은 심사 기준에서도 드러난다. 본선 진출팀을 선정할 때는 음악성과 완성도, 게임과의 연관성, 창의성과 함께 ‘무대 확장성’​도 평가한다. 게임에서 받은 영감을 곡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음악이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까지 본다는 뜻이다.

이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여섯 팀의 곡은 공연에 앞서 온라인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다.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사전투표가 진행되며, 이용자는 각 팀의 프로필과 인터뷰, 약 30초 분량의 음원 티저를 확인한 뒤 투표할 수 있다. 이후 9월 11일 판교역 광장에서 본선 공연이 열리고, 전문가 심사와 시민 투표를 종합해 최종 수상팀을 결정한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본선 진출팀이 갈라 콘서트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게임에서 받은 경험은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온라인 콘텐츠를 거쳐 다시 공연장으로 이동한다. 원래 게임을 실행해야만 만날 수 있었던 감정과 분위기의 일부가 다른 매체를 통해 게임 밖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음악은 이런 이동에 비교적 유리한 매체다. 게임은 기기와 설치 환경이 필요하고, 조작을 익힌 뒤 일정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반면 음악은 몇 분 안에도 접할 수 있고, 공연이나 영상, 음원 서비스처럼 여러 형태로 옮겨가기 쉽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먼저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게임과 음악의 관계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기존 이용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서 출발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고, 반대로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음악을 먼저 접한 뒤 원작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게임이 음악의 소재가 되는 순간, 게임 IP는 플레이 시간을 벗어나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도 소비될 가능성을 갖는다.

이는 기존 게임 OST 콘서트와도 조금 다른 지점이다. 공식 OST 공연은 이미 게임 속에서 익숙해진 음악을 다시 듣는 경험에 가깝다. 반면 GXG SOUND TRACK의 곡들은 원작에 존재하지 않던 음악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후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소개된다. 게임의 음악을 밖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든 뒤 그 음악이 밖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IP홀더가 직접 만들지 않은 IP의 확장

보통 게임 IP의 확장이라고 하면 후속작이나 애니메이션, 굿즈, 공식 콘서트처럼 원작사가 직접 기획하고 관리하는 콘텐츠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반면 GXG SOUND TRACK에서는 원작사의 허락 아래 외부 창작자가 게임을 자신의 음악적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그 결과물을 공연 무대에 올린다. IP 보유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아도, 다른 창작자의 참여를 통해 게임이 쓰이는 문화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행사가 열리는 곳이 판교라는 점도 눈에 띈다. 판교는 국내 주요 게임기업이 밀집한 대표적인 게임산업 거점이다. 게임이 만들어지는 산업 공간에서, 그 게임을 다시 해석한 음악과 공연이 시민을 만난다는 점에서 GXG의 장소성도 행사 성격과 맞닿아 있다. 특정 IP의 팬을 위한 별도 행사가 아니라, 게임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함께 접하는 축제 안에서 새로운 관객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역에서 열린 GXG2025 모습;
판교역에서 열린 GXG2025 모습; https://gxg.world/archive/history

이런 구조는 게임 IP를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바꾼다. IP는 후속작과 상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업 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창작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읽을 수 있는 문화적 소재가 될 수도 있다. GXG SOUND TRACK은 그 두 번째 가능성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GXG SOUND TRACK이 완전히 자유로운 2차 창작의 장은 아니다. 참여 게임과 IP는 원작사의 협조 아래 제공되고, 참가자들도 정해진 규칙에 맞춰 곡을 만든다. 다만 원작사가 직접 음악을 만드는 대신, 외부 창작자가 그 게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준다는 점이 다르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창작

물론 게임을 소재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공연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곧바로 게임 밖에서 독립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상작 'Hollow's Puppet'처럼 경연 이후에도 후속 작업이 이어지는 사례는 있지만, 모든 창작물이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다. 경연은 새로운 작품이 태어날 계기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생명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GXG SOUND TRACK이 보여주는 변화는 명확하다. 게임이 더 이상 완성된 콘텐츠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창작자가 다시 해석하고 변형할 수 있는 재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에는 이야기와 캐릭터, 이미지뿐 아니라 플레이 과정에서 축적된 감정과 기억, 반복되는 행동, 긴장과 성취 같은 경험이 함께 남는다. 이런 요소들은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옮기지 않더라도 다른 음악이나 공연, 영상, 그림과 글로 다시 표현될 수 있다.

GXG SOUND TRACK은 그 가능성을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시험한다. 원작사가 직접 후속 콘텐츠를 만드는 대신, 외부 창작자가 게임에서 자신이 발견한 요소를 골라 새로운 곡으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관객 앞에 내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는 결과물 하나보다 창작의 주체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게임을 만든 사람만이 아니라, 게임을 경험한 사람도 새로운 표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게임 IP의 수명도 후속작의 출시나 서비스 지속 기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플레이가 끝난 뒤에도 다른 작품 속에서 다시 호출되고, 새로운 관객에게 다른 형식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문화가 넓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뜻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음악과 공연, 영상, 그림과 글로 다시 이어지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GXG SOUND TRACK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게임음악 시장을 이미 완성해서가 아니라, 게임이 다른 창작을 낳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 창작과 공연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난 뒤에도 세계는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누군가 그 안에서 받은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꺼내는 순간, 게임은 플레이를 넘어 또 다른 창작의 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