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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제 회복’이 아니다. 그는 세계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경제를 무기로 삼고 있다.
유가를 조절하고, 외국 기업에 관세를 매기고,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심지어 공장까지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이 모든 정책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 있다.
그 흐름의 핵심은 '미국 중심 세계 만들기'다. 트럼프는 그것을 위해 ‘경제’를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로, 이란은 유가로… 전쟁 없이 상대를 조이는 법
러시아와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총이나 미사일을 들지 않고도 이 나라들을 압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방법은 바로 ‘에너지’였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이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 세계 2위(약 61%), 매장량은 세계 6 위(12.7%)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에너지 기반 산업구조다. 이러한 산업구조는 유가 및 천 연가스 시장변화에 따라 경제성장과 재정수입이 좌우된다.
러시아의 원유, 휘발유와 천 연가스는 전체 수출 비중의 60% 이상이다. 이는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하는 규모로 GDP의 24%가 에너지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주요 GDP 대비 산업구조는 광물(석탄, 철강, 니켈, 다이아몬드, 금, 백 금, 팔라듐 등)이 5%, 석유가스 GDP 9%, 농수산 4%, 금속 4%, 석유화학 2% 정도 수 준으로 자원의 존형 경제구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진 않다. -러시아 산업 현황(한러혁신센터, 2020.02) |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매장량 중 9.3%, 원유 생산량 중 4.0%를 차지하는 '원유 대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EIA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310만 배럴(bpd)로 집계했으며,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2023년 50만 배럴 증가했다. 2023년 10월 29일,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자 연합의 대변인은 이란 정부에 대한 석유 수출과 이와 관련된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340만 배럴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2023년 530억 달러, 2022년 54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MERiCs 아프리카ㆍ중동 |
그런데 만약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나라들은 수출해서 벌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정부 예산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 결과, 군사 행동은커녕 국내를 수습하기도 어려워진다.
트럼프는 이런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자마자 미국 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미국이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면 전 세계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고, 자연스럽게 유가는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굳이 군사력을 쓰지 않아도 러시아와 이란은 스스로 무릎을 꿇게 되는 셈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도 잡힌다… 국민에게 돌아오는 실익
트럼프의 유가 전략은 단지 외교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유가는 미국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휘발유 값이 내려가면 당장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느낀다. 공장과 물류업체의 비용도 줄고, 이것이 다시 제품 가격을 낮춘다. 결국 물가가 안정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물가 상승은 미국 사회 전체를 흔들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올리며 대응했지만, 그 여파로 대출이 줄고 경기 위축까지 우려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유가를 낮추는 정책으로 물가를 잡고, 동시에 경제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우리 물건에 세금 매기면, 공장 미국에 지을게요" – 관세의 역설
트럼프는 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처음엔 단순히 외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더 정교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는 “차라리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외국 기업들에게 던진 것이다.
이 전략은 통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에 공장을 세웠고,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애플까지도 일부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관세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투자 유도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미국 내 공장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중산층의 소득이 회복된다. 공장을 미국으로 돌려세우는 일은 결국 미국 경제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된다.
관세는 세금이다… 미국 정부의 ‘새 수입원’
미국의 재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미국의 연방 정부 부채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약 6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 GDP의 40% 정도였으며, 주로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급격히 증가한 것이었다. 전후 미국은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키며 부채를 억제해왔지만, 1970년대 이후 복지 확대, 군사비 지출, 세금 감면 정책 등이 이어지면서 부채 규모는 점차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0년 팬데믹 당시, 미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수천억 달러를 시장에 투입했다. 그 결과, 2020~2023년 사이에만 8조 달러 이상이 추가로 빚어졌으며, 여기에 최근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부채 증가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2024년 12월 기준 정부 부채는 36조 2,186억 달러, 그리고 불과 한 달 뒤인 2025년 1월에는 36조 2,202억 달러로 증가했다. 매달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나는 이 부채는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지금 미국 정부가 진 빚, 즉 국가 부채는 무려 37조 달러에 달하고, 미국은 현재 하루에 약 97억 달러(약 13조 원)에 가까운 돈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출이 아니라, 과거의 선택들이 지금의 부담으로 되돌아온 결과다.
만약 유가 상승, 경기 침체, 세수 감소 등의 변수가 겹칠 경우,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조금만 더 올리거나,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신뢰도를 의심하게 된다면, 이 부채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주목했다.
외국 상품에 세금을 매기고, 외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관세 수입을 국가 재정에 활용하고, 국민 세금 부담을 줄이며,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국민이나 기업이 낸 세금이 국가 재정을 책임졌다. 그런데 외국 기업에서 거둔 관세가 늘어나면, 국내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즉, 관세가 일종의 ‘새로운 세금’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 부채를 갚는 데도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외교 수단이자, 경제 자원으로 활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공급망도 다시 미국 중심으로… 기술, 고용, 안보를 모두 잡는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전략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 많은 나라들이 “필요한 물건을 꼭 해외에서 들여와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트럼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 등 중요한 산업의 생산 거점을 미국 내로 옮기려는 전략을 펼쳤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술이 미국 안에 있어야 보안도 지키고, 정보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생산 체계는 곧 경제력과 군사력을 함께 확보하는 전략적 기반이 된다. 트럼프가 밀어붙이고 있는 ‘국내 공급망 강화’는 국가 전체의 독립성과 안전을 높이는 방법인 셈이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단순히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자체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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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단순한 '경제'가 아니다
트럼프의 정책을 단순히 ‘경제 정책’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것은 미국의 힘을 되찾기 위한 전방위 전략이다. 그는 외교와 안보, 에너지, 물가, 무역, 고용, 국가 부채까지 모두 하나의 큰 설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를 낮추고, 관세를 높이며, 외국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이 모든 정책은 전쟁 없이 세계 질서를 바꾸는 방식이다.
지금 미국은 경제로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중심에, 트럼프가 설계한 정밀한 전략 지도가 놓여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강국이다. 그러나 그 힘의 뿌리는 더 이상 무한하지 않다. 36조 달러가 넘는 부채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세계를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다.
결국 미국은 선택해야 한다.
세금을 올릴 것인가, 지출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인가?
트럼프식 경제 전략은 그 셋 중 ‘새로운 수익 모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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