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DeepMind의 Project Genie와 게임 산업의 미래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2-13 11:00:00

텍스트 한 줄로 세계를 창조하다

[메타X(MetaX)] 2026년 1월 29일, Google DeepMind는 자사의 연구 프로젝트 Project Genie를 미국 내 Google AI Ultra 구독자에게 공개했다. Project Genie는 “사막을 달리는 지프”,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플로리다 해안”, “마법의 버섯 마을”과 같은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사용자가 직접 걸어 다니며 탐험할 수 있는 3D 환경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기술이다.

[메타X(MetaX)] 구글 공식 블로그; https://blog.google/innovation-and-ai/models-and-research/google-deepmind/project-genie/

AAA급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5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오픈월드 타이틀의 경우 레벨 디자인 전담 인력만 수십 명에 이르는 것이 오늘날의 게임 개발 환경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텍스트 몇 줄만으로 ‘탐험 가능한 세계’가 즉시 만들어질 수 있다면,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Genie 3는 무엇인가
Project Genie의 심장에는 Genie 3라는 AI 모델이 있다. Google DeepMind는 이를 "범용 월드 모델(General-Purpose World Model)"이라고 부르는데, 월드 모델이란 환경의 역학을 시뮬레이션하고, 행동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는 AI 시스템이다. DeepMind는 그동안 체스, 바둑, 스타크래프트 같은 특정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진정한 범용 인공지능(AGI)을 만들려면, 특정 게임판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무한한 다양성을 이해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Genie 3는 바로 이 도전에 대한 DeepMind의 답이라 말할 수 있다. 2024년의 Genie 1, 2025년 초의 Genie 2를 거쳐, Genie 3는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전례 없는 다양성의 인터랙티브 환경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메타X(MetaX)] 프로젝트 지니 관련 홈페이지; https://deepmind.google/models/genie/prompt-guide/

Genie 3의 기술적 사양을 먼저 살펴보면, 20-24fps의 프레임레이트로 실시간 상호작용을 지원하고, 720p 해상도의 포토리얼리스틱 환경을 렌더링한다. 생성된 세계는 수 분간 일관성을 유지하며, 사용자의 상호작용 기록을 최대 1분간 보존해 동일 장소를 재방문할 경우 이전 상태가 반영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시간 생성 방식이다. 기존 AI 영상 생성 도구는 결과물을 미리 렌더링한 뒤 재생하는 구조다. 반면 Genie 3는 사용자가 이동하고 상호작용하는 순간, 그에 맞춰 앞으로의 경로와 환경을 즉시 생성한다. 정해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세계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다.

기존 3D 환경 생성 기술과의 차이도 명확하다. NeRF(Neural Radiance Fields)나 Gaussian Splatting 같은 기술은 여러 장의 사진에서 3D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카메라 앵글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지만, 세계 자체는 고정되어 있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복원하는 것이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Genie 3는 다르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며, 물리 시뮬레이션, 오브젝트 상호작용,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포함한다. DeepMind에 따르면 Genie 3는 "자동회귀(auto-regressive)" 방식으로 작동한다. 세계 설명과 사용자 행동을 입력받아 프레임 단위로 환경을 순차적으로 생성해 나가는 구조다. 이 방식 덕분에 기존 기술 대비 "훨씬 역동적이고 상세한" 환경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DeepMind의 설명이다.

[메타X(MetaX)] 사용자의 사진으로 만든 월드 예시; https://blog.google/innovation-and-ai/models-and-research/google-deepmind/project-genie/

세계를 생성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 첫 번째는 텍스트 입력 방식이다. "안개 낀 숲속의 폐허가 된 성"처럼 원하는 환경을 문장으로 기술하면 해당 세계가 생성된다. 둘째, 이미지 업로드 방식이다.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참조 이미지로 제공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탐험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셋째, 리믹스 방식이다. 자신이 이전에 만든 세계나 갤러리에 공개된 다른 사용자의 세계를 불러와 수정하는 것이다.

DeepMind가 공개한 프롬프트 가이드에 따르면, 효과적인 세계 생성을 위해 몇 가지 요소를 명시하는 것이 좋다. 환경의 경우 숲인지 도시인지, 지형은 암석인지 모래인지, 표면은 포장도로인지 흙길인지 등을 기술한다. 캐릭터는 사람인지 동물인지, 어떤 형태와 특성을 가졌는지 명시한다. 이동 방식도 중요하다. 걷기, 달리기, 비행, 차량 운전 등 캐릭터가 세계를 탐험하는 방식을 지정할 수 있다. 여기에 건물, 나무, NPC 같은 추가 요소를 덧붙이면 더 풍부한 환경이 생성된다.

