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300만 달러 규모 ‘폰 해킹’ 툴 추가 도입
X 기자
metax@metax.kr | 2025-09-26 09:00:00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열어 데이터를 꺼낼 수 있는 도구를 또다시 대량으로 사들였다.
ICE 산하 수사기관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최근 마그넷 포렌식스(Magnet Forensics)라는 회사와 약 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그레이키(GrayKey)라는 장비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의 잠금을 풀고 안에 들어 있는 사진, 메시지, 앱 기록 등을 추출할 수 있는 도구다.
ICE가 밝힌 계약 목적은 단순하다.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여러 대의 기기를 동시에 분석하며, 필요한 수사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ICE는 같은 회사와 5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맺은 바 있고, 최근 몇 주 사이에도 9만 달러, 5만 달러 단위의 추가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즉, 이 기술은 이미 ICE의 핵심 수사 장비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레이키는 원래 그레이쉬프트(Grayshift)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이다. 2023년 마그넷 포렌식스와 합쳐지면서 더 큰 회사가 되었고, 지금은 ‘Magnet Graykey’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경쟁사로는 이스라엘의 셀레브라이트(Cellebrite)가 있는데, 두 회사는 스마트폰 보안이 강화될 때마다 새로운 해킹 방법을 내놓으며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ICE는 휴대폰 해킹 기술 말고도 다양한 도구를 이미 쓰고 있다.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Clearview AI, 휴대폰 스파이웨어를 만드는 Paragon, 데이터를 분석하는 팔란티어(Palantir) 같은 업체들의 기술도 동원한다. 이번 계약은 이런 ‘디지털 무기고’를 더 촘촘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민의 권리 침해 가능성이다. 살인, 아동 착취, 조직범죄 같은 사건 수사에서는 이런 기술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영장 없이 휴대폰 안의 모든 데이터를 뒤진다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모으는 등 남용될 위험도 크다.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는데, 이를 통제하는 장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공공안전’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결국 이번 계약은 ICE가 수사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킹 기술에 의존도를 더 키운 사례다.
그러나 그만큼 절차적 투명성과 감시 장치가 강화되지 않으면, 이 기술은 공공안전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 시민을 감시하는 도구로 변할 수 있다.
ICE의 행보는 지금 미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안전을 지키는 것과 권리를 지키는 것, 우리는 어디에 균형을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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