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불거진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
2025년 6월, 글로벌 IT 및 게임 산업계는 “텐센트가 넥슨을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는 곧 한국 게임 산업의 핵심축이자,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지닌 넥슨이 중국 최대 테크 기업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텐센트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고, 유족 측과의 접촉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긴장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 루머를 넘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미래와 연결된 중대한 이슈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인수 시도, 확장되는 영향력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9년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NXC 지분 매각을 타진할 당시에도 텐센트는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당시에도 실제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텐센트가 넥슨과 같은 대형 한국 게임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 전반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텐센트는 ‘인수’가 아닌 ‘지분 확보’ 방식으로 이미 한국 게임 시장에 깊숙이 진입해 있다. 현재 텐센트는 ▲크래프톤(약 14.6%), ▲넷마블(약 17.5%), ▲웹젠(약 20.7%), ▲시프트업(약 40%), ▲카카오게임즈(카카오게임즈의 3대 주주+카카오의 지분 5.9%)를 비롯한 여러 게임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즉, 이미 한국 게임 산업의 전략적 요충지 다수에 텐센트의 자본이 깊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이번 인수설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패권의 재편 흐름 속에서 한국 게임 산업의 거버넌스 자체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학회와 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게임 산업의 주권 침해”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사용하며, 외국인 자본 규제와 같은 정책 대응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넥슨은 단지 게임사 그 이상이다. 글로벌 서버 운영, 자체 IP 라인업, 플랫폼 전략, 다국적 퍼블리싱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그 자체가 ‘게임 국가 인프라’에 준하는 수준의 산업적 상징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 논의는 단순한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한국 게임 생태계의 구조적 재편 여부를 가늠하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텐센트의 전략적 의도, 산업 구조의 변화 가능성, 문화적 종속 우려 등 핵심 논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본다.
■ 텐센트는 왜 한국 게임사를 노리는가?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콘텐츠 통제 속에서, 텐센트는 한국 게임사를 ‘규제 회피 수단’이자 ‘우회 진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의 경우, 외국 콘텐츠에 적용되는 ‘외자판호’ 제도가 사실상 실시간 서비스 기반의 산업 구조와 충돌하면서, 외국 게임들의 직접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자판호 병목을 활용한 콘텐츠 주권 장악
‘외자판호’는, 외국 게임이 중국 내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되기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라이선스다. 문제는 이 판호 발급이 매우 드물고, 심의 기준도 모호하며, 정치적 사안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2017년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은 외자판호를 거의 받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신작 게임은 중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외자판호가 일부 발급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신청한 지 1~2년이 지나고 나서야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시간 콘텐츠 서비스가 본질인 게임 산업에 치명적인 지연 요소다. 실제 사례로,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는 2019년에 출시되었으나, 중국 외자판호는 2023년 7월에야 발급되었다. 발급이 늦어지면 트렌드, BM, 플랫폼 환경이 모두 바뀐 뒤 출시되는 셈이기 때문에, 사실 상 상업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대부분의 외국 게임사는 텐센트, 넷이즈 같은 중국 기업과 유통 계약을 체결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자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즉, 중국 내에서 외국 게임으로 등록하는 대신, 중국 회사가 개발한 것처럼 포장해 심사를 우회하는 것이다. 이 때 텐센트는 유일한 ‘중국 내 유통 인프라’ 보유 기업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한국 게임사들이 텐센트를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종속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겉으로 보면 “한국 게임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들어간다”고 해석되지만, 실제로는 텐센트가 한국 게임의 리소스 확보는 물론, 개발 방향, 검열 기준, 로컬라이징, BM 전략에 직접 개입하며 콘텐츠 생산 주도권을 갖게 된다. 예컨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크래프톤이 개발했지만, ‘Game for Peace’라는 완전히 다른 버전으로 전환되며, UI, 밸런스, 표현 방식(혈흔 제거 등)이 중국 정부 기준에 맞춰 재설계되었다. 단순 로컬라이징이 아니라 법적·문화적 요구 기반 커스터마이징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결국 개발은 한국에서 했지만, 재조립과 결정권은 중국에 있는 ‘콘텐츠 주권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중국 내 퍼블리셔와의 계약은 단순 유통 계약이 아니라, 콘텐츠 해석권 및 운영 지배력 확보라는 구조적 의도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확산 채널로 사용되는 한국 게임사
중국 게임 산업은 자국 내 콘텐츠 통제로 인해 해외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필요로 하는데, 한국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가진 국가이다. 때문에 텐센트는 한국 게임사를 ‘중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 허브’로 삼는 전략적 활용을 꾀하고 있다. 또한 중국산 게임이라는 ‘정치적 브랜드 리스크’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산’ 게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퍼블리싱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한국은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주요 게임 시장과 가까운 문화권에 있으며, 글로벌 유통 채널, 앱스토어 운영 경험, 로컬라이징 및 글로벌 퍼블리싱 노하우가 축적된 국가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자국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외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우회 배급하는 동시에, 한국의 글로벌 소프트파워와 정서적 중립성을 활용해 더 자연스러운 진출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실제로 텐센트는 자사의 게임을 한국 개발사의 이름으로 등록하거나, 공동 개발 및 퍼블리싱 형태로 재포장하여 미국과 유럽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도 검토해 왔다. 이는 단순한 투자나 유통 계약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생산 및 배급 구조 내에서 ‘한국 게임사’를 매개로 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던전앤파이터다. 원작은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한국 게임이지만,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유통을 맡으며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시리즈의 모바일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한·중 콘텐츠 협업 모델로 평가받는다. 개발은 한국의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Neople)이 담당했으며, 중국 현지 출시와 글로벌 퍼블리싱은 텐센트가 전담했다. 2024년 5월, 'Dungeon & Fighter: Origin'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은 중국 앱 마켓 최상위를 차지하며 큰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를 “전략적 글로벌 확산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이다.
