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영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약 20억 파운드(약 34조 원)를 투입한다. 이번 대규모 자본 투입은 런던·옥스퍼드·케임브리지·맨체스터 등 영국의 주요 기술 허브에 첨단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생 기업과 연구자, 개발자를 지원해 글로벌 수준의 AI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18일(현지 시각) 발표에서 “AI 시대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빅뱅(Big Bang)”이라며 “영국은 세계적 대학과 대담한 스타트업, 선도적 연구자와 첨단 슈퍼컴퓨팅이 한데 모인 ‘골디락스 순간’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영국이 AI 혁신의 다음 물결을 선도할 최고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액셀(Accel), 에어 스트리트 캐피털(Air Street Capital), 발더톤 캐피털(Balderton Capital), 혹스턴 벤처스(Hoxton Ventures), 피닉스 코트(Phoenix Court)가 공동 참여한다. 이들은 자본과 슈퍼컴퓨팅을 동시에 제공해 AI 창업 생태계의 병목 현상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재와 연구 역량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슈퍼컴퓨팅 인프라 부족 ▲런던 외 지역의 벤처 자본 제약 ▲급등하는 에너지 비용 ▲학계와 산업계 연결의 한계 등이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엔비디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인프라’ 결합 전략을 내세웠다.
영국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키어 스타머(Kier Starmer) 총리는 “이번 투자는 영국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신뢰의 표시”라며 “스타트업과 연구자를 지원하고, 자본과 인재를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AI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업계 역시 기대를 드러냈다. 액셀의 소날리 드 라이커(Sonali De Rycker) 파트너는 “영국은 오랫동안 AI 인재의 요람이었지만 이번 투자가 AI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 평가했다. 에어 스트리트 캐피털의 네이선 베나이치(Nathan Benaich) 역시 “세계적 인재와 연구력에 걸맞은 인프라가 부족했는데, 이번 투자가 그 격차를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발더톤 캐피털의 제임스 와이즈(James Wise)는 “에너지 비용과 컴퓨팅 접근성 같은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스턴 벤처스의 후세인 칸지(Hussein Kanji)는 “영국의 스타트업이 세계적 영향력을 가지려면 집단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 그 출발점”이라 강조했다. 피닉스 코트의 사울 클라인(Saul Klein)은 “이미 800개 이상의 영국 벤처기업이 2,5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이라며 “이제는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차세대 AI 기업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는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에서 최대 5천억 달러 규모의 AI 슈퍼컴퓨터 제조를 약속한 직후 발표됐다. 투자 자금은 미국에 등록되지만, 영국 현지에 투입되어 양국 간 기술 협력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외국 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영국이 AI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유럽 내 AI 연구 허브로서의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자본·인프라 부족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이를 보완하며 영국을 유럽 AI 생태계의 ‘허브 중의 허브’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투자는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의 ‘기폭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영국의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엔비디아의 자본과 슈퍼컴퓨팅을 바탕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글로벌 AI 경쟁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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