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이 8월 25일 Threads 게시물을 통해 Reels용 새 기능 ‘First Draft’를 공개했다. 여러 개의 클립을 고르고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멈춰 있는 구간을 걷어내고 클립 길이를 줄여 초벌 편집본을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회사 설명에 따르면 작업은 10초 안에 끝난다.

https://www.instagram.com/p/Dcd8V7qkdVg/?img_index=2
https://www.instagram.com/p/Dcd8V7qkdVg/?img_index=2

결과물은 완성본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잘라낸 부분을 되돌리거나 순서를 바꿀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초안 전체를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접근 방식은 두 가지다. Reels 갤러리에서 이미 촬영한 클립을 고르거나 Instagram 카메라로 촬영한 직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아이폰에서 먼저 적용되고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들어갔는가’

기능 자체는 새롭지 않다. CapCut에는 영상과 오디오를 분석해 음악 비트나 음성의 멈춤 구간에 맞춰 클립을 자동으로 자르고 배열하는 Auto Cut이 있다. VEED의 Magic Cut도 침묵이나 불필요한 멈춤, 반복된 실수 등을 걷어내고 남은 구간을 이어 붙여 초벌 편집본을 만든다. 이미 촬영한 영상을 자동으로 정리해 첫 편집 단계를 줄이려는 시도는 여러 편집 도구에서 이어져 왔다.

https://support.veed.io/en/articles/11589317-how-to-use-our-magic-cut-tool
VEED의 Magic Cut 기능 설명; https://support.veed.io/en/articles/11589317-how-to-use-our-magic-cut-tool

First Draft 역시 비슷한 흐름에 놓여 있다. 여러 클립을 분석해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이후 사람이 다시 손볼 수 있는 첫 편집본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 편집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지는 것은 이용자가 이 기능을 만나는 맥락이다. Auto Cut이나 Magic Cut은 대체로 영상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뒤 찾아가는 편집 도구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 앱을 연 다음 자동화 기능을 사용하는 순서가 자연스럽다. 반면 First Draft는 사람들이 평소 콘텐츠를 보고 넘기고 반응하는 Instagram 안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제작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 했던 단계도 줄어든다. 별도의 편집 앱을 찾아 열지 않아도 되고, 콘텐츠를 보던 흐름에서 클립을 불러와 곧바로 초안을 받아볼 수 있다. 자동 편집 자체는 익숙한 기능이지만, 이를 접하는 과정은 한층 짧아진 셈이다.

결국 First Draft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능의 새로움보다 접근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이미 제작을 시작한 사람을 위한 자동화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 이른 단계의 이용자에게까지 닿을 수 있게 됐다.

초보자를 막아온 것은 무엇이었나

영상 편집을 해본 사람이라면 시작 단계에서 느끼는 막막함을 안다. 촬영한 클립은 쌓여 있는데 어디부터 잘라야 할지 모르겠고, 필요 없는 부분을 하나씩 지워야 한다. 쓸 장면을 골랐다면 순서를 정하고 길이도 맞춰야 한다. 완성된 영상보다 오히려 그 첫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 영상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이 작업 이전에 넘어야 할 절차도 있다. 어떤 앱을 써야 하는지 찾고 설치한 뒤, 타임라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익혀야 한다. 컷을 자르는 법부터 음악을 맞추는 법까지 하나씩 배워야 하고, 결과물이 지나치게 어설퍼 보이지 않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각 단계가 반드시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앱을 설치하는 일도, 클립을 옮기는 일도, 영상을 저장해 다시 Instagram에 올리는 일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작은 단계들이 연달아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몇 분이면 끝나는 일이 초보자에게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부터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된다.

그래서 진입장벽은 편집 기술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는 도구를 고르고, 사용법을 익히고, 첫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단계를 견뎌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매일 보는 사람 가운데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해봐야지’라는 생각에서 실제 첫 게시물까지 가는 사람은 훨씬 적다. 그 사이에 놓인 것은 편집 실력보다 절차와 번거로움에 가까울 수 있다.

First Draft는 이 과정의 일부를 없앤다. 편집 앱을 따로 찾지 않아도 되고, 빈 타임라인 앞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다. 몇 개의 클립만 있다면 일단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초안을 받아볼 수 있다. 그만큼 창작의 문턱도 ‘편집을 할 줄 아느냐’에서 ‘한 번 만들어볼 마음이 있느냐’에 가까워진다.

