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맑아지고,
맑아진 생각은 어김없이 삶의 빈틈을 더 또렷이 비춘다.
마흔 즈음의 새벽은 유난히 조용하다.
창밖에선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고,
어둠은 점점 연해진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을 맞이하는 그 짧은 틈.
나는 그 시간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내가 기대한 마흔의 얼굴은 이런 모습이었나?’
청춘은, 어딘가 이미 저만치 흘러갔고
노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애매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묘하게 고립된 기분으로 하루를 맞는다.
스무 살엔 두려움,
서른엔 분주함,
그리고 마흔엔 막막함과 마주하고 있다.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사실마저 위로가 되지 않는 밤이 있다.
어릴 적엔 나이 마흔이 되면 세상이 분명해질 줄 알았다.
아이였던 나는
마흔 살 어른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흔들림 없이 가족을 지켜낼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삶의 절반을 지나왔다는 실감보다는
남은 절반이 더 막막하게 펼쳐진다.
어느새 익숙해진 불안,
이제는 선택보다 포기가 더 편안해진 계절.
나를 사라지게 만든 건 외부가 아니라
하루하루 조금씩 내 안의 나를 미뤄온 내가 아닐까.
그럼에도 막막하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마흔이란,
그래도 한 번 더 내 이름으로 시작해볼 수 있는
인생의 두 번째 봄인지도 모른다
질문이 멈추지 않는 밤,
나는 다시 나에게 묻는다.
“괜찮니?”
“지금도 네가 너였으면 좋겠니?”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줄 수 있겠니?”
이 책은,
그 질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막막한 마흔’을 위한 이야기다.
누구는 무직이고,
누구는 가정에 묻혀 있고,
누구는 겉으론 성공했지만
내면은 점점 흐릿해져간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인생의 잠깐 멈춤 버튼을 누른 채
아직 ‘로딩 중’인 시간을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리고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막막하니까,
질문하게 되고
막막하니까,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끝’이 아니라
‘절정’을 향해
한 번 더,
가장 당신다운 이름으로
걸어가길 바란다.
막막한 지금,
나는 어느새 마흔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마흔은 아직 로딩 중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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