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와 빅테크의 저작권 전선이 본격 충돌하다
[메타X(MetaX)] 월트디즈니컴퍼니가 구글을 상대로 인공지능(AI) 서비스 전반에서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공식적인 법적 경고에 나섰다. 디즈니는 2025년 12월 11일 구글에 발송한 중단 요구서(cease-and-desist letter)를 통해, 구글이 AI 모델과 서비스를 활용해 자사의 캐릭터와 영상 콘텐츠를 무단으로 상업적 배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예 산업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디즈니는 해당 서한에서 구글의 저작권 침해가 “개별 사례가 아닌, 대규모(massive scale)”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생성 이미지와 영상이 디즈니의 대표적인 지식재산(IP)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디즈니는 구글의 AI 서비스를 “가상 자동판매기(virtual vending machine)”에 비유하며, 구글이 디즈니의 방대한 저작물 라이브러리를 복제·렌더링·배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에 따르면 문제는 단순한 이미지 생성에 그치지 않고, 해당 결과물이 구글의 Gemini 로고와 함께 표시돼 마치 디즈니가 이를 공식적으로 승인하거나 협업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이를 두고 “구글의 노골적인 침해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표현하며, AI 결과물에 브랜드 로고를 부착하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 혼동과 상표 가치 훼손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저작권 침해를 넘어, 상표권과 부정경쟁 이슈로까지 논쟁이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한에는 구체적인 침해 사례도 포함됐다. 디즈니는 구글의 AI 시스템이 「겨울왕국(Frozen)」, 「라이온 킹(The Lion King)」, 「모아나(Moana)」,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데드풀(Deadpool)」 등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캐릭터와 장면을 무단으로 생성·유통했다고 지목했다. 이들 작품은 현재도 영화·스트리밍·머천다이징을 통해 활발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핵심 자산들이다.
구글은 디즈니의 주장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구글 대변인은 “우리는 디즈니와 오랜 기간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협의할 것”이라며,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있어 공개 웹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고, 유튜브의 콘텐츠 ID(Content ID)와 Google-extended 등 저작권자를 위한 통제 장치를 구축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디즈니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AI 시대 저작권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디즈니가 같은 날 오픈AI(OpenAI)와 3년간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자사의 캐릭터를 Sora AI 영상 생성기에 공식 제공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디즈니가 AI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단 활용’과 ‘통제되지 않은 생성’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디즈니는 AI 활용을 전면 거부하는 대신, 명확한 라이선스와 수익 배분 구조 안에서의 활용만을 허용하겠다는 전략적 입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할리우드 콘텐츠 기업과 빅테크 간의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신문사·작가·아티스트 중심의 저작권 분쟁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글로벌 IP를 보유한 메이저 스튜디오가 AI 모델의 상업적 활용 방식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분쟁이 향후 AI 생성물의 법적 지위, 모델 학습과 출력물의 구분, 그리고 브랜드·상표의 AI 활용 기준을 둘러싼 판례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특히 “AI가 생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가 어디까지 통제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와 구글의 이번 충돌은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다. 이는 AI가 창작의 도구가 된 시대에, 지식재산권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시험대라는 점에서, 글로벌 콘텐츠·기술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파장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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