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과의 AI 협력 인프라 구축 본격화
윤리 가이드라인부터 클라우드까지 패키지 수출 전략 가동.
▣ 중국은 왜 AI 협력기구를 만들려하나? 2025년 7월 26일, 중국 리창 총리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회의(WAIC) 개막 연설을 통해, ‘글로벌 AI 협력 기구(Global AI Cooperation Organisation)’의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류나 연구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발언이었다. 중국은 이 제안을 통해 AI 기술의 표준, 윤리, 거버넌스 구조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다자 협력 체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발언은 명백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술 자립을 넘어서,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 규칙을 설계하고 이끌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중심의 기술 패권 구조에 대한 체계적 도전이자, ‘AI 질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서막이기도 하다.
▣ 미국 vs. 중국, AI 거버넌스의 양극화 미국은 최근 ‘AI Action Plan’을 통해 민간 주도, 최소 규제, 혁신 중심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시장 기반의 기술 발전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AI 기술이 소수 국가에 편중되고 있다”며, 다자주의적 질서 속에서 AI 기술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AI 협력기구(Global AI Cooperation Organisation)’는 단순한 기술 협정 체계를 넘어, UN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기술 규범, 인재 교류, 거버넌스 구조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국제 협력 모델을 지향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개발도상국과의 AI 기술 공유, 인프라 구축 지원을 명시하며, 기술 불균형 문제를 공동 대응할 글로벌 연대를 강조했다. 이는 기술 경쟁 속에서 ‘윤리’, ‘포용성’,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중국식 ‘기술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중심의 AI 기술 규범 및 표준이 빠르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규칙 제정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기술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 글로벌 사우스를 겨냥한 ‘AI 외교’
2025년 7월 26일, 중국 리창 총리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회의(WAIC) 개막 연설을 통해 ‘글로벌 AI 협력 기구(Global AI Cooperation Organisation)’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단순히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협조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기술 협력”을 구체적인 목표로 강조하며 중국의 전략적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AI 기술 패권 질서에 대한 중국의 체계적 대응이자, AI 기술을 공공 인프라로 삼아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재구축하려는 ‘신(新) AI 외교’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중국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AI 기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한 기술대학과 연구소들은 개발도상국의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 유학 장학제도, 파견 연수 프로그램, 원격 교육 플랫폼을 통해 AI 교육 인프라를 수출하고 있다. 두 번째로, 화웨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바이두 등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버 리전 구축과 데이터 센터 운영 계약이 진행되며, 현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중국 자본과 기술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중국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데이터 보호 및 알고리즘 규제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컨설팅 역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중국이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을 통해 물리적 인프라를 수출하던 방식과 유사한 구조다. 차이점은 이제 그 대상이 도로와 항만이 아닌 AI 기술, 인프라, 데이터, 윤리 기준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일대일로의 재구성판이자, 중국판 ‘AI 질서’ 수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AI를 둘러싼 국제적 규범화 논의에 있어 새로운 균형추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G7, EU, OECD 등 서방 중심의 AI 행동강령 및 규제 체계가 하나의 축이라면, 중국은 이를 견제하거나 병렬 구조로 대응 가능한 대안 모델을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특히 기술 기반보다는 ‘윤리’와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움으로써, 기술 접근성이 낮은 국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이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규범과 표준을 설계하고 수출하는 ‘규범 창출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며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에게 기술 의존을 넘어선 파트너십을 약속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 ‘AI 협력기구’는 단순 선언이 아니다 – 3단계 구상안
리창 총리는 단순히 “AI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AI 협력기구의 3단계 구조를 제안하며, 해당 기구가 세 개의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을 발표했다.:
1. 정책 프레임워크
- UN을 기반으로 한 국제 AI 윤리 가이드라인 공동 제정
- AI 기술의 군사화, 감시 악용, 사회적 차별 유발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규범체계 구축
- 기존 OECD의 ‘AI 원칙’, UNESCO의 ‘윤리적 AI’ 선언과 병렬 또는 경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
2. 기술 협업 플랫폼
- 오픈소스 AI 모델과 데이터셋의 국제 공동 공유 체계 마련
- 참가국 간의 기술 상호 검증 및 품질 기준 통일 작업
- 기술 주도권보다 기술의 개방성과 공공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소프트파워 강화 의도 내포
3. 인재·산업 협력체
- 개발도상국 대상의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 확대 (중국 내 AI 캠퍼스 활용)
- 공공 목적의 AI 프로젝트(예: 스마트 농업, 디지털 헬스케어, 도시 행정 자동화 등) 공동 추진
-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험적 기술 검증 공간 제공, 규제 완화와 윤리 검증을 병행하는 형태
이러한 구조는 EU의 AI 법안(EU AI Act), G7의 행동강령, 미국의 NIST AI 리스크 프레임워크 등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거나, 병렬로 작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이 기구를 통해 자신이 더 이상 서방의 규범을 수용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AI 시대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설계하고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제안은 중국이 단순히 기술 강국을 넘어서, 거버넌스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전략의 신호탄이다. AI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이제 기술을 넘어 규범의 경쟁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 기술 패권에서 ‘규범 패권’으로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성능 경쟁의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어떤 원칙에 따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기술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규범의 문제가 되었다.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AI 협력기구는 단순한 기술 동맹이 아니라, AI의 사용 목적과 윤리 기준, 제도 설계 방식까지 포함한 ‘규범 질서’의 구상이다. 이는 단기적 기술 성능에서 미국과 경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국제 규칙과 거버넌스의 설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AI 판도가 연구실의 알고리즘이 아닌, 외교적 협상 테이블 위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기술이 아닌 가치의 전장, 코드가 아닌 규범의 경쟁에서 이제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서, 중국은 더 이상 관망자가 아니다. 리창 총리의 제안은 중국이 이제 AI 시대의 ‘규칙을 쓰는 자’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며, 이는 향후 미국 중심의 기술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시도이자 선언이라 할 수 있다.
AI의 미래는 점점 더 ‘기술의 전시장’이 아닌 ‘규범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그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펜을 들기 시작했다.
[METAX =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