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소유로 이동하는 자본, 오일머니
한국 게임사의 딜레마: 선택지는 존재하는가
[메타X(MetaX)] 2025년, 한국 게임 산업의 투자 환경은 다시 한 번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주요 게임사들의 주주 구성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살펴보면, 두 개의 자본 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나는 중국의 텐센트, 다른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다.
두 자본은 모두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공유하지만, 접근 방식은 크게 다르다. 텐센트는 지분 투자를 통해 주요 주주로 자리 잡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경영 비개입 원칙을 유지해 왔다. 반면 사우디 PIF는 글로벌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서 경영권 확보를 전제로 한 대규모 인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자본과, 소유를 전제로 한 자본. 한국 게임 산업은 지금, 이 두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미 구조 안으로 들어온 자본, 차이나머니 2025년 기준으로 한국 게임사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들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Tencent는 Krafton, Netmarble, Shift Up 모두에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 회사 | 텐센트 지분 | 1대 주주 지분 | 격차 |
| 시프트업 | 34.76% | 38.85%(김형태) | 4.09%p |
| 넷마블 | 17.52% | 19.51%(방준혁) | 1.99%p |
| 크래프톤 | 13.71% | 15.05%(장병규) | 1.34%p |
| 카카오게임 | 3.88% | 40.77%(카카오) | -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25. 06 기준)
특히 Shift Up의 경우, 창업자와 텐센트 간 지분 격차는 약 4%포인트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상 텐센트가 시장에서 약 8%포인트를 추가 매입할 경우,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다. 현재까지 텐센트가 경영권 확보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지만, 지분 구조 자체는 언제든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텐센트는 더 이상 ‘외부 투자자’로 분류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 게임 산업의 핵심 기업들에 이미 깊이 편입된 구조적 주주로 인식하는 편이 정확하다.
단순 루머를 넘은 신호, 넥슨 인수설
2025년 6월, 다수의 매체이 따르면, 텐센트가 Nexon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추정 거래 규모는 약 150억 달러, 한화로 약 20조 원 수준이다.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는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 측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보도 직후 넥슨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해당 가능성이 단순한 소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보도 이후 한국 게임학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요지는 분명했다.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은 사실상 결정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 반응은 넥슨이라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차원의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인수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거래 성사 여부 그 자체보다, 텐센트가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반복해 온 확장 방식과 정확히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례로 검증된 텐센트의 확장 패턴
텐센트의 전략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글로벌 게임 산업 전반에서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며 검증된 방식에 가깝다.
대표적인 사례가 Riot Games다. 텐센트는 2008년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2011년 지분 93%를 확보했고, 2015년에는 100% 완전 인수를 완료했다. 이 외에도 Supercell(지분 84% 이상), Grinding Gear Games(87%), Funcom(100%) 등 주요 개발사를 단계적으로 지배 구조 안에 편입시켰다. Epic Games에는 약 4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Ubisoft에는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흐름은 명확하다. 소수 지분 투자 → 이사회 영향력 확보 → 퍼블리싱 및 시장 접근권 확보 → 지분 확대 → (선택적으로) 완전 인수. 라이엇게임즈는 이 경로가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의 실제 의미
텐센트는 일관되게 “피투자사의 경영, 개발,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의 완전 자회사임에도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의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경영 개입 여부와는 별개의 구조적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는 퍼블리싱과 시장 접근권이다. 중국 시장에서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판호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텐센트는 사실상 관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36%를 차지하며, 이 성과는 텐센트와의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시장 접근의 레버리지를 쥐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둘째는 현금 동원력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텐센트의 현금성 자산은 약 39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한 재무 지표가 아니라, 필요할 경우 한국 주요 게임사 상당수를 인수·합병 대상으로 올릴 수 있는 실질적 선택지를 의미한다.
셋째는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다. 2025년 1월, 미국 국방부는 텐센트를 ‘중국군 지원기업(CMIC)’으로 지정했다. 2026년 6월부터는 미 국방부와 해당 기업 간 거래가 금지된다. 이 조치가 텐센트가 지배하는 해외 게임사, 특히 한국 게임사들의 미국 시장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불확실성 자체가 리스크로 작동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텐센트의 영향력은 ‘경영 개입’이 아니라, 시장 접근권, 자본력, 그리고 정치·외교적 환경이라는 구조적 조건을 통해 작동한다. 이것이 업계가 지속적으로 긴장을 유지하는 이유다.
투자에서 소유로 이동하는 자본, 오일머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ublic Investment Fund(PIF)의 한국 게임 산업 진출은 텐센트에 비해 늦게 시작됐지만, 접근 방식은 훨씬 직접적이다. PIF는 초기부터 지분 확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협력 관계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2025년 기준으로 PIF는 Nexon 지분 약 10.2%를 보유하며 4대 주주에 올라 있고, NCSoft에서는 지분 약 9.3%로 창업자 김택진 다음가는 2대 주주다. 이는 넷마블이나 국민연금보다 높은 비중이다. 이와 별도로 Shift Up과는 2023년 MOU를 체결했고, Wemade와는 2024년 블록체인 협력 중심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 단계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PIF의 한국 내 활동은 전략적 지분 투자와 협력 관계 구축에 머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행보를 함께 놓고 보면, 이 평가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EA 인수: ‘투자자’에서 ‘소유주’로의 전환
2025년 12월, Public Investment Fund(PIF)가 주도한 컨소시엄은 Electronic Arts(EA) 인수를 위한 거래에서 주주 승인을 통과했다. 거래 규모는 약 550억 달러로, 게임 산업 역사상 최대 수준의 인수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거래는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주주 승인이라는 핵심 관문을 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성사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거래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금액보다 PIF가 컨소시엄 내에서 90%를 상회하는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EA가 거래 완료 시 비상장사로 전환되며, PIF가 실질적인 지배 주체로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PIF는 글로벌 게임사들에 대해 5~10% 수준의 소수 지분 투자를 유지하며 ‘재무적 투자자’임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닌텐도, 캡콤, 테이크투 등에서는 모두 전략적 소수 지분에 그쳤다. 그러나 EA 거래는 이 기조가 명확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90%를 넘는 지분 확보는 단순한 투자 단계를 넘어, 게임 산업을 직접 소유·운영하는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EA 사례를 기점으로, PIF의 게임 산업 전략은 ‘투자’에서 ‘소유’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확인되는 확장 패턴
PIF의 게임 산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드러난다. SNK는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린 끝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고, Scopely와 Niantic의 게임 사업부 역시 대규모 인수를 통해 100% 지배 구조에 들어갔다. ESL·FACEIT 등 e스포츠 운영사 역시 같은 방식으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흐름은 비교적 명확하다.
