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게임 산업
PS5 베스트셀러를 뒤흔든 Xbox
올해 상반기 PS5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은 뜻밖에도 Xbox 게임 스튜디오의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5’였다. 해당 게임은 4월 말 PS5 버전이 출시된 뒤 불과 몇 주 만에 누적 300만 장을 돌파하며 차트 상위권을 굳혔고, 지금까지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2분기 PS5 베스트셀러 상위 10개 중 절반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 퍼블리싱 타이틀이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콘솔 시장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 독점’에서 콘텐츠 우위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지금 ‘크로스-퍼블리셔’인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일부 작품으로 시작했던 멀티플랫폼 전략을 2025년에 주력작 중심으로 확대했다. 레이싱 플래그십 ‘포르자 호라이즌 5’, RPG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인디아나 존스 앤 더 그레이트 서클’, ‘둠: 더 다크 에이지스’ 등이 PS5 동시/근시차 발매 라인에 합류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의 사전 예약과 월간 순위에서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와 ‘포르자 5’는 출시 전부터 다수 지역 PS 스토어 프리오더 상위권을 점령했다.
데이터로 보면 방향은 더 명확하다. 올해 4월 PS 스토어 ‘월간 다운로드’에서 미국과 유럽 모두 Top3에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와 ‘포르자 5’가 진입했고, 5월에는 ‘포르자 5’가 미·유럽 PS5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분기(4~6월, 미국 기준) PS5 매출(달러) Top10 중 6개가 마이크로소프트 퍼블리싱 타이틀로 집계되며 분기 지형에서도 우위를 입증했다.

이 흐름은 ‘독점’의 약화와 맞물린다. 스위치를 보유한 닌텐도를 제외하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모두에서 자사 타이틀의 플랫폼 확대 기조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 → 콘텐츠” 중심 경쟁으로의 이동을 가속한다는 평가다.
뜨겁게 반응하는 플레이어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4월 29일 PS5 출시 직후 몇 주 만에 판매 200만 장을 돌파했고, 7월 중순 기준 누적 300만 장 이상으로 올해(상반기) PS5 최다 판매작 지위를 굳혔다. 이 과정에서 PS 스토어 여름 세일(약 25% 할인)이 단기 판매 탄력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판매량은 Alinea Analytics의 집계·추정에 기반, 주요 매체가 재인용).
분기 데이터 역시 같은 분위기다. 미국 게임 산업 시장조사기관 Circana의 애널리스트, Mat Piscatella가 공개한 2025년 2분기 PS5 매출 에 따르면, Top10(미국) 가운데 6개를 마이크로소프트 퍼블리싱 게임이 차지했는데 ‘포르자 5·오블리비언 리마스터·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둠: 더 다크 에이지스·인디아나 존스·마인크래프트’ 등 다장르 포트폴리오가 폭넓게 기여했다.

월간 차트도 이를 뒷받침한다. 4월·5월 PS 블로그 공식 순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계열 타이틀이 연속으로 상위권을 차지했고, ‘포르자 5’는 5월 1위(미·유럽 공통)로 기록됐다. 즉, “사전 예약 → 월간 다운로드 → 분기 매출”로 이어지는 지표 전반에서 크로스-퍼블리셔 전략의 상업적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멀티플랫폼 시대 게임 산업 경쟁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
과거 콘솔 시장에서는 하드웨어 독점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였다. 각 제조사는 자사 콘솔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을 통해 플랫폼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지만 최근 몇 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같은 주요 게임 퍼블리셔들이 적극적으로 멀티플랫폼 전략을 확대하면서, 콘솔 간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AAA급 주요 게임들이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동시 혹은 근시일 내에 출시되면서, 하드웨어 경쟁은 점차 콘텐츠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플랫폼 확장뿐만 아니라 크로스퍼블리셔 전략이라는 새로운 경쟁 방식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게임을 여러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선택권을 얻게 되었고, 퍼블리셔들은 더 넓은 시장에 자신의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넓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또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판매량이 시장 성과를 가늠하는 주된 지표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다운로드 수와 사전 예약 수치까 주요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의 할인 행사 같은 프로모션들은 단기간 내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구매 데이터와 마케팅 이벤트가 결합되면서, 멀티플랫폼 출시 효과까지 더해져 게임 산업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해진 경쟁 구도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게임 시장 내에서 경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산업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플레이어 경험 혁신과 미래 콘솔 시장의 변화
독점 타이틀의 약화와 멀티플랫폼 전략의 확산은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한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특정 콘솔이나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이는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 확대와 경쟁 활성화로 이어졌다. 특히 개별 IP(지식재산권)의 브랜드 가치는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더욱 확장되고 강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다양한 개발사들의 경쟁을 촉진하여 게임 품질과 창의성, 혁신을 더욱 가속화한다. 결과적으로 게임 시장 전체가 성장하고, 플레이어들의 경험 수준도 크게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크로스 퍼블리싱은 앞으로 ‘예외’가 아닌 ‘기본’이 될 것이다. 차세대 콘솔과 신규 서비스 모델도 이에 맞춰 설계가 바뀌고, 멀티플랫폼 출시가 표준화되면서 플랫폼 간 장벽은 낮아질 것이며 여기에 스트리밍과 구독 같은 서비스형 기술이 결합되면, 콘솔 시장의 가치사슬과 경쟁 구도 자체가 재편된다.
이 변화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 운영, 그리고 IP·브랜드 전략에 직결된다. 특정 플랫폼 중심의 독점 전략보다, 다중 플랫폼에서 수익원을 분산·확장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퍼블리셔·클라우드 사업자 간의 경쟁과 협력은 더욱 복합적으로 얽힐 것이다.
플레이어에게는 더 많은 플랫폼에서 더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산업 전반의 혁신 속도도 빨라진다.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고,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결국, 다음 세대의 승부는 ‘어디에서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최적의 성능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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