자사 편집 앱을 두고 Instagram에 먼저 넣은 이유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 Meta에는 이미 별도의 영상 편집 앱이 있다는 것이다.

2025년 4월 출시한 Edits는 CapCut을 겨냥한 독립 앱으로, 클립 단위 편집과 자동 자막, 배경 소음 제거, Reels 성과를 확인하는 대시보드까지 제공한다. 이후 Meta AI를 활용한 영상 편집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보조 앱보다는 독립적인 제작 공간에 가까워졌다.

그래서 자동 편집 기능을 추가한다면 Edits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이미 영상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이용자가 들어와 촬영본을 다듬고, 결과물을 Instagram이나 Facebook으로 보내는 흐름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dits는 제작 과정에서 여러 앱을 오가는 번거로움을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출발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Meta가 2025년 공개한 영상 편집 앱 'Edits'; https://about.fb.com/news/2025/06/edit-videos-with-meta-ai/

그런데 First Draft는 Edits가 아니라 Instagram 본체에 먼저 들어갔다. Threads에서도 왜 Edits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고, Meta는 원한다면 양쪽 모두에 기능을 넣을 수 있다고 답했다.
회사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맥락은 읽을 수 있다. Instagram은 다른 플랫폼에서 가져온 영상보다 앱 안에서 만들어진 원본 콘텐츠를 알고리즘에서 우대해왔다. 크리에이터가 CapCut 같은 외부 도구로 나가지 않게 하려면 Instagram 안에서도 기본적인 제작 편의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Reels가 이용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편집을 위해 다른 앱으로 넘어가는 순간 제작과 게시로 이어지는 흐름 전체가 끊길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는 하나다. 별도의 편집 앱에서 시작하던 첫 편집이, 사람들이 이미 콘텐츠를 보고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이 변화는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특히 크게 느껴진다. Instagram에는 이미 계정과 팔로워가 있고, 콘텐츠를 발견하고 반응을 주고받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지금까지는 영상을 만들려면 이 공간을 한 번 벗어나 편집한 뒤 돌아와야 했다. 이제는 보던 자리에서 클립을 고르고 초안을 받아 게시까지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대상은 이미 편집에 익숙한 크리에이터가 아닐 수 있다. 콘텐츠는 자주 보지만 직접 올리지는 않는 사람, 한 번쯤 Reels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편집이 번거로워 미뤘던 사람, 별도의 편집 앱을 설치할 만큼 제작 의지가 강하지는 않았던 사람들이다. 아직 창작자라기보다 잠재 창작자에 가깝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잠재적 공급자다. 이들이 만드는 쪽으로 넘어가면 게시물이 늘고, 같은 사람이 플랫폼 안에서 소비와 생산을 오간다.

문턱이 낮아진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다만 진입장벽이 낮아진다고 해서 창작의 어려움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벌 편집을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되면 기본적인 컷 정리와 영상 배열은 점차 차별점이 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전에는 편집할 줄 안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기술적인 강점이었다면, 자동화된 초안이 보편화된 뒤에는 비슷한 수준의 첫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영상의 기본적인 리듬이 서로 닮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차이는 다른 곳에서 생긴다. 무엇을 찍을지, 어떤 장면을 남길지, 첫 몇 초에 무엇을 보여줄지, 그리고 왜 이 영상을 봐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자동화는 편집 자체를 없애기보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을 뒤로 옮긴다. 직접 자르고 배치하는 일이 줄어드는 대신, 만들어진 초안을 보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기술적 문턱이 낮아질수록 선택과 기획, 취향의 차이가 오히려 더 선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효과를 아직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만들기를 쉽게 해주는 기능은 이전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스토리와 템플릿, 리믹스 기능 역시 제작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런 기능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신규 창작자를 유입시켰는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First Draft 역시 현재 아이폰에서 먼저 제공되고 있어, 자동 편집 결과의 품질이나 이용 행태의 변화는 사용자 규모가 커진 뒤에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별도의 도구를 찾아가야 했던 첫 편집 과정이 사람들이 이미 콘텐츠를 보고 있는 자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같은 회사가 별도의 전문 편집 앱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플랫폼의 다음 경쟁은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들어와 있는 이용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직접 만드는 쪽으로 옮길 수 있는가. First Draft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작은 시작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