플랫폼-퍼블리셔 수직 통합 완성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를 인수 또는 투자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핵심 배경은, 바로 ‘수직 통합 콘텐츠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 텐센트는 단순한 퍼블리셔가 아니라, 콘텐츠의 기획부터 유통, 커뮤니티 관리, 글로벌 확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플랫폼 인프라를 갖춘 거대 미디어 기업이다. 우선, 텐센트는 2021년 글로벌 퍼블리싱 브랜드 ‘Level Infinite’를 출범시키며, 자체 퍼블리싱 기능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Level Infinite는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화, 마케팅, 서비스 운영, 플랫폼 최적화까지 포괄하는 전방위 지원 체계를 제공하며, 대표적으로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글로벌 서비스를 맡아 북미·유럽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출시 초기 Reddit 기반의 대대적인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을 주도했고, 이에 따라 일일 설치 수가 빠르게 상승하며 글로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PC 게임 플랫폼에서는 ‘WeGame’이 핵심이다. 텐센트가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이 플랫폼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7천만 명에 이르며, 중국 내 Steam의 대항마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해외 유통을 위한 별도 브랜드 ‘WeGame X’를 론칭해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계약 체결 및 유통 인프라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TapTap’이라는 또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TapTap은 2024년 기준 170개국 사용자, 월간 MAU 약 4,800만 명에 이르며, 인디게임부터 대형 IP까지 유연하게 수용하는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이자 유통 채널로 성장했다. 특히 텐센트는 자사 플랫폼 외에도 이런 외부 플랫폼까지 활용하며 유통 구조의 유연성과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텐센트는 단순 퍼블리셔를 넘어, ‘개발–유통–플랫폼–마케팅–커뮤니티’ 전 과정을 하나의 벡터로 통합하며 완결된 콘텐츠 체인을 갖추고 있다. 한국 게임사 중에서 넥슨처럼 다수의 글로벌 스튜디오, 자체 IP,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기업은 이러한 수직 통합 전략의 핵심 퍼즐 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외부 개발사 의존도를 낮추고, 내부 생태계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확산력까지 보장받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텐센트가 구축하려는 이 ‘수직 통합 생태계’는 단순히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계약 관계를 넘어,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지배 구조를 의미한다.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와 협력하거나 인수를 추진할 경우, 이는 단순한 자본 유입이 아닌 콘텐츠 흐름 전체에 대한 구조적 통제권 확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콘텐츠 권력의 전략적 확대: 서사를 장악하려는 자본의 손길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를 포함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 IP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전략은, 게임이라는 상호작용 서사 매체를 통해 ‘문화적 해석 권력’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다시 말해, 텐센트는 콘텐츠 자체보다 그 안의 세계관, 서사, 캐릭터 해석을 통제하려는 전략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플레이 대상’이 아니라, 스토리와 세계관이 결합된 종합 미디어로 인식되기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와 서사는 팬덤과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해당 콘텐츠의 해석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곧 문화적 주권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상 아이돌 그룹 ‘K/DA’에 새롭게 합류한 세라핀(Seraphine) 캐릭터다.