초기 소수 지분 투자 → 관계 구축 → 전략적 중요도 판단 → 완전 인수.
SNK, Scopely, Niantic은 이 경로를 이미 거쳤고, EA는 가장 최근이자 가장 규모가 큰 사례다.
이 패턴은 PIF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게임 산업을 장기 소유·운영 대상 산업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발언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2025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현장에서, PIF 산하 Savvy Games Group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제시 메스축은 “한국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적합한 기회가 있다면 M&A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넥슨과 엔씨소프트 지분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관심 표명이 아니라, 지분 투자 이후의 선택지로서 인수를 공식적으로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PIF의 게임 투자 배경에는 사우디 정부 차원의 장기 전략이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의장을 맡고 있는 Savvy Games Group은 2030년까지 게임 산업에 총 378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약 130억 달러는 ‘주요 글로벌 게임사 인수’에 배정돼 있다.
이는 게임 산업을 단순한 콘텐츠 사업이 아니라, 사우디의 산업 다각화와 소프트파워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했음을 의미한다. 개인적 관심과 세대적 경험이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 전략이 이미 구체적인 인수와 지배 구조로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결국, 사우디 PIF의 게임 산업 투자는 더 이상 실험이나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의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 게임 산업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PIF는 지분 투자로 문을 두드린 뒤, 필요할 경우 소유로 전환하는 전략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오일머니는 파트너십을 전제로 움직이는 자본이라기보다, 장기적으로 ‘집을 사는’ 자본에 가깝다. 한국 게임사들이 이 자본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는, 단순한 투자 유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경영 자율성과 산업 구조를 좌우할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게임사의 딜레마: 선택지는 존재하는가
한국 게임 산업을 둘러싼 외국 자본의 흐름은 더 이상 단순한 투자 유치의 문제가 아니다. 텐센트와 사우디 PIF라는 두 축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동시에 고려해야 할 상충된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 조건들 사이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다.
딜레마 1: 중국 시장 접근과 미국 제재 리스크
중국 시장을 고려할 때 텐센트의 역할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하다. 중국의 판호 제도상 외국 게임사가 직접 판호를 신청하고 퍼블리싱까지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텐센트는 판호 신청, 심사 과정 대응, 현지 퍼블리싱까지 아우르며 중국 시장 진입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텐센트가 2025년 미국 국방부에 의해 ‘중국군 지원기업(CMIC)’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2026년 6월부터는 미 국방부와 등재 기업 간 거래가 금지될 예정이며, 제재 범위가 민간 영역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텐센트가 퍼블리싱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국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 불확실성은 단순한 외교 이슈가 아니라, 한국 게임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다. 중국 시장 접근을 위해 텐센트를 선택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서구 시장에서의 규제·평판 리스크를 함께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딜레마 2: 오일머니의 자본력과 문화적·정책적 부담
사우디 자본의 매력은 분명하다. PIF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이며, 게임 산업에만 수십조 원 단위의 투자를 예고했다. 중동 시장 진출, 글로벌 M&A, 대규모 개발 자금 확보라는 측면에서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매우 현실적인 유혹이다.
그러나 이 자본은 재무적 조건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치 체제, 인권,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게임워싱’, 즉 게임 산업을 활용한 국가 이미지 개선 전략이라는 논쟁도 뒤따르고 있다.
EA 인수 이후 나타난 내부 반발과 논란은, 사우디 자본의 유입이 단순히 지배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 문화와 가치 체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게임사가 이러한 자본을 받아들일 경우, 콘텐츠의 정치적·문화적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린 문제다.
딜레마 3: 자본은 들어오는데, 제도는 비어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안보 관점에서 특정 해외 자본을 명시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외국 자본의 게임사 지분 취득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 투자에 대해 면밀한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명확한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게임학회 등 일부 단체가 게임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지분 인수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책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게임사들은 자본의 성격과 장기적 파급 효과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가 차원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가운데, 선택의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전가되고 있다.
K-게임의 주권은 어디에 있는가
텐센트와 사우디 PIF라는 두 자본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모두 한국 게임의 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모바일, PC, 콘솔을 아우르는 제작 경험과 글로벌 흥행 IP를 동시에 보유한 국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력에 대한 수요와 달리, 그 소유와 통제의 방향은 점차 한국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한국 게임 산업의 주요 기업 지분 구조 안에 깊이 자리 잡았고, 사우디 자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를 통해 소유를 전제로 한 행보를 명확히 하고 있다.
결국 한국 게임 산업 앞에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지만, 그들이 게임을 소유한다—이 문장이 완성되기 전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K-게임은 누구의 것인가."
[METAX =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