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vs 저커버그, 플랫폼 시대 첫 대형 반독점 전면전
2025년 4월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메타(Meta) 간의 반독점 소송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정식 재판 단계에 돌입했다. 약 5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인수합병(M&A)을 문제 삼는 재판이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 시대의 '권력'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그 첫 기준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사건의 발단: “경쟁하느니 사는 게 낫다”
논란의 출발점은 2012년과 2014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FTC의 별다른 제재 없이 거래가 승인됐지만, 2020년 FTC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메타의 인수 전략을 “Buy or Bury(사거나 묻어버리기)”로 규정하며, 이는 명백한 경쟁 회피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경쟁을 제거하는 방식의 M&A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며, 법원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강제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FTC는 저커버그가 경쟁사와의 정면 승부가 아닌 인수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인수로 인해 소셜미디어 생태계 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이 사라졌고, 이는 시장의 역동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개: 소송의 경과와 쟁점의 본질
2020년 12월, FTC가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2021년 6월 기각됐으나, 같은 해 8월 보완된 소장을 통해 다시 법정에 섰다. 그리고 2025년 4월 15일, 8주 간의 본격적인 공판이 개시됐다.
쟁점은 명확하다.
- 과거 승인된 인수를 사후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가?
- 그 인수가 실질적으로 경쟁 제거를 위한 것이었는가?
이 재판은 단순한 벌금이나 시정명령이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분리(Spin-off)를 요구하는 기업 구조 자체를 되돌리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다룬다.
From FTC, '메타, 경쟁을 없애기 위해 경쟁사를 샀다.'
FTC는 메타가 모바일 환경 전환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 급성장하던 인스타그램을 위협적으로 인식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는 근거로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경쟁하느니 사는 게 낫다("It is better to buy than compete.") - 마크 저커버그, 2008년 이메일 중

“이 상황을 다르게 보면, 우리가 실제로 사들이는 건 '시간'일지도 모른다. 설령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더라도, 지금 Instagram, Path, Foursquare 등을 인수하면 우리는 그들의 소셜 메커니즘을 우리 서비스에 통합할 수 있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벌게 된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그들의 기능을 대규모로 구현해버리면, 이후 등장하는 신생 서비스들은 똑같은 기능을 갖추더라도 우리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 마크 저커버그, 2012년 이메일 중
FTC는 이와 같은 근거들을 제시하며, 저커버그가 회사를 인수한 진짜 이유는 기술, 인력,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간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두 회사의 인수가 소셜미디어 생태계 내 경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에 두 서비스를 메타로부터 분리(매각 또는 독립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벌금이나 시정명령이 아니라, 기업 구조 자체를 되돌리는 조치로, 매우 이례적인 소송에 해당한다.
From Meta, '시장 확대를 위한 정당한 결정이었을 뿐.'
2025년 4월 15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약 3시간 동안 FTC의 의견을 반박했다. 그는 인수 당시의 이메일 발언은 제품 검토의 일환이었으며, “소셜미디어의 진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의 정당한 사업 전략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메타가 현재 틱톡, 유튜브, 스냅챗 등 다양한 경쟁자와 실질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인수는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을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저커버그는 Facebook의 핵심 가치였던 ‘친구 및 가족과의 연결’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는 뉴스, 관심사,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경험이 이제는 관심사를 탐색하고,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데 중점을 둔다”는 그의 발언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양한 플랫폼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메타의 방어 논리와 맞닿아 있다.
FTC가 문제 삼는 이메일 역시, 당시 메타가 모바일 전환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의 위기의식 표현일 뿐, ‘의도적 경쟁 억제’로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저커버그는 FTC가 공개했던 메일과 또 다른 메일들을 언급하며, 해당 이메일이 단순히 경쟁을 제거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제품의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한 초기 검토”였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에 뒤처지는 것이 정말 무섭다.” - 마크 저커버그, 2012년 이메일 중

"우리는 기능과 브랜드 양면에서 모바일 시대 핵심 활용 분야에서 크게 뒤처지게 되며,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이 회사에 큰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마크 저커버그, 2012년 이메일 중
논쟁의 핵심: “경쟁”이란 무엇인가?
이 소송은 하나의 기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본질은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에 있다.
- 이미 승인된 인수를 되돌릴 수 있나?
- 빅테크의 사업 확장은 언제부터 ‘독점’이 되는가?
- 혁신을 촉진하는 M&A와 경쟁 억제 목적의 M&A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FTC는 인수 당시에는 합법이었더라도, 사후적으로 경쟁을 제한한 결과가 명확하다면 구조적 시정조치도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특히, AI 기반 기술의 급속한 통합과 멀티앱 생태계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법적 기준이 모호하면 시장 전체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소송은 한 기업의 인수 정당성을 넘어, 플랫폼 시대의 경쟁 구조 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이 법원에서 FTC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단순히 메타의 구조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의 Whole Foods 인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인수 등 모든 빅테크의 M&A 전략이 사후 재평가될 가능성이 열린다.
특히, AI 시대의 플랫폼 통합은 새로운 독점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에, 이번 재판은 ‘미래 기술 생태계’의 권력 구조를 가늠하는 첫 법적 시험대로 평가받는다.
정치인가, 정의인가?
FTC는 이번 소송이 시장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TC의 대응을 기술기업을 길들이려는 제도권의 정치적 압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수년 전에 승인된 거래를 되돌리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기술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FTC vs 메타 소송은 단순한 반독점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규제 기관의 목적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확장된다.
- 정말로 이 소송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일까?
- 아니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빅테크 플랫폼들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제도적 대응일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자신들의 조치가 “시장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인수된 이후, 소셜미디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는 분석은 이를 뒷받침한다. FTC는 이번 소송을 통해 과거에 승인된 인수조차, 경쟁을 해친다면 사후적으로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려 한다.
반면, 메타 측은 이 조치가 정당한 사업 판단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박한다. 성공한 기업의 성장을 문제 삼고, 수년 전 인수 당시 별다른 제재 없이 통과된 거래를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FTC의 접근이 정책적 균형보다는 ‘기술 기업 길들이기’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이번 FTC vs 메타 소송은 단지 한 기업의 반독점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첫 규칙이자, 플랫폼 권력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실험’이다.
플랫폼 기업이 구축한 생태계는 이미 개별 산업을 넘어 국가의 정보 흐름, 사회적 관계, 소비 패턴을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재판은 기술의 진화보다 더 중요한 질문, 즉 “권력은 어떻게 제한되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대한 디지털 시대의 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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