세라핀은 SNS에서 실존 인물처럼 운영되며 등장했고, 글로벌 팬덤을 대상으로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 펼쳐졌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이 지역별로 달라지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예컨대, 중국 시장에서는 세라핀이 중국계 캐릭터로 소개되며, K/DA 세계관 내에서 중국 중심 설정이 삽입되었고, 웨이보(Weibo)를 통해 중국 팬과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의 ‘문화 편입’ 전략이 수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팬덤 사이에선 “K팝 감성을 내세운 K/DA 세계관이 중국 자본의 개입으로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라이엇게임즈가 텐센트에 100% 인수된 이후, 게임 속 캐릭터 설정이나 세계관조차 시장 논리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진 인터랙티브한 스토리 전달 방식과 결합되면서,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문화적 주도권을 재편하는 수단이 된다. 텐센트는 이미 Riot Games, Supercell, Funcom 등 주요 개발사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경영권을 가지면서, 콘텐츠 제작 방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문화 안보 전략과 맞물려,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세계관 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서사 개입’은 게임 외 콘텐츠로도 확장된다. 텐센트는 웹툰 플랫폼, 음원 유통, 영상 콘텐츠 기업에도 다수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하나의 IP가 웹툰 → 게임 → 드라마 → 굿즈로 연결되는 K-콘텐츠 전체 서사 생태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해가고 있다. 결국, 게임은 ‘디지털 민족지’로 기능하는 매체가 되고 있으며, 텐센트와 같은 거대 자본이 이 해석 권력을 장악하게 될 경우, ‘한류 콘텐츠’ 역시 특정 국가의 논리에 따라 재편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M&A나 투자 문제가 아닌, 문화 주권과 정체성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문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전통문화뿐 아니라 디지털 서사 공간에서도 역사와 정체성, 상징체계를 자국 중심으로 재해석하려는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복, 김치, 한식을 두고 발생한 논쟁이 대표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게임 세계관 속의 캐릭터 설정, 역사적 맥락, 문화적 오브젝트까지 이 논쟁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게임은 ‘플레이하는 서사 매체’라는 점에서 영화나 음악보다 더 큰 문화 전파력을 가진다. 특정 국가의 게임이 전 세계에서 플레이될 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요소들은 무의식적으로 수용되며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세계관의 기원이나 인물의 국적, 문화적 배경은 단순 설정 이상의 문화 담론이자 정체성의 코드로 작용한다.
이 점에서 텐센트는 단순히 유통이나 자본 투자에 머물지 않고, IP 자체의 서사 방향과 세계관 해석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경영 구조를 지향한다. 주요 게임사에 이사 또는 등기임원을 파견하거나,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의결권을 통해 ‘콘텐츠 편집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텐센트의 전략은 단순한 ‘콘텐츠 확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화적 해석권’의 전유(Exclusive Authority)를 통해 콘텐츠 정체성을 주도하려는 데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 있어 단순히 수익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서사 주권과 문화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으로 읽힐 수 있다.
글로벌 게임과 미디어 산업을 아우르는 ‘보이지 않는 지배자’
텐센트는 이미, 단순한 중국 내 IT 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깊이 침투한 ‘콘텐츠 제국’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임, 음악, 영상, SNS, 스트리밍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에 걸쳐 지분 확보 및 전략적 투자를 통해 사실상의 운영권을 쥐고 있다.
텐센트의 글로벌 게임 분야 주요 지분 및 인수 현황
이처럼 텐센트는 북미, 유럽, 아시아 전역의 주요 게임 개발사를 포괄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단순 유통을 넘어 개발 방향 및 세계관 설정에도 개입 가능한 수준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텐센트는 게임 산업 외에도 글로벌 소셜 플랫폼, 콘텐츠 유통망, 음악 스트리밍, 영상 제작사에까지 자본을 확장하며, IP 확보 → 유통망 장악 → 콘텐츠 재가공이라는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텐센트의 미디어·소셜·음악 분야 투자 및 인프라 지배
특히 Spotify, Discord, Snap 등 Z세대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콘텐츠 영향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취향의 방향성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지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가 ‘어디에서,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설계하는 미디어 권력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한국 게임 산업, 어디로 향할 것인가?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은 단순한 기업 간의 M&A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곧 한국 게임 산업의 주권, 자율성, 미래 전략 방향에 관한 총체적 질문이기도 하다.
이미 텐센트는 한국 주요 게임사 다수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산업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왔다. 개발은 한국에서 이루어지지만, 운영의 주도권, 콘텐츠 해석, 수익 배분 구조는 점차 텐센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판호, 사전심의 등)와 텐센트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결합되면서, 한국 게임사는 더 이상 ‘창작 주체’라기보다는 ‘유통 수단’이자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게임 콘텐츠가 담고 있는 이야기, 세계관, 캐릭터의 해석 권한마저도 외부에 넘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라핀(K/DA)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문화콘텐츠 속 국적의 편입은 정체성 논란과 팬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텐센트는 게임을 넘어 웹툰, 음악, 스트리밍, 소셜 미디어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투자와 통제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 제국의 확장은 단순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 권력’과 ‘서사 주도권’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문화 주권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외국 기업의 투자’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누가 게임의 스토리를 만들고, 누가 그 세계를 해석하며,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물음은 지금 이 순간 텐센트의 그림자 아래 놓인 한국 게임 산업 전체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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