DeepMind가 공개한 데모 영상들은 이 기술의 폭을 보여준다. 용암이 흐르는 화산 지형을 지프로 달리는 장면,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플로리다 해안을 걷는 장면, 거대한 버섯들이 솟아 있는 판타지 마을을 탐험하는 장면, 고대 아테네의 거리를 재현한 장면 등이 시연됐다. 주목할 점은 시각적 스타일의 다양성이다. 실사에 가까운 포토리얼리스틱 렌더링부터 만화풍의 카툰 스타일까지, 프롬프트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게임 산업에 대한 영향
게임 개발의 프리프로덕션 단계는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최소한의 프로토타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Genie 3는 이 구간을 단축할 수 있다. 콘셉트 단계의 아이디어를 수 분 내에 탐험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 바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Google 대변인은 한 인터뷰에서 "Genie는 게임 엔진이 아니며 완전한 게임 경험을 만들 수 없다"면서도 "아이디어화 강화와 프로토타이핑 가속화에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Genie 3는 또한 소규모 팀에게는 더 직접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AAA급 오픈월드 게임 개발에는 통상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AI 기반 환경 생성 기술이 성숙하면, 인디 팀도 대형 스튜디오 수준의 환경 다양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린다. 기술적 제약보다 창의적 역량이 게임의 규모를 결정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게임 형식도 예상된다. 플레이어 이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환경이 생성되는 무한 오픈월드, 개별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에 맞춰 진화하는 개인화 환경, 텍스트 입력만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UGC 플랫폼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회의 이면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6년 1월 발표된 GDC 게임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게임 개발자의 33%가 최근 2년 내 해고를 경험했다. 응답 기업의 50%가 최근 12개월 내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게임 관련 학과 학생의 74%가 취업 전망에 우려를 표했다. 업계가 이미 고용 불안에 직면한 상황에서, 환경 생성 자동화 기술의 등장은 환경 아티스트, 레벨 디자이너, 컨셉 아티스트 등 관련 직군에 추가적인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창작 가치의 재정의 문제도 뒤따른다. AI가 생성한 환경과 인간이 제작한 환경의 기술적 품질이 동등해질 경우, 무엇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인가. 창작 의도, 맥락, 스토리텔링의 유무가 그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게임뿐 아니라 AI 생성 도구를 마주한 모든 창작 산업의 공통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결국 Genie 3가 촉발하는 변화는 ‘지금 무엇을 대체하는가’보다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아직 기술적으로 완결된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Genie 3의 기술적 한계
Google은 해당 기술이 아직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선 프롬프트와 생성 결과 간의 정합성이 완전하지 않아, 사용자의 입력이 의도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물리 시뮬레이션 역시 현실의 물리 법칙과 어긋나는 장면이 발생하며, 캐릭터 조작 과정에서는 반응 지연이 관찰된다. 텍스트 표현 측면에서도 가독성 있는 문자를 안정적으로 생성하지 못하고, 다중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복수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는 상태다.

주요 매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두고,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는 동작 자체가 제한적이며 세션 지속 시간에도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술을 게임 제작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분명하다. 점수, 목표, 규칙과 같은 핵심 게임 메카닉스를 구현할 수 없고, 수십 시간의 플레이를 지탱할 만큼의 지속성도 확보되지 않았다. 또한 멀티플레이어 환경을 지원하지 않으며, 생성된 결과물을 기존 게임 엔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셋 형태로 추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메타X(MetaX)] 프로젝트 지니의 프롬프트 가이드; https://deepmind.google/models/genie/prompt-guide/

다만 이러한 한계가 장기적으로 고착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Genie 1에서 Genie 3에 이르기까지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기술적 성숙에는 약 2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됐을 뿐이다. 미국의 교육·리서치·전략 자문 기관인 Marketing AI Institute의 Paul Roetzer는 기술 발전이 대중의 인식보다 통상 6~12개월 앞서 진행된다고 분석하며, 현재 드러난 제약 역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앞으로의 전망
이 기술이 현실화될수록, 업계의 대응은 개발자 개인의 역량 재편부터 산업 구조, 그리고 플레이어 경험 전반에 걸쳐 단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개발자 차원에서는 AI 도구를 다루는 능력 자체가 하나의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프롬프트 설계 능력이나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선별·조정하는 큐레이션 감각은 더 이상 부가 기술이 아니라 실무 전반에 요구되는 기술이 된다. 동시에 자동화가 어려운 영역, 즉 내러티브 디자인이나 플레이어 심리 설계, 커뮤니티 운영과 같은 인간 중심의 전문성은 오히려 중요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AI 기반 프로토타이핑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검증하는 개발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도,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산업 구조 차원에서는 대응 방식의 분화가 예상된다. 대형 스튜디오는 AI 기술을 내부 역량으로 흡수하거나 관련 기술·조직을 인수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성숙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선택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디 개발사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 월드 디렉터, 프롬프트 레벨 디자이너, AI와 인간의 협업을 조율하는 새로운 직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플레이어 경험 차원에서는 기존 게임 구조를 넘어서는 변화가 상상된다. 엔드게임 이후에도 콘텐츠가 계속 생성되는 무한형 경험,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에 따라 환경이 진화하는 개인화 세계, 텍스트 입력만으로 공간과 상황을 만들어내는 창작형 인터페이스 등은 장기적으로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양의 증가라기보다, 플레이어와 세계의 관계가 재정의되는 흐름에 가깝다.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Google의 Project Genie는 게임 개발 전 과정 중에서도 특히 환경 콘셉트 검증과 초기 프로토타이핑이라는 특정 공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다. 동시에 환경 아티스트나 레벨 디자이너와 같은 직군의 역할과 수요 구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Genie 3는 게임 엔진이 아니며, 완성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점수와 규칙으로 구성되는 메카닉스, 밸런싱, 내러티브 구조 설계, 플레이어 경험의 조율과 같은 핵심 요소는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판단과 감각에 의존한다. AI는 이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거나 가속하는 위치에 가깝다.

[메타X(MetaX)] 프로젝트 지니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tV5LEBDs7w

기술이 환경 생성을 자동화할수록, 게임의 차별화 기준은 “어떤 세계를 만들었는가”에서 “왜, 어떤 경험을 위해 그 세계를 설계했는가”로 이동한다. 이는 개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설계의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AI는 세계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세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감정과 선택을 요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Project Genie는 게임 개발의 본질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드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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