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생태계 수익 구조의 변곡점...수수료’냐 ‘혁신 플랫폼’이냐
플랫폼 독점인가, 기술 혁신 유인인가
애플이 외부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앱 사업자에게 최대 27%의 수수료를 부과해온 관행을 두고 미국 법원이 이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앱 생태계의 공정성과 플랫폼 독점 논란을 다시 점화시키며, 글로벌 디지털 경제 규제의 향방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애플, 법원 명령에 항소 제기
2025년 5월 5일(현지시간), 애플은 외부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앱 사업자에게 부과해온 최대 27%의 수수료와 관련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수수료 금지명령’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 분쟁은 애플이 자사 플랫폼에서 외부 결제를 유도하는 앱 개발자들에게 ‘링크 사용’을 허용하되, 그에 대해 여전히 일정 수수료를 부과해온 데서 비롯됐다. 법원은 이러한 정책이 사실상 ‘우회 통행세’로 기능한다며 제동을 걸었고, 애플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링크 허용’의 이면에 숨겨진 통제
애플은 2021년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즈(Epic Games)와의 소송을 계기로 앱스토어 내 외부 결제 유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정책 변화를 단행했다. 당시 판결은 애플이 모든 결제를 자사 인앱 시스템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강제하는 구조에 제동을 건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애플은 외부 결제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 삽입을 일부 앱에 허용했지만, 이와 동시에 외부 결제를 유도한 거래에 대해 12%에서 최대 27%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애플의 정책이 단순한 ‘형식적 허용’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는 외부 결제를 제약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외부 결제 유도를 허용한다는 명분 아래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애플이 결제 유통 경로 전반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시장 경쟁을 억제하고, 소비자와 개발자 모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플랫폼이 혁신의 촉매가 아닌 독점의 수단으로 기능할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앱 생태계 수익 구조의 변곡점...수수료’냐 ‘혁신 플랫폼’이냐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에서 부과해온 인앱 결제 수수료는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온 핵심 기반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수익 모델은 플랫폼 독점 논란과 규제 압박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애플은 App Store를 단순한 디지털 콘텐츠 판매 채널이 아닌,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켜왔다. 실제로 애플이 2021년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의 충격이 컸던 2020년 한 해 동안 App Store 생태계는 전 세계적으로 6,430억 달러(약 714조 원) 규모의 매출 및 판매 실적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4% 성장한 수치로, 위기 속에서도 디지털 기반 앱 경제가 얼마나 견고하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가별 매출 규모를 보면 중국(3,000억 달러), 미국(1,750억 달러), 유럽(740억 달러), 일본(346억 달러), 호주·뉴질랜드(77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시장 역시 139억 달러(약 16.5조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비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와 앱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애플은 이러한 성과가 단지 자사의 수익이 아닌, 전 세계 개발자들과 서비스 기업들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의 총합이라고 강조한다. 식료품 배달, 원격 교육, 디지털 콘텐츠, 모바일 게임 등 수많은 분야에서 App Store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며, 이는 글로벌 앱 생태계의 활력으로 직결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규모 개발자들의 역할이다.
애플이 의뢰한 독립 연구기관 Analysis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App Store 개발자의 90% 이상은 연간 다운로드 수 100만 건 이하, 수익 1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사업자다. 이들 중 약 25%는 최근 5년간 매년 25%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평균적으로 40개국 이상의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이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성장 주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애플이 구축한 수수료 중심 수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애플은 에픽게임즈 소송 이후 외부 결제 링크 허용이라는 양보를 했지만, 여전히 최대 2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실질적인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이 해당 수수료에 대한 금지명령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이 논쟁은 단순한 기업 정책을 넘어서 플랫폼 경제의 공정성, 시장 지배력,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국제적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
App Store는 혁신의 촉진자이자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기능해왔지만, 동시에 ‘디지털 통행세’라는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향후 글로벌 규제 흐름은 '혁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공정한 접근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이 장기화되면, 애플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 전반에 걸쳐 수익 구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외부 결제 유도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경우,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중소 개발자들의 생존 기반을 강화하고, 콘텐츠 다양성을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수수료가 인하되면 콘텐츠 가격이 일부 낮아지고, 결제 방식에 대한 선택권도 보다 폭넓게 제공될 수 있다.
셋째, 플랫폼 기업 전반에는 수익 모델 전환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구글 역시 유사한 수수료 정책으로 유럽과 한국 등지에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중개자 수수료’를 넘어선 새로운 플랫폼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애플의 항소는 단지 법적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 앱 생태계가 직면한 거대한 질문에 대한 실험적 응답이며, 그 결과는 수년간 디지털 시장을 지배해온 플랫폼 수익 모델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규제 논의와 글로벌 파장
이번 항소는 미국 내 사법권의 해석 차이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깊게 연결돼 있다.
EU는 2024년 발효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통해 빅테크의 앱스토어 결제 독점을 직접 규제하고 있으며, 애플은 이미 이에 대한 조사 대상이 됐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2021년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을 도입해, 현재 시행 중이다.
일본과 호주도 유사한 논의에 착수하면서 글로벌 IT기업의 플랫폼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플랫폼 독점인가, 기술 혁신 유인인가
이번 사안은 단순한 수수료 정책의 정당성 여부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와 그 통제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단지 애플 한 기업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전 세계 플랫폼 경제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자사의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App Store 수수료는 사용자 보호와 플랫폼의 보안, 인프라 유지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 정당한 보상이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특히 결제 시스템과 콘텐츠 심사, 해킹 방지 및 개인 정보 보호 등 플랫폼 운영의 전반적 비용을 근거로 들며, 일관된 정책 유지가 사용자 신뢰의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다수의 개발자와 비평가들은 이를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로 보고 있다.
앱 생태계가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종속되고 있으며, 수수료 구조는 혁신을 장려하기보다는 기존의 독점 지위를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자들은 애플의 정책이 ‘기술 혁신 유인’이 아니라 ‘통제와 과금’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이 논쟁은 결국 플랫폼 자율성과 공정한 시장 접근권 사이의 구조적 긴장을 보여준다. 한쪽은 기술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사용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오늘날 디지털 시장이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규범적 충돌이기도 하다.
플랫폼 규제의 다음 페이지는?
이번 항소는 단기간 내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쟁점이 복잡한 만큼, 향후 미국 연방항소법원, 더 나아가 연방대법원까지 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최종 판결은 단지 미국 내 법적 선례를 남기는 것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방향을 사실상 정의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1: 애플 승소]
→ 플랫폼의 자율성이 강화되며, 빅테크 중심의 수익 모델이 유지됨. 이에 따라 개발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디지털 통행세’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수 있다.
[시나리오 2: 법원 기각 및 강제 규제 확정]
→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 압력이 커지고,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대체 플랫폼이 부상할 가능성. 이는 글로벌 플랫폼 경제의 구조적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 3: 절충적 합의안 도출]
→ 일정 수준의 수수료는 인정하되, 플랫폼이 외부 결제를 포함한 다양한 결제 옵션을 허용하고, 투명성과 선택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
수수료 논쟁은 끝이 아닌 시작
애플의 항소는 단순한 상고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소비자, 수십만 명의 개발자, 그리고 기술 플랫폼들이 직면한 ‘디지털 통행세’ 전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한 기업의 수익 모델을 넘어, 디지털 시장 내에서 누가 권력을 갖고, 누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치·경제적 대립이 전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디지털 질서를 선택할 것인가?
기술 기업의 혁신 동기를 보장하면서도, 사용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생태계를 설계하려면, 이제는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서는 정책적 상상력과 규범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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