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기술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이 재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미 법무부는 그에 대한 조치로 구글의 핵심 사업 부문을 분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조치는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의 분사(분리 매각)이다.
오픈AI에서 ChatGPT 총괄을 맡고 있는 닉 털리(Nick Turley)는 화요일(현지시간) 열린 법정 증언에서, 크롬을 인수한다면 “정말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고, AI 중심 브라우저가 어떤 모습일지를 사용자에게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공식적인 인수 의지를 담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구글에 대한 법원의 독점 판결 직후 나온 이 발언은, AI 기반 웹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퍼스트 브라우저, 크롬보다 진화한 웹의 미래?
닉 털리의 발언은 오픈AI가 AI 기술을 웹 브라우저라는 일상적 인터페이스에 본격적으로 이식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브라우저가 단순한 검색 도구에 그쳤다면, AI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파트너’로 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브라우저 개발을 위한 내부 프로젝트를 가동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픈AI는 이를 위해 크롬 원년 개발자인 벤 구저(Ben Goodger)와 다린 피셔(Darin Fisher)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합류는 오픈AI의 브라우저 개발이 단순히 기존 브라우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브라우저 경험을 창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행보는 구글과의 기술적 연계 고리를 끊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브라우저 생태계를 설계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오픈AI가 지향하는 ‘AI 중심 웹’은 콘텐츠를 스스로 탐색하고 요약하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화된 환경이다.
검색시장 지배력 → 브라우저 플랫폼 전환?
웹 브라우저는 더 이상 단순한 접근 창이 아니다. 현대 디지털 경제에서 브라우저는 콘텐츠 소비, 광고 집행, 쇼핑, 검색, 그리고 AI 기반 상호작용까지 통합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크롬이 구글 검색과 긴밀히 결합되어 시장을 지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픈AI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자신들이 브라우저라는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면, ChatGPT나 그 이상을 웹 경험의 중심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도구의 확보가 아니라, 사용자와 AI가 만나는 ‘접점’을 장악하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오픈AI의 크롬 인수 의향은 구글의 독점 해체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구조 재편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향후 브라우저 플랫폼이 ‘검색 엔진 중심’에서 ‘AI 중심 사용자 경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정 경쟁 vs 플랫폼 독점…누가 AI 브라우저의 주인이 될 것인가?
이번 재판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 해체라는 목적을 넘어, 플랫폼 중심 경쟁의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거 크롬이 검색을 지배했다면, 미래 브라우저는 AI 검색과 개인화 콘텐츠 소비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오픈AI는 이 전환의 정중앙에 서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오픈AI가 크롬을 실제로 인수하거나 자체 브라우저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장벽도 많다. 크롬의 매각은 단순히 코드와 브랜드가 아닌, 수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 광고 인프라, 개발자 생태계 등 복합 구조를 포함한다.
또한, 공정 경쟁이라는 명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픈AI 역시 플랫폼 독점의 또 다른 주체로 비춰지지 않도록 투명한 정책과 사용자 선택권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 브라우저 전쟁은 기술력보다 ‘신뢰’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 브라우저 시장, 삼국지 시대 열리나
현재 AI 기반 브라우저 생태계는 구글(Chrome + Gemini), 마이크로소프트(Edge + Copilot), 오픈AI(자체 브라우저 or 크롬 인수)로 대표되는 ‘3강 체제’로 전환 중이다. 이 외에도 브레이브, 오페라, 비발디 등 틈새 브라우저들도 AI 기능 강화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브라우저 경쟁은 단순한 UI나 기능 차별화가 아닌, AI 통합 경험의 깊이와 질에서 결정될 것이다.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상황에 맞는 정보를 자동 제공하는 ‘AI 게이트웨이’의 역할이 핵심이다.
이제 브라우저는 더 이상 인터넷 창이 아니다. 그것은 AI와 인간이 처음으로 맞닿는 접점이며,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자본의 전장이다. 크롬은 그 무대 위 최대의 상징물이며, 오픈AI의 눈은 이미 그 지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픈AI의 크롬 인수 발언은 시작에 불과하다
닉 털리의 발언은 단지 가능성 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AI 중심의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 브라우저라는 인프라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적인 인터넷 구조의 해체와 재조립을 의미한다.
오픈AI는 이제 단순한 ‘생성형 AI 기업’을 넘어, 검색·브라우저·콘텐츠 유통을 포괄하는 메타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빅테크의 전략과도 본격적으로 충돌하게 될 지점이다.
크롬이 실제 매물로 등장한다면, 누가 인수할지, 그리고 그 이후의 웹은 어떤 모습일지를 결정짓는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오픈AI는 그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는 선언을